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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교회

기독교를 생각한다(브라이언 맥클라렌 지음, 청림출판 펴냄)

by 서음인 2016. 6. 2.

이머징 교회운동의 대표주자로 얼마 전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 (IVP 펴냄) 를 통해 나와 만난 바 있는 저자는 이 책 기독교를 생각한다 에서 그가 추구하는 새로운 기독교가 무엇이며, 과거의 정통 기독교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는 20세기의 보수주의와 자유주의가 방향만 달랐을 뿐 공히 절대적이고 확실한 지식을 추구하는 근대적인 정초주의의 기초에 세워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책의 원제목인 관대한 정통신앙(generous orthodoxy)을 포스트 기독교 시대의 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로 제시한다. 그가 주장하는 관대한 정통신앙이란 바른 신학 (orthodoxy) 이 바른 실천 (orthopraxy)에 우선한다는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바른 신학이란 좋은 실천을 위한 도구요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교리적 차이를 무시하지 않되 그것을 진리와 비진리의 문제가 아닌 좋은 실천을 위한 부차적 요소로 생각하는 태도이다. 또한 상대주의를 지향하지 않되 타종교인이나 무신론자를 적대시하기 보다는 친구나 동료로 여기며, 그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내 자신의 눈에서 들보를 꺼내기를 원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태도에 근거하여 저자는 다양한 교파에서 강조하는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모두 포용해서 예수님에 대한 풍성하고 다차원적인 비전을 완성하도록 권유하며,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며 지배와 통제에 능한 하나님 대신 사랑과 관계 그리고 자율과 책임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하나님을 제시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교회는 예수님을 우리를 지옥에서 건져주실 구원의 제공자로만 여긴 결과 스스로를 구원이라는 상품의 소비자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혁명적 왕이요 고난 가운데로 제자들을 부르신 예수님을 따르는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교회의 존재이유는 세상을 위한 “선교적” 교회가 되는 것이며, 교회의 사명은 누가 복을 받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축복하기 위한 복의 통로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후에 그는 복음주의에서 자유주의, 근본주의에서 신비주의, 가톨릭에서 재세례파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의 여러 전통들이 보존해온 귀한 진리들을 긍정하며 그러한 유산들을 통하여 그의 새로운 기독교를 설명해 나간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대한 정통신앙이란 이미 도달한 목적지가 아닌  끊임없이 걸어가야 할 하나의 길이며, 올바른 결론이 아니라 올바른 과정이며, “사랑의 공동체 안에서 진리를 찾아 선교의 길을 걷는 것” 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그의 책들은 일견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읽어 보면 의외로 읽기에 편안하지 않다. 논리적이고 명확한 명제로 표현된 “근대적” 지식의 서술에 이미 익숙해진 나에게 논리적이라기보다는 문학적이고, 참과 거짓을 명확히 구분하기 보다는 모순을 인정하는 듯한 그의 서술들은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가 말하는 모든 교파를 초월한 관대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실제로는 도달 불가능한 이상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신앙은 자신이 의식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특정한 전통에 뿌리박고 있을 수밖에 없고, 자신이 선 전통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해할 때에만 참된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통신학이 이미 굳어져서 움직일 수 없는 어떤 도그마가 아니고 실천과 선교의 도상에서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과정이라고 하는 것과 , 우리가 잊고 있었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했던 기독교의 위대한 전통들을 발견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강조한 점 대해서는 그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태도야말로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est)” 라는 개혁주의 신앙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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