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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회/한국사회

논객시대 - 인문 사회 담론의 전성기를 수놓은 진보 논객 총정리 (노정태 지음, 반비 펴냄)

by 서음인 2016. 5. 28.

1. 이 책은 외환위기와 정권교체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그리고 유신의 딸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중반에 이르는 뜨거운 격동의 시대를 각자의 말과 글을 통해 치열하게 살아나갔던 아홉 명의 진보 논객들의 열전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박노자나 김규항과 같은 사회주의자에서부터 유시민이나 강준만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자, 그리고 고종석과 같은 '개념 있는' 우파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적 스펙트럼을 가진 여러 ‘진보’ 논객들이 썼던 책을 꼼꼼히 살핀 후, 각각의 텍스트로부터 그들의 생각과 고민, 더 나아가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왔던 한국사회의 모습을 읽어내는, 저자 스스로가 서사적 논픽션 (Narrative Nonfiction) 이라고 규정한 작업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부분 상당히 독창적이면서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가끔은 지적 ‘오버’ 로 느껴지는 부분도 존재하는 것 같다. 혹시 한때 내가 좋아하고 열광했던 특정 논객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내러진 경우에 저자가 ‘오버’ 한다고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여간 이 책에 소개된 모든 논객들의 글을 읽어왔고,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떠나 많은 경우 그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해 왔으며, 심지어 한때 그들 중 일부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던 나로서는 그들의 개인적 ‘실패’와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의 실패를 읽는 것이 그다지 편안하지 않다.

 

2. 따라서 이 책은 한때 한국의 지성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고 지금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라성같은 진보 논객들의 흥미로운 열전임과 동시에, 그들이 그렇게 바꾸기를 원했지만 오히려 여러 면에서 과거보다 퇴보한 것처럼 보이는 우리 사회를 성찰하기 위한 좋은 텍스트이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그들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 세상을 이해했으며 그들과 함께 희망하고 절망했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상식과 진보 (라기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된 보수의 신념인 자유와 민주) 의 가치가 통용될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했던 짧았던 시기를 회고하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과 함께 한숨을 내쉬는 사람이라면, 우리와 함께 격동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말과 글을 무기로 힘껏 싸워 왔던 이들 논객들의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의 시대를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P.S. 한 마디만 첨가하자면 구소련 출신의 사회주의자인 박노자와 롤스와 포퍼를 스승으로 삼는 ‘개념 있는’ 보수주의자 고종석이 이 책에서처럼  ‘진보 논객’ 이라는 카테고리로 함께 묶인다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정황에서나 가능한  일종의 아이러니지만, 그것이 큰 흠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어자피 맹목적 반공과 개발독재에 대한 찬양 이외의 지적 콘텐츠를 가져 본 적도 없었거니와 가질 필요도 없었던 한국의 가짜 보수들에게는 애초에 그 둘의 차이를 구분할 만한 지적 능력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목  차

                                                                                                                 

1. 강준만_ 태초에 강준만이 있었다

…실명비판은 무엇을 낳았나

…근대의 주체에서 정치의 주체로

…안티조선이라는 시민운동

…'옥석논쟁'과 정치 논객으로서의 강준만

…민주당 분당과 호남사람 강준만

…정치에서 문화로

…왜 안철수 지지로 돌아섰는가

…강준만과 강준만은 소통할 수 있는가

…위엄 있는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

 

2. 진중권_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공산주의를 포기한 운동권 청년의 선택

…풍자와 조롱을 무기로 싸우는 논객의 탄생

…농담을 할 줄 아는 논객의 탄생

…상상력이라는 뒤늦은 유행에의 몰입

…황우석과 「디 워」사건, 그리고 호모 코레아니쿠스

…네티즌이라는 호모 코레아니쿠스와의 공모

…촛불시위, 그리고 대선이라는 마지막 싸움

…존재 미학이라는 최후의 개념

 

3. 유시민_ 돌아온 지식소매상, 부도 난 정치도매상

…지식소매상의 귀환

…<조선일보>가 이끄는 앙시앙 레짐과의 싸움

…'정당 브레이커'라는 오명

…정치도매상의 카무플라주

…선명한 적을 잃은 논객의 중언부언

…노무현의 정치적 이익을 가리키는 나침반

…우리에겐 노무현의 사후 자서전이 아닌 노무현 평전이 필요하다

 

4. 박노자_ 어디에도 없는 남자

…소련에서 왔지만 러시아로 돌아가야 했던 유학생

…주변인으로서의 서양인 정체성

…터무니없을 정도의 해박함

…모든 것을 비판하는 급진적 불교도 마르크스주의자

…급진성의 결말은 냉소주의?

…참고사례는 어디까지 필요한가

…개인적 반란을 어떻게 대승화시킬 것인가

 

5. 우석훈_ 청년들에겐 꼰대, 386에겐 광대

…고장난 시계를 들고 분주히 뛰어다니는 토끼

…한미 FTA 추진에 공분을 불러일으키다

…기업.정부.외교 경험을 모두 갖춘, 진보 논객

…『88만 원 세대』,그리고 20대 논객들의 이야기

…골프 동맹군과의 전쟁

…엘리트들의 엘리트, 책사를 꿈꾼 C급 경제학자

…'우리'가 이겼다면 달라졌을까

 

6. 김규항_ 예수 건달 지식인

…영화를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낳은 논객

…지식인을 비판하는 건달

…배운 건달이라는 딜레마

…노력하는 마초, 페미니즘을 비판하다

…우리 안의 이명박을 비판하기 위해 예수를 부르다

…대중문화와 교육의 문제를 거쳐 종교를 화두로

 

7. 김어준_ 늑대소년은 이탈리아에서 무엇을 보았나

…3수생의 배낭여행이 남긴 것

…세계시민적 개인주의자의 월드컵 열광

…우리는 강팀이다

…노무현과 황우석이라는 섹시한 응원의 대상

…세계시민적 개인주의자와 음모론적 정치 선동가의 공모

…외환위기 이후, 세계시민적 개인주의자의 불안한 삶

…수십 만 비정규직 청취자들의 비자발적 자유를 대가로 한 김어준의 자유

 

8. 홍세화_ 혁명 투사가 된 '빠리의 택시운전사'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이름표

…자신에게 새겨진 피의 역사에 눈 뜨다

…남민적 투사 홍세화의 자전적 에세이

…남민적 사건과 씰비와의 로맨스

…1990년대이기에 가능했던 똘레랑스 열풍

…똘레랑스와 앵똘레랑스 사이는 없다

…존재와 의식의 괴리

 

9. 고종석_ JS를 이해하기 위하여

…꺼림칙한 절필 선언문

…기자-소설가-언어학자라는 세 가지 정체성

…유럽통신과 사랑의 말들

…안티조선부터「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까지

…지는 편에 서는 소극적.도피적 낭만주의

…진보정치의 몰락, 그리고 기자 고종석의 절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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