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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저자/C.S. 루이스 외

C.S. 루이스의 기독교 세계 (클라이드 킬비 지음, 예영 펴냄) C.S. 루이스의 신학 (윌 바우스 지음, 지식과 사랑사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20 세기를 대표하는 기독교 변증가이자 지성인인 C.S. 루이스는 젊은 시절 몇 권의 책을 통해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저술가 중 하나였지만, 그의 책을 통해 프란시스 쉐퍼나 존 스토트, 자크 엘륄을 만났을 때와 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격동의 80년대를 살아가던 젊은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그의 작품들이 좀 밋밋하고 점잖았던(?) 것 같고, 몇몇 주제에서 나타나는 그의 보수성이 좀 거슬리기도 했거니와, 신앙을 상식의 언어나 판타지의 세계를 통해 설명해내는 그의 방식이 성경이나 교조의 언어로만 신앙을 들어 왔고 그것만이 ‘정통’ 이라고 배웠던 그 당시의 나에게 좀 낯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나마 출판되어 있던 책들의 인쇄나 번역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아 제대로 된 독서를 방해했던 기억도 있다.

 

오랜만에 루이스의 책 “헤아려 본 슬픔” 을 읽게 된 것을 계기로 그의 기독교에 대한 이해(혹은 신학)을 소개하는 두 권의 책을 펴들었다. C.S. 루이스가 그의 저술과 이야기들을 통해 그려내고 수호하기를 원했던 것은 특정 교파나 도그마에 얽매이지 않는 “순전한 기독교”, 기독교에 대한 독창적이고 새로운 개념이 아닌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평범한’ 기독교의 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전통적이며 고전적인 기독교의 주요 주제들을 합리성과 상식에 기초하여 평이하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해 내고 있을  뿐 아니라, 기독교의 진리들을 풍요로운 판타지를 지닌 창조적 이야기로 새롭게 그려내는데 성공함으로서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그 결과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저술가요 변증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물론 그의 자유의지에 대한 강조나 성경의 일부 본문을 ‘신화’로 간주하는 성경관, 그리고 성례전이나 연옥의 존재에 대한 긍정 등에서 볼 수 있는 가톨릭신앙의 영향 등은 ‘근본적 가르침’에 대한 동의 여부를 신앙과 불신앙의 시금석으로 삼는 몇몇 보수적 그리스도인들을 꽤나 불편하게 할 것 같고, 위계질서에 대한 지나친(?) 존중이나 여성이나 교육에 대한 보수적 태도, 현대신학에 대한 그의 적대감 등은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의 심기를 상당히 건드릴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몇몇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선뜻 동의하지 어렵겠지만 나는 루이스를 “위대한 보수주의자” 이자 “현자”요, 하나님에 대한 특정한 일들 - 특정한 교리나 신학에 대한 헌신 혹은 특정한 신앙적 실천 - 에 앞서 평생 하나님 자신을 사랑하고 추구한 진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홍성사에서 깔끔하게 옷을 갈아입고 나온 루이스의 많은 책들이 쇄수를 거듭하고 있는 것을 보니, 드디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루이스의 메시지에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는, 우리의 젊은 시절보다는 훨씬 좋은 시대가 왔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다. 그러나 불현듯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차분한 목소리로 영원에 대한 갈망을 기독교적 진리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루이스와 같은 “현자”나 “지혜교사”에 못지않게, 시대의 악과 불의를 고발하고 정의를 외치는 “선지자”의  목소리가  절실히 필요한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아마도 루이스가 이 시대의 한국에 온다면 “위대한 보수주의자” 인 그 역시도, 그가 수호하고자 했던 바로 그 보수의 잣대로, 보수를 가장해서 참된 보수를 모독하는 일부 세력들에게 준엄한 선지자적 심판의 메시지를 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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