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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영성제자도

복음으로 상황을 바라본 4인의 시선 (복음과 상황 엮음, 복음과 상황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월간 "복음과 상황" 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단행본 형식의 특별호로 펴낸 이 책은 이 잡지의 초창기 발행인이자, 한국 복음주의 운동의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만열, 손봉호, 김진홍, 홍정길 4명의 삶과 사역을 재조명하고 있다. 복상의 창간독자요 장기 구독자로서, 또 이분들의 책과 글을 통하여 젊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신앙의 자양분을 공급받아온 사람으로서 나름대로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흥미 있는 기획이라는 생각에 책을 집어들었다.

 

한국 기독교사 연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학자이자 보수적 신앙인이면서도 군사정권 시절 해직을 경험하고 남북나눔 운동과 외국인 노동자 사역에 투신하는 진보적 그리스도인인 이만열,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선구자로서 기윤실에서 작금의 한기총 해체 운동에 이르기까지 타락한 이 시대에 광야에서 외치는 선지자로서의 길을 걸어온 손봉호, 어두웠던 군사독재 시대에 빈민운동의 대부로 복음주의적 역사의식과 계몽적 실천의 필요를 부르짖으며 기독청년들의 양심에 호소했던 김진홍. 대형교회 목회자로 보수적인 신앙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민족의 화해와 그리스도의 사랑을 누구보다도 앞장서 실천해온 홍정길 등의 삶과 사역, 그리고 족적과 한계들이 본인들의 목소리와 몇몇 필자들의 글로 정리되어 있다.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는커녕 목회세습이나 성직매매,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금전적 성적 부정과 같은 온갖 비리와 추문에 휩싸여 세상 사람들에게조차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이렇게 어두운 시대에 우리가 사표로 삼을 수 있는 귀한 분들이 아직 계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서론에서도 지적했듯이 우리가 언제까지나 그분들의 등에 업혀 있을 수는 없을 터.  비록 난장이일지언정 이제는 그분들의 어깨를 딛고 스스로 설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아직도 손봉호, 이만열 교수님들이 한기총 해체운동에 앞장서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러나 이 시대는 몇몇 명망가들, 혹은 영적 거인들이 다수를 이끌어가는 시대가 아닌, 뜻을 함께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며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시대, 한사람의 백걸음이 아닌 백사람의 한걸음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이분들의 어깨를 밟고 올라간다는 것은 바로 자신만의 신앙의 게토에서 나와 하나님의 정의와 그분의 진리를 위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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