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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철학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지음, 그린비 펴냄)

by 서음인 2016. 6. 2.

80년대의 “사회구성체 논쟁”이후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글쟁이 중의 하나로 등장한 이진경이 마르크스에서 들뢰즈에게로 전향한 후 1994년도에 출간한 이 책은 그간 두 번의 개정을 거치며 철학서로는 드물게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이 책이 그렇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것은 난해한 철학의 개념들을 쉽고도 정확하게 서술할 수 있는 저자의 탁월한 필력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우리 사회에 밀어닥친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의 유행 역시 중요한 이유 하나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데카르트에서 들뢰즈까지’ 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되는 근대철학의 흐름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탈근대적 기획의 종착점인 들뢰즈에 이르게 되었는가에 대해, 근대철학의 중요한 주제인 ‘주체’ 와 ‘진리’의 문제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데카르트에 의해 근대철학에서 의심할 수 없는 진리추구의 출발점으로 확립되었던 ‘주체’ 란 실제로는 그렇게 확고한 기반을 가진 것이 아니며, 사실 주체라는 개념은 진리인식의 출발점이 아니라 오히려 외부의 여러 담론들에 의해 구성되는 결과물임을 탈근대 철학의 다양한 흐름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근대철학에서 인간의 인식이 도달해야 할 목표요 참된 지식이었던 ‘진리’ 의 개념은 탈근대적 철학의 흐름 속에서 주체를 구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담론’ 으로 격하되며, 지식은 참이냐 거짓이냐가 아니라, 그것이 야기하는 효과에 의해 평가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저자는 탈근대적 세상이란 더 이상 추구해야 할 확고한 '진리'도, 그 진리를 인식할 수 있는 명확한 ‘주체’도 없는 곳이며, 따라서 하나의 가치나 스타일에 머물지 않고 그것들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영토를 향해 탈주하는 탈영토화 내지는 노마디즘(유목주의)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식이라고 그의 스승인 들뢰즈를 따라 결론내리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계시)이라는 확고한 출발점을 가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포스트모던 사상의 이러한 상대주의적 진리관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포스트모던 사상들이 ‘주체‘ 란 결코 의심할 수 없는 지식추구의 출발점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할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은 결국 인간은 죄에 의해 철저히 오염된 존재이며, 따라서 외부의 계시가 아니라면 결코 스스로는 참된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는 성경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확실한 지식의 원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확신하고 감사해야 하지만, 자신의 죄된 본성으로 인해  누구도 하나님에 대해 완벽한 이해에 도달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레슬리 뉴비긴을 따라 다원주의적 사회의 포스트모던적 환경에서 복음의 진리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되 겸손한 마음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이름들을 살펴보자. 데카르트, 스피노자, 로크, 흄, 칸트, 헤겔, 맑스, 프로이트, 니체.... 그래도 여기까지는 많이 들어본 이름들이다. 그러나 훔볼트와 소쉬르, 비트겐슈타인, 레비-스트로스, 라캉, 알튀세르, 푸코, 들뢰즈와 기타리에 이르면 어떠한가? 이 책은 자신의 인문학적 내공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리트머스 시험지다!!

 

목차

 

책머리에

 

[서론]

포스트모던 '시대정신'

철학의 경계

경계읽기와 '문제설정'

 

[제1장] 철학의 근대, 근대의 철학

1. 데카르트: 근대철학의 출발점

2. 스피노자: 근대 너머의 '근대' 철학자

 

[제2장]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1. 유명론과 경험주의

2. 로크: 유명론과 근대철학

3. 흄: 근대철학의 극한

4. 근대철학의 위기

 

[제3장] 독일의 고전철학: 근대철학의 재건과 '발전'

1. 칸트: 근대철학의 재건

2. 피히테: 근대철학과 자아

3. 헤겔: 정점에 선 근대철학

 

[제4장] 근대철학의 해체: 맑스, 프로이트, 니체

1. 맑스: 역사유물론과 근대철학

2. 프로이트: 정신분석학과 근대철학

3. 니체: 계보학과 근대철학

4. 근대철학 해체의 양상들

 

[제5장] 언어학과 철학 '혁명': 근대와 탈근대 사이

1. 언어학과 철학

2. 훔볼트: 언어학적 칸트주의

3. 소쉬르의 언어학적 '혁명'

4. 비트겐슈타인: 언어게임과 언어적 실천

 

[제6장]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근대 너머의 철학을 위하여

1. 구조주의와 철학

2. 레비-스트로스와 구조주의

3. 라캉: 정신분석의 언어학

4. 알튀세르: 맑스주의와 '구조주의'

5. 푸코: '경계허물기'의 철학

6. 들뢰즈와 가타리: 차이의 철학에서 노마디즘으로

 

결론: 근대철학의 경계들

 

보론: 근대적 지식의 배치와 노마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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