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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교회

메가처치 논박 (신광은 지음, 정연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1.침례교 목사인 저자는 이 책에서 목회세습, 헌금횡령, 성직매매 등 요즘 세상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한국교회의 세속화와 타락으로 인한 수많은 문제의 한복판에는 메가처치 현상이 자리하고 있으며, 한국교회 부흥의 열매요 동력이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메가처치야말로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침체 과정에서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규모 자체를 신학적인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메가처치의 크기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며 다른 문제들은 크기에서 파생되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2.저자에 의하면 메가처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전적으로 새로운 현상으로 대중의 출현과 도시화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같은 세속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서 기술적으로 교회성장을 제한하던 요소들이 극복되고, 시장 자본주의의 비즈니스 마인드 및 무한경쟁 무한성장의 원리가 교회에 이식됨으로서 발생한, 태생적으로 지극히 세속적인 교회형태다. 또한 저자는 가정교회나 교구제의 형태였기에 교회의 규모나 교인의 숫자에 관심이 없었던 초대교회 및 중세교회와는 달리, 18 세기의 대부흥 운동을 거치면서 규모나 숫자 및 이벤트나 전도 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으며, 지상명령을 강조하는 20세기의 선교운동 및 맥가브란으로 대표되는 교회성장학의 가르침이 교회에 유입되면서 이러한 숫자나 방법론(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3. 이러한 교회성장학의 가르침에 따라 교회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사탄의 계략이며, 교회성장이야말로 모든 교회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추구해야 하는 절대선이자 최대 목표가 되었다. 이와 같이 기술적으로든 신학적으로든 교회성장의 걸림돌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메가처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교회의 상징이자 모든 교회가 마땅히 추구해야 할 목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메가처치는 자신만 성장할 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교회에도 모두 메가처치의 유전자를 심어 잠재적 메가처치로 만들게 된다.

 

3. 그러나 메가처치란 교회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는 크기의 한계를 넘어버린 교회이기에, 어떤 교회가 메가처치의 규모에 도달하고,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나님 백성의 특징인 거룩과 구별의 정신이 아닌 탐욕주의와 업적주의라는 지극히 세상적인 정신과 가치관이 요구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작은 자와 약한 자를 사랑하시며 그들을 통해 일하시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뜻은 수십 수백의 중소교회의 패배를 희생양으로 삼아서라도 내 교회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무한성장이라는 업적을 향한 탐욕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는 하나님 나라의 질서는 피라미드 모양의 위계질서의 상층에 위치한 담임목사의 절대적인 권한으로 대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메가처치의 행태는 정확히 사탄이 지배하는 세상 질서의 복사판이며, 담임목사의 권력장악이나 헌금횡령, 목회세습과 같은 문제는 그 교회의 본질인 세상적 질서의 지극히 당연한 속성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4. 저자는 또한 철처하게 반 제의적이며 예배와 삶의 통합을 추구하는 성서의 정신과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흥행과 마케팅의 원리를 도입하여 이벤트화되고, 희생이나 십자가, 제자도나 그리스도의 주권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는 메가처치의 예배는 삶과 분리될 수 밖에 없으며 예배자의 삶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 규모로 인해 오직 말로만, 그것도 잘 정리된 수사학적 기교와 선전(프로파간다)의 기법으로만 진리를 전달할 수 밖에 없는 메가처치 목사의 설교는 말뿐 아니라 몸과 삶으로 말씀을 전했던 예수님과 제자들, 초대교회 교인들의 방식과는 판이한 세상의 방법일 뿐이다. 말씀이시지만 육신이 되신 그리스도와 달리 육신이지만 전자메체를 통해 말씀이 되려고 하는 메가처치 목사의 반 성육신적 모습이야말로 비 성서적인 메가처치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메가처치에서 행해지는 이러한 예배와 설교는 저자에 의하면 영적인 쉼과 만족을 제공함으로 세상의 악마적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종교기관에 다름아니다.

 

5. 그렇다! 저자의 탁월한 분석과 지적대로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진 교회, 그중에서도 특히 "메가"로 불릴 만큼 비대하진 교회가 결코 성서가 증거하는 교회의 본질을 담아내는 그릇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면, 한국교회가 가장 시급하게 신학적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주제는 칭의나 톰 라이트가 아니라 교회의 '규모' 혹은 '메가처치 현상'이며,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의 뿌리는 이슬람 동성애 빨갱이가 아닌 주변의 모든 중소교회를 고사시키면서 나홀로 번영을 누리겠다는 '거대 종교 쇼핑몰'들의 존재, 그리고 메가처치를 꿈꾸는 수많은 중소교회들 속에 뼛속까지 각인되어 있는 '메가처치 DNA'의 존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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