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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회/한국사회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 (김보근 외 지음, 한겨레출판)

by 서음인 2016. 5. 28.

몇년 전 과학자 황우석씨의 사기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때가  있었다. 내게 이 사건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사실 여부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 사건은 사실 과학사기사건의 특징을 모두 갖춘 전형적인 예에 불과하다), 이 사건에 대해 대응하는 방식을 통해 한국사람들의 심성을 지배하고 있는 세계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세계관 중의 하나를 잘 보여주는 것이  "설령 황우석 박사가 거짓말을 했더라도 국익을 위해서 덮어 두었어야 한다" 는 반응이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국가" 란 신성불가침의 초월적 존재이며, "국익" 과 대치되는 진리란 애당초 존재할 수 없는 불경스러운 개념이다. 현대국가는 이제 신성을 획득하고 숭배를 요구하는 괴물(리바이어던)이요, 그 자체가 절대적 진리의 화신인 하나의 우상이 되었다.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이를 조사할 책임을 맡은 함조단이 강조한 것은 원인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적' 방법론이란 결국 어떤 사건을 과학적 법칙과 합리적인 인과관계에 의하여 타당성 있게 설명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조사단이 그다지도 강조했던  '과학' 의 관점에서 보자면, 천안함이 북한의 잠수정에서 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는 천안함 최종보고서에 담긴 결론에는 수많은 허점이 존재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제기된 의혹들은 나름대로 상당히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논란과 의혹에 대해 함조단은  '과학'의 언어로 소통하기보다는,  "믿으라" 는 종교의 언어를 사용하거나, "빨갱이"라는 공안의 언어로 억압하거나, 철저한 침묵과 무시로 대응을 대신하고 있는 중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무엇을 믿을지는 양심과 이성에 따라 각자가 결정할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믿고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과학적 합리성에 근거한 납득할 만한 설명 때문인가? 혹시  "국가"라는 이름의 종교, "안보"라는 이름의 우상이 내뿜는 거짓 신성과 초월성의 아우라에 대한 믿음 때문은 아닐까?  그리스도인들이 천안함과 관련해 한번쯤은 던져보아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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