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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회/한국사회

사회를 말하는 사회 - 한국사회를 읽는 30개 키워드 (정수복 외 지음, 북바이북 펴냄)

by 서음인 2016. 5. 28.

이 책은 사회학자, 시사평론가, 출판평론가, 기자, 교수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필자들이, 압축적 근대화를 통해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 한국사회를 분석, 평가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30개의 사회분석 담론들을, 대개는 동일한 제목을 달고 있는 대표적 저작들을 통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 좋은 안내서이자 서평집이다. 네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1) ‘나는 항상 배고프다’는 제목으로 1장에 함께 묶여있는 소비사회, 낭비사회, 잉여사회와 같은 담론들은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낸 한국사회의 적나라한 욕망과 그 결핍으로 인한 문제들을 잘 다루고 있으며 (2)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는 제목이 붙은 2 장은 위험사회, 감시사회, 피로사회, 탈신뢰사회등의 분석틀을 사용하여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이 경험하는 위험과 불안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3) ‘괴물들이 사는 나라’ 라는 제목을 가진 3장에서는 승자독식사회, 부품사회, 주거신분사회, 영어계급사회, 제로섬 사회 등의 담론을 통해 사회안전망이 해체된 채 혼자의 힘으로 생존해야만 하는 살벌한 우리네 삶의 현장을 그리고 있으며 (4) 4장 ‘어느 날 차단되었습니다’ 에서는 무연사회, 분열사회, 네트워크사회 등의 키워드를 통해서 끊임없이 무엇인가에 접속하지만 결국은 소외되고 마는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참사”라는 세월호 사고는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통해 초단기간에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진입했다고 자부하던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좌우와 노소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의 성취에 대한 일정한 자부심을 공유하고 있던 대다수 한국인들은 이 비극적인 사고와 그에 대한 허술한 대응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간 IMF 이후 한국사회에 밀어닥친 극단적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정글에서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하기에 바쁘던 우리 사회의 성원들은 이 참사를 계기로 그간 잊고 있던 ”세상이 도대체 왜 이래?’ 라는 성찰적 질문을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던지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서른 개의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우리 사회를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책은 정체성과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한 위기의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시의적절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이 책을 통해 그간 여기저기서 들어왔지만 정확히 알지 못하던 많은 이론들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만 이론이라는 것의 일반적 특성이 그러하듯 탁월하고 날카로운 분석에 비해 해결책의 제시가 많이 미흡해 보인다는 점과, 필자 중 한명이 잘 지적했듯이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마저도 국내 학자의 선구적 연구보다 서구의 수입 담론을  더 우위에 두고 추종하는 한국 지식사회의 사대주의적 풍토는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목 차

 

머리말 한국사회가 벼려야 할 새로운 가치를 찾는 여정-[기획회의] 편집위원회

 

1장. 나는 항상 배고프다

소비사회_소비의 식민지에 저항하라-장석주

자기절제사회_유혹과잉 시대의 자기절제는 개인의 몫이 아니다-문소영

낭비사회_우리 삶이 지포라이터 같았으면 좋겠다-정윤수

잉여사회_이 시대의 잉여는 진정한 잉여가 아니다-노정태

하류사회_임계점이 낳은 청춘들의 좌절-한기호

탈학교사회_탈학교로 가속화하는 학교 변화-김종락

허기사회_서로 어깨를 겯고 광장으로 나가자-장동석

 

2장.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위험사회_새로운 근대로 가는 길-한승동

분노사회_들끓는 분노를 차분한 의지로-김찬호

감시사회_역감시사회-김진혁

과로사회_일을 줄일 수 없는 사회-변정수

탈감정사회_탈감정은 무감정이 아니라 유사감정이다-정희진

피로사회_신자유주의 속 지배받는 또 다른 주체-강양구

투명사회_한국사회, 어디까지 투명해봤니-김종목

탈신뢰사회_믿음이 가능하지 않은 시대-채진원

 

3장, 괴물들이 사는 나라

승자독식사회_1등만 기억하는 세상-손석춘

격차사회_두 개의 숫자가 말하는 한국사회-이원재

부품사회_실업자 300만, 혼자만 잘 살믄 뭔 재민겨?-정운현

주거신분사회_집으로 신분이 결정 나는 사회-제윤경

팔꿈치사회_적법한 반칙을 깨뜨리자-김경집

영어계급사회_영어 불평등을 통해 평등한 사회 상상하기-문강형준

절벽사회_죽임의 사회에서 상생의 사회로-이원석

제로섬사회_제로섬의 굴레에서 벗어나 따뜻한 경제를-이필상

 

4장. 어느 날 차단되었습니다

분열사회_한국의 분열사회는 어떻게 진전되었는가-홍기빈

네트워크사회_웹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유토피아일까-박권일

단속사회_자본, 정치 그리고 소통-김민웅

루머사회_괴담의 근절은 억압이 아니라 소통이다-김용민

무연사회_고독사와의 결별을 꿈꾸며-전영수

싱글사회_‘나 혼자 산다’가 당연한 세상-김용섭

신 없는 사회_종교과잉 시대, 우리는 신 없는 사회에서 살 것인가-신상목

 

맺음말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정수복

부록 그 밖의 사회들- 이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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