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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저자/C.S. 루이스 외

C.S. LEWIS - 별난 천재, 마지못해 나선 예언자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복 있는 사람 펴냄)

by 서음인 2016. 5. 27.

1. 이 책은 21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복음주의 신학자인 알리스터 맥그래스 (Alister McGrath) 가 쓴,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작가이자 변증가 C.S. 루이스 (1898-1964) 의 전기다. 젊은 시절 내 신앙에 많은 영향을 끼친 스승이었던 C.S. 루이스와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자 중 하나인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만남이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과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의료사역을 위해 모로코를 오가는 여정 중에 만난 맥그래스는 이 책에서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2. 옥스퍼드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과학도 출신이자 역사신학의 대가답게 저자는 이 책에서 방대한 자료들에 대한 세밀한 탐사를 통해 루이스의 삶과 저작들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꼼꼼하게 기술할 뿐 아니라, 그 공과에 대해서도 예리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루이스는 (1) 영원을 향한 갈망이라는 자신의 경험과 (2) 모든 문화에 존재하는 인간 본성으로서의 도덕성이라는 경험적 실재에서 출발하여 (3) 이러한 경험적 실재에 대한 기독교적 설명을 가능케 하는 합리적 이성과 (4) 현상적 경험 너머에 존재하는 영원한 실재를 보여주는 상상력의 도움으로 주로  비그리스도인들이나 평신도들에게 교파를 초월한 기독교의 핵심 (순전한 기독교 mere christianity) 을 탁월하게 전달했던 당대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였다. 


3. 그러나 저자는 루이스가 주류 학계나 교회의 권력구조 바깥에서 주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당대의 규범이나 행동양식에서 벗어난 삶을 살았던 별난 사람 eccentric 이었으며, 당대에 주어진 종교적 신학적 질문들에 대해 그보다 더 잘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침묵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행동했던 마지못해 나선 예언자 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전기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위대한 천재의 어두운 면들 - 예를 들면 자신의 고향인 아일랜드에 대한 무관심, 말년의 아버지에 대한 무책임, 친구의 어머니인 무어 부인과의 이상한 관계 등 - 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함으로서 신화적 아우라에 가린 그의 인간적 ‘생얼’ 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4. 영원을 향한 갈망이나 보편적 도덕성과 같이 개인이나 문화가 가지는 보편적인 경험적 실재에서 출발하여 기독교가 그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적실한 체계임을 합리적 지성과 풍부한 상상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루이스의 방식은, 하나님의 계시를 유일한 출발점으로 삼아 그 계시를 엄밀한 지적 방식으로 해설한 후 (이 방식에서 상상력이나 신앙적 정서는 거의 낄 자리가 없다) 강력하게 선포하는 전통적인 개혁주의의 변증적 접근 (예를 들면 코르넬리우스 반 틸) 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오직 성경 (Sola Scriptura)’ 이나 ‘성경이 가는 곳까지 가고 성경이 멈추는 데서 멈추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보수’ ‘정통’ 개혁주의 교회에서 성경에서 시작하고 성경에서 끝나는 변증적 체계야말로 유일한 진리라고 듣고 배우며 자라온 나에게도 처음으로 접한 루이스의 세계는 상당히 낮설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거부감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5. 그리나 곧 루이스는 존 스토트나 프란시스 쉐퍼, 자크 엘륄과 같은 다른 스승들과 함게 젊은 시절 나의 멘토가 되었다. 처음에는 대화나 변증보다는 강력한 선포를 강조하는 약간은 무대뽀스러운 전통적 복음주의의 방식에 비해 훨씬 더 세련되고 지적으로 기독교의 적실성을 변호하는 그의 접근방식에 매료되었기 때문이고, 나중에는 현실 뒤에 감추어진 참된 기독교적 실재를 어떤 합리적 변증보다 인상적이고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그의 상상문학의 힘을 깨달았기  떄문이다. 이미지와 이야기가 기독교 신앙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깊이 인식하고 다양한 문학작품들에서 그 힘을 이용하여 기독교를 효과적으로 변증해냈다는 점에서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맹위를 떨치는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타당한 예언자요 적실한 변증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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