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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이야기

모짜르트 장엄미사 C 단조 KV 427

by 서음인 2016. 6. 1.

모짜르트의 장엄미사곡 KV427 을 듣다. 이 곡을 좋아해서 오래전부터 많은 음반들을 모아왔지만, LP 시절 처음으로 접했던 프리차이의 음반을 능가하는 연주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첫번째 곡 Kyrie에서 지옥에서 구원을 간구하는 듯 어둡고 절규하는 목소리로 합창이  Kyrie eleison(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을 부른 후,  마치 먹구름 가득한 캄캄한 하늘 한편에서 한줄기 찬란하고 밝은 빛이 내려오는 듯 소프라노 마리아 슈타더가 기품있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Christe eleison(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부르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성탄의 어둔 밤  목자들에게 주님나신 기쁜 소식을 알려 주는 천사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  같다. 

하나님의 "심판하시는 의"를 두려워하던 마르틴 루터가 롬 17:1 절을 읽은 후에 하나님의 의란 우리를 사랑하시고 용납하시는 "믿음으로 얻는 의" 라는 사실을 깨닫고 기뻐했던 순간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러한 느낌이 아닐까? 또한 인간의 한계와 위기의 한가운데 말씀으로 계시하시는 '전적타자' 로서의 하나님을 강조했던 칼 바르트가 가장 좋아했던 음악가가 모짜르트라는 사실도 이 아름다운 Kyrie 를 듣고 있노라면 역시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011.2)


2017. 2.24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오디오에 취미를 붙이셔서 집에 상당히 좋은 기기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주로 그 기기들로 가요나 팝송들을 들으셨지만, 어느날 한 미국인에게 100장 정도 되는 중고 클래식 LP를 사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음반들은 온전히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때 만난 음반 중 하나가 바로 바로 이 음반, 프리차이가 지휘한 모짜르트 장 엄미사 C 단조였습니다.

미사의 첫 곡인 "키리에"에서 합창단이 마치 지옥에서 구원을 간구하는 듯한 어두운 음색으로 'Kyrie eleison'(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을 부른 직후, 바로 먹구름 가득한 하늘 한 편에서 한줄기 찬란한 빛이 내려오는 듯한 소프라노 마리아 슈터더의 'Christe eleison'(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이 울리면, 막 신앙을 가지기 시작했던 저는 "성경에서 말하는 '구원'을 표현한 음악이 있다면 바로 이 곡이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음악에 푹 빠져들곤 했습니다. 나중에 공부가 좀더 쌓이면서는 이 곡의 첫 부분인 키리에를 들을 때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Sola Gratia(오직 은혜로)"나, 생전에 모짜르트를 제일 좋아했다던 칼 바르트의 <로마서 주석>에 나왔던 "Fintum non capax infiniti(유한한 것은 영원한 것을 파악할 수 없다)"같은 말들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이 곡을 연주한 여러 훌륭한 음반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처음에 하도 강렬하게 각인되어서인지 현대의 기준으로 보자면 상당히 무겁고 장중하게 들리는 이 연주에서 아직까지 헤어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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