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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사회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송강호 지음, IVP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평화 운동가이자 사단법인 개척자들의 대표로 ‘르완다에서 강정까지’ 평화가 파괴되고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평화와 화해를 위해 섬겨왔던 저자는 정의와 평화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이며,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진정한 목표는 바로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데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진정한 회심이란 하나님 사랑일 뿐 아니라 이웃과 타자를 사랑하는 회심이며,  건강한 교회의 바로미터는 그 교회가 정의를 말하고 있는가, 그 교회가 평화를 실천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우리 시대는 “예수님을 믿되 그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말라는” 모순을 강요하는 시대이다. 국익이나 안보라는 가치 앞에서는 야훼 하나님만을 섬기겠다는 우리의 기본적인 신앙조차도 내려놓기를 강요하는 이 시대에, 평화를 위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교도소의 담장을 타는 위태로운 삶’ 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말한다. 외국에서는 평화봉사라고 칭송받던 바로 그 활동이 우리나라에서는 반정부 활동으로 비난받는 역설이야말로 국익과 안보라는 우상 앞에 모두 무릎 꿇은 우리 시대에 평화를 몸으로 실천하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처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내세우는 대양해군의 논리는 소제국주의적 만용에 불과하며, 그동안 개척자들이 해외의 분쟁지역에서 해왔던 일이 전쟁 이후에 남겨진 난민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일이었다면, 강정 해군기지 반대활동은 우리나라가 저지르는 무모한 전쟁준비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쟁과 폭력의 악령’과 맞서 ‘옛 예언자들과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 선조들이 꿈꾸어왔던 장엄한 평화의 꿈’ 을 이 땅에서 이루기를 소망한다. 아마도 그 길은 고난과 실패의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되겠지만, “어자피 우리는 죽었고 우리가 받은 삶은 덤으로 받은 은혜의 삶”이기에, 그리고 “삶의 의미란 이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패배하는 데” 있기에,  그는 “어떤 시련과 좌절도 끝내 거부하고 끝없이 패배하는 삶을 한없이 긍정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저자가 반대하는 강정의 해군기지에 대해,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이 평화를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서 나름의 타당성을 가지는 다양한 의견과 신념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는 평화의 주로 오셨으며 따라서 그의 제자들은 평화를 실천하고 살아내는 사람(peacemaker)들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성경이 말하는 샬롬(Shalom)을 살아내는 것, 각자가 가지는 평화의 신념을 몸으로 실천하며 강도 만난 사람들의 이웃이 되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주어진 참된 제자의 표지요 마땅히 감당해야 할 십자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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