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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역사

그리스 문명 - 살림지식총서 116 (최혜영 지음, 살림 펴냄)

by 서음인 2017. 2. 10.

그리스의 강렬한 햇살과 푸른 하늘 온화한 기후는 사람들을 옥외를 끌어내었다. 그들은 노천에서 민회를 열고 극을 상연했으며 대화와 토론에 열중했다. 그리스 문화는 인간이 사고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과 한계를 시험했고 사람의 영혼 속에 있는 가치와 아름다움을 여러 통로로 구현했던 문화로, 미토스(mythos)와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신화의 미토스 신화는 인간에게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상상력과 환상을 제공한다. 그리스 신화의 중요한 특징은 신과 인간과 동물과 자연이 서로 경계 없이 교류하고 변신한다는 것이며, 그리스의 신들은 정신적 무형적 윤리적 속성보다는 힘 아름다움 불멸성 등의 외적 능력에서 인간보다 탁월한 ‘인간적인 신’이다. 종교적 사제 집단이나 경전이 없던 그리스 종교는 훈계를 통한 도덕성의 고양이 아닌 제의를 통한 사회적 안정과 만족감이 그 기능이었다. 제우스를 정점으로 하는 그리스 신화의 체계는 그리스 전통 사회의 귀족적 가부장제 현실이 신들의 세계에 투영된 것이었으나, 상공업이 발달하고 부유한 상공업자들의 세력이 커지면서 상공업의 수호자 아폴론의 인기가 높아졌고 그의 성지인 델포이의 신탁도 영향력이 높아졌다. 그리고 좀 더 후기에는 아테네 민주정의 발달과 더불어 억압된 민중이나 여성의 해방자적 신인 디오니소스 신이 두각을 나타내게 되고 격정적 제의와 황홀경을 동반하는 디오니소스 숭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오르페우스 종교)도 절정에 이르게 된다.

 

열정과 고통의 파토스 그리스 문화를 지배했던 것은 미와 자유를 향한 정열, 파토스였다. 그리스인들에게 선한 인간은 영과 육이 동시에 아름다운 인간이었으며, 미학적 영역과 윤리적 영역이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이런 그리스인들의 파토스는 육신과 영혼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체육경기, 춤, 性愛(섹슈얼리티)에서 잘 드러났다. (1) 리스 최고의 제전인 올림픽은 그리스 공동체를 유지하는 문화적 틀이 되었을 뿐 아니라 사회적 통합을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은 시와 예술과 노래의 우아함을 격렬한 운동경기에 접목시켰으며 생사를 건 투쟁을 유희 형식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리스인들은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이상으로 삼고 나체를 자연스럽게 생각했기에 모든 경기는 나체로 진행되었다. (2) 性愛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동성애를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랑도 포괄적으로 인정되었고 사회 법률적 제제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간통(moicheia)은 모욕으로 받아들여졌으나 매춘(pornoia)는 사회적으로 거의 규제받지 않았으며, 섹스를 도덕과는 무관한 배고픔이나 갈증이나 수면욕과 같은 범주로 간주했다. 그리스 사회에서 비판받아야 할 부도덕은 동성애가 아니라 절제하지 못하는 과도한 성욕 혹은 다른 이의 성적 통제하에 들어가는 수동성이었다.  (3)  그리스인들은 함께 먹고 마시며 토론하면서 즐겼는데, 이 과정에서 연회와 음악과 춤은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스인들에게 춤은 개인적 ‧ 공동체적인 애환과 정감을 표현하고 개인과 마을의 큰 사건을 기념하고 즐기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플라톤은 춤이란 감정 특히 환희를 표현하기 위해 신체를 움직이려는 자연스러운 욕구에서 생겨났으며, 모든 아동은 남녀를 불문하고 유아기 때부터 고상한 음악과 춤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성의 로고스  (1) 소크라테스와 철학 소피스트들은 변론술과 수사학이 중요했던 민주정하의 아테네를 중심으로 자연에서 인간 자신으로 철학적 성찰의 중심을 옮겼으며, 소크라테스는 그들의 상대주의와 다원주의를 경계하여 덕에 대한 보편타당한 지식이 무엇인지를 묻는 과정에서 주체를 인식하였고, 아이로니아와 아포리아를 사용하여 개별적인 정신이 보편적인 정신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었다. 소크라테스의 유산은 진리가 무엇인가에 대해 결정적 답을 준 것이 아니라 진실과 선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끊임없이 하나하나 검토해가는 방법과 태도를 보여주었다는데 있다. (2) 스파르타와 국가이성 스파르타는 범국가적인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인간의 모든 영역을 순응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국가적 이성, 로고스가 과도하게 실험된 체제를 추구하고 있었다. 전체 인구 중 노예가 아닌 시민이 3-5%에 불과했던 스파르타의 모든 제도적 장치는 체제 유지를 목표로 고안되었으며, 훌륭한 전사의 양성이라는 집단적 이데올로기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미토스, 파토스, 로고스의 조화, 비극 그리스 문화의 정수인 비극은 그리스 정신의 여러 다양한 부분, 즉 개인의 감성(파토스)을 사회적 필요(로고스)와 결합하여 신화(미토스)로 접목시킨 그리스 문화의 종합체이며, 종교와 예술 ‧ 종교와 정치 ‧ 비합리와 합리 ‧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로적인 것의 중간에 위치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디튀람보스(dithyrambos, 디오니소스를 찬미하는 노래)의 선창자 혹은 사튀로스 극에서 기인한 그리스 비극은, 종교 행사였을 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정치 행사였으며, 극장은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던 시민 학교이자 예술적 감성을 발산하던 장이었다. 일반인들보다 훨씬 탁월한 영웅들인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은 그들의 성품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시시각각 조여 오는 비극적 운명과 마주하게 되며,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신들이 자신에게 정해준 운명을 용감하게 맞이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에 대해 “진지하고 완전하며 장엄한 행위(praxis)의 모방(mimmesis)으로, 두려움(phobos)과 연민(eleos)를 통해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낳는다”고 말했으며, 니체는 “그리스 비극은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이상적 조화를 구현했으나, 소크라테스 이후 그리스 문화는 균형을 잃고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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