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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철학29

성 혁명 (빌헬름 라이히 지음, 새길 펴냄) 1. 내가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 1887-1957)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본 것은 독일의 여성 정치신학자인 도로테 죌레(Dorothee Soelle 1929-2003)의 책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를 결합해 자신만의 독특한 性-정치 이론을 전개했다는 이 괴짜 학자는 잠시 내 지식욕을 자극했지만, 호기심에 구입한 그의 저서들을 잠시 들춰본 후 그 낯섦과 난해함에 질려 곧 흥미를 잃고 말았다. 그 후로도 68운동이나 성 혁명, 파시즘 체제와 관련하여 가끔 그의 이름과 저술들이 언급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지만 식어버린 흥미가 다시 살아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유명한 스타 목회자 한 분이 논란이 된 반동성애 설교에서 라이히의 이름을 언급했다는 기사를 보고 갑자기 이 괴.. 2016. 6. 1.
전체주의의 기원 1,2 (한나 아렌트 지음, 한길사 펴냄) 1.『전체주의의 기원』은 20세기의 가장 탁월한 정치사상가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75)의 처녀작이다. 독일 출신의 유대인으로 하이데거와 야스퍼스 밑에서 공부했으며 2차 세계 대전당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그녀는 이 책에서 20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인류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었던 ‘절대악’으로서의 정치체계인 “전체주의” - 즉 히틀러의 나치즘과 스탈린의 공포정치 - 의 기원과 특징에 대해 상세히 분석한다. 3부로 나누어진 이 방대한 책에서 1부 반유대주의와 2부 제국주의는 이 책의 핵심인 3부 전체주의를 위한 서론 격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반유대주의와 제국주의가 전체주의의 도래를 위한 길을 닦았다” 라는 정도로 요약될 수 있다. 칼 야스퍼스의 말처럼.. 2016. 6. 1.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 (철학아카데미 지음, 동녂 펴냄) 그리고 네 권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21. 후설 & 하이데거 24. 헤겔 & 마르크스 32. 푸코 & 하버마스 34. 벤야민 & 아도르노) 1.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은 20세기의 사상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2명의 독일 현대 철학자들(칼 맑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프리드리히 니체, 로자 룩셈부르크, 마르틴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테오도르 아도르노, 한나 아렌트,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 위르겐 하버마스, 악셀 호네트)에 대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철학아카데미에서 강연한 내용을 글로 엮은 책이다. 이 철학자들은 자본주의의 폐단이 심화되면서 공산주의와 나치의 출현을 겪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경제적 도덕적으로 피폐해진 당대 독일의 상황 속에서, “자본주의를 반대하거나 비판하면서 그리고 인간 실존을 규명하거나 분석하면서 당대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이 직면했던 문제를 인간과 인류의 보편적 문제로 확장시키며 새로운.. 2016. 6. 1.
형성과정에 있는 종교 (A.N 화이트헤드 지음, 동과 서 刊) 탁월한 수학자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명으로, 현대신학의 가장 강력한 지류 중 하나인 과정신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화이트헤드의 대표적인 종교철학서인 이 책을 읽는 것은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었다. 이 비교적 얇은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집어던지고 싶었던지... 과거에 읽었던 몇 권의 현대신학 소개서들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참된 독서가란 모름지기 자신의 능력에 넘치는 책을 끈기있게 읽어 내는 경험을 통해 귀한 성취감은 물론 지적 도약을 이루어 내기도 하는 법! 아마도 이 어려운 경험이 내 독서생활의 귀한 자양분이 되리라고 스스로 자위해 본다. 이 철학자의 사상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기술하는 것은 내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 2016. 6. 1.
ICON (진중권 지음/ 씨네21북스) 저자인 진중권은 이 책을 “철학이라는 운영체계의 아이콘, 즉 개념들의 용법을 다룬 일종의 매뉴얼”이라고 정의한다. 그에 의하면 오늘날 철학은 세계의 “기술 description"이 아니라 ”해석 interpretation" 이며, 절대진리라는 우상의 지위에서 내려와 세계를 해석하는 데에 쓰이는 개념들의 도구상자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그러한 관점에 서서 그에게 세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 준 몇몇 철학의 개념들을 현실과 일상의 구체적 맥락 속에 적용하면서 흥미있게 제시하고 있다. 펼쳐드는 순간 과연 진중권의 책답게 문학과 예술, 철학과 종교, 미학과 정신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의 향연, 혹은 유희가 흥미 있게 펼쳐진다. 기본적으로 좌파적 스탠스를 유지하면.. 2016. 5. 31.
쿤 & 포퍼,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장대익 지음, 김영사 펴냄) 1. 현대는 과학의 시대이다. 현대과학은 인류의 삶을 짧은 기간에 혁명적으로 변화시킴으로서 지금까지 어떤 지식체계도 가지지 못했던 엄청난 힘을 보여주었으며, 그 결과 현대인에게 ‘과학적’이라는 말은 곧 ‘진리’라는 말과 동의어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오늘날 수많은 지식체계 (저자에 의하면 마르크스주의, 한의학, 창조과학 등) 가 자신이 ‘과학’임을 입증함으로서 권위를 획득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따라서 과학과 非과학을 가르는 기준이 과연 무엇인지, 다른 말로 하면 이 책의 제목처럼 ‘과학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지’라는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질문, ‘과학이란 무엇인가’ 를 놓고 칼 포퍼와 토마스 쿤으로 대표되는 20세기 과학철학자들이 벌인 .. 2016. 5. 30.
열린사회와 그 적들 I, II (칼 포퍼 지음, 민음사 펴냄), 칼 포퍼 - 우리는 20세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칼 포퍼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1. 20세기 서구 지성사의 거인 중 한 사람으로 모든 종류의 전체주의에 맞서 ‘열린사회’로 대표되는 자유주의를 열렬히 대변했던 칼 포퍼의 대표작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드디어 읽었다. 대학 시절 자극적인 제목과 멋진 겉표지에 반해 구입한 후 최근까지 서재의 한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가 강산이 두 번 바뀌고 누렇게 색이 바랜 후에야 읽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일전에 서점에서 각주까지 완전히 번역한 이 책이 새 번역과 새 정장으로 다시 나온 것을 보았다. 2. 포퍼는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절대적 진리에 도달할 수 없으며, 중요한 것은 진리의 소유가 아니라 오류를 줄여 나가는 공동의 작업을 통한 진리에의 접근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의 길이 열려 있는 .. 2016. 5. 28.
생각의 지도 - 진중권의 철학 에세이 (진중권 지음, 천년의 상상 펴냄) 1. 오늘날 주로 수필을 가리키는 ‘에세이’ 라는 말은 원래 ‘논문’까지를 포괄하는 폭넓은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고 한다. 저자인 진중권은 이 책에 묶인 “논문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며, 굳이 말하자면 논문과 수필을 뒤섞어 놓은 듯한” 글들이야말로, 바로 이런 특정한 의미에서 ‘에세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근대 과학주의의 영향으로 ‘논문’이 학적 글쓰기의 배타적 표준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인문학의 미래는 철학적 논문과 문학적 수필이 구별되지 않는 ‘에세이’ 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한다. 2.. 진중권은 “인문학이란 결국 그 시대에 적합한 유형의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사회적 기획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16세기에 인쇄술과 함께 열린 문자문화가 합리적 ‘이성’의 .. 2016. 5. 28.
이것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이진경 외 지음, 문학과 경계 펴냄) 이 책은 "은하철도 999", " 공각기동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원령공주" 등 이제는 우리에게도 친숙해진 열두 편의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해설서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애니매이션 해설서가 아니다. 이 책의 진정한 면모는 저자들의 면면을 이해해야 제대로 파악될 수 있다. 대표저자인 이진경은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일개 대학생 신분으로 저술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이라는 책을 통해, 80년대 운동권을 뜨겁게 달구었다는 그 유명한 "사회구성체논쟁" 을 촉발한 장본인으로 (386세대라면 아마도 NL 이니 PD 니 하는 이야기들을 귓전으로라도 들어 보았을 것이다), 감옥에서 프랑스 철학자인 질 들뢰즈를 만난 후 그의 사상적 스승이었던 마르크스와 결별하고, 현재는 이 책의 다른 저자들.. 2016. 5. 28.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김영사 펴냄),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이양수 지음, 김영사 펴냄) 1.집 앞에 있는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초판이 나온지 7개월만인 2010년 1월 22일이었고, 이미 그때 이 책은 117쇄를 돌파하고 있었다. 물론 독자의 인내력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유럽의 일부 인문학 저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일반 독자가 읽기에 만만하지만은 않은 이 책이 짧은 시간내에 슈퍼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는 것 자체가 정의에 굶주린 한국사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2. 저자인 마이클 샌델은 이 책에서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의 상이한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정의란 행복의 극대화, 즉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의란 개인의 권리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며, 마지막으로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2016. 5. 27.
처음읽는 영미 현대철학 (철학아카데미 엮음, 동녘 펴냄), How to Read 비트겐슈타인 (레이 몽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비트겐슈타인 (존 히튼 지음, 이두글방 펴냄) 1. 처음 읽는 영미 현대철학은 2013년 철학아카데미에서 진행했던 강의를 바탕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비트겐슈타인에서 프레드릭 제임슨에 이르기까지 20세기를 대표하는 11명의 영미 현대 철학자에 대해 소개한 글을 모은 책이다. 저자들은 강연 당시의 구어체를 살려 30페이지를 넘지 않는 분량으로 각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 의의를 간략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좀 더 깊은 연구를 위한 몇 권의 참고문헌을 소개함으로서 독자의 탐구욕을 자극하고 있다. 이 책을 펴든 김에 20세기 최고의 철학자로 꼽히지만 난해하기로 소문난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을 소개하는 두권의 책도 함께 꺼내들었다. 둘 중에는 비트겐슈타인의 원전을 많이 인용하고 있는 레이 몽크의 책이 이 철학자의 사상을 좀더 자세하.. 2016.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