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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역사

광장, 민주주의를 외치다 (한홍구 지음, 창비 펴냄)

by 서음인 2017. 10. 31.

『광장, 민주주의를 외치다』는『대한민국사』(전4권)나『사법부』『유신』같은 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탁월한 이야기꾼인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가 창비학당에서 행한 ‘정치의 시대-2017 시민혁명을 위한 연속특강’을 글로 옮겨 펴낸 책이다. 저자는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 낸 촛불의 주역은 ‘헬조선’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흙수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4.19 혁명이나, 6월 항쟁 그리고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와 같은 시민들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야말로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제대로 바로잡아왔던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전쟁 이후 단 두 세대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뤄 낸 격동적인 한국 현대사를 개관하면서, 우리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비록 한 번도 화끈하게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이길 때까지 끈질기게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결코 패배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역사는 진보하지만 늘 꾸준히 진보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진보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과감하게 나아가지 못하면 오랜 정체와 퇴보의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1987년 6월 항쟁, 1997년 외환위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등 세 번의 기막힌 기회를 놓쳐 버린 우리에게 이제 촛불혁명으로 네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한다. 과연 “또다시 죽 쒀서 개 줄” 것인가?

요즘 들어 소위 ‘문빠’들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직접민주주의의 폐해를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회가 대다수 국민의 뜻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라면 촛불혁명을 경험한 시민들은 참여와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이미 촛불을 통해 하늘같은 ‘나랏님’, 그것도 아버지인 다까끼 마사오의 후광으로 지지율이 철옹성과 같다던 박근혜의 목까지 떨어뜨린 국민들이 더 이상 무엇을 두려워 하겠는가? 수구세력의 저항을 이겨내고 우리에게 찾아온 적폐 청산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번에 핵발전소와 관련된 첨예한 대립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채택된 소위 ‘숙의민주주의’와 같이 국민들의 직접적 참여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더 많이 모색되어야 할 것 같다. 이번 기회까지 놓치기에는 그간 쌓아온 적폐가 너무 크고,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너무 엄중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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