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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사회

교회 너머의 복음 - 반골 예수와 하나님 나라 복음 (김대옥 지음, 대장간 펴냄)

by 서음인 2019. 11. 9.

교회 너머의 복음은 북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선교사로 사역한 바 있고, 한동대학교 교목으로 재직하던 중 부당하게 해직되었으며, 최근에는 한 보수교단으로부터 이단이라는 영광스러운(!) 명칭까지 얻게 된 그리스도의 제자 김대옥 목사가 전하는 예수복음그리고 하나님 나라이야기다. 저자는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의 이유를 복음서의 예수와 그가 전하던 복음이 오래 전에 교회 밖으로 내어 쫓겼고교회 안에는 극심한 신학 부재 내지는 편향 상태에 놓인 대중기독교가 전파하는 교리의 예수’만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복음서가 생생히 묘사하고 있는 역사의 예수와 그가 전한 복되고도 위험한 소식인 하나님 나라라는 기독교 선포의 핵심을 보여줌으로서, 독자들이 예수와 그의 복음을 올바로 알고 제대로  실천하며 궁극적으로는 '복음서의 예수'가 교회로 다시 귀환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저자가 보여주는 민낯의 예수를 살피고, 간략한 단상을 덧붙이기로 한다. 

 

예수는 누구인가 - 반골 예수

 

갈릴리 예수   오늘날 강남스타일 교회에서 선포되는 예수는 강남스타일 예수’이며, 그 예수의 복음은 예수 믿고 범사에 잘된다는 성공신학과 번영신학, 긍정의 힘을 강화하는 성공복음이다그러나 그는 시골 벽촌이었던 갈릴리 나사렛에서 온 근본 없고 가난한 일용직 노동자 출신의 순회설교자였으며, 거친 욕설 및 과격한 행동과 함께 죄인들과 어울리고 기득권자들에게 도전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강남 스타일과 정 반대인 갈릴리 스타일이었다.

 

반골 예수   오늘날 예수의 저항과 죽음의 상징인 십자가는 교회의 선포 속에서 단지 대속의 의미만을 전달하고 있으며역사적이고 실존적인 하나님 나라는 내세적이고 영적인 천국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산상설교를 통해 본 예수는 당대의 고통스러운 역사현실을 애통해했고, 정의에 굶주리고 정의를 위해 박해받았으며, 폭력의 질서를 거부하고 공평과 정의와 사랑과 평화가 지배하는 하느님 나라를 꿈꾸었던 반골이었다.

 

변혁자 예수   예수는 당대 유대주의의 생각, 전통, 신앙방식, 율법체계에 도전했으며, 당대 지배체제의 패려다임 자체를 철저히 거부했다. 그는 도무지 차별하지 않는 사랑의 하나님을 선포했고, 안식일은 인간의 회복을 위한 날이라고 선언했으며, 죄인을 양산하는 당대의 성전제도와 사회적 위계질서를 전복했다. 또한 개인주의적이고 구복적인 종교를 거부하고 이땅의 현실 속에 구현될 하나님 나라를 가르쳤던 변혁자였다. 

 

그는 어떤 세상을 꿈꾸었는가 - 하나님 나라

 

복음   예수 믿고 구원받아서 천국과 영생에 이른다는 대중기독교의 '복음'은 타계적이며 기복적인 반쪽짜리 복음에 불과하며, 성경에 나오는 복음은 우리의 오해나 타종교의 가르침과 달리 내세의 천국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인간현실에 주목한다. 그리스도가 선포하는 복음의 실제는, 궁극적으로 죄와 사망에서 해방되어 영생에 참여케 하는 것뿐 아니라, 지금 여기 이 땅의 파괴된 현실에서의 자유와 해방, 그리고 모든 피조계까지를 포괄하는 총체적 회복의 비전까지를 포함한다. 복음은 가난한 자들에게는 기쁜 소식이지만 부자와 가득권자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며, 자유와 해방뿐 아니라 고난과 박해를 가져온다.

 

왕국과 구원  '이신칭의'의 교리를 강조하는 개신교는 예수의 핵심 메시지인 하나님 나라를 간과했으며, 대중기독교의 구원론은 타계적인 구원론, 지구 파멸적 종말론, 창조 세계가 배제된 영혼구원론, 오직 믿음이라는 칭의론적 구원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구약이 소망하고 예수의 십자가를 통해 주어지는 죄사함의 구원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죄에서 해방된 인간들이 온전한 자유자로 살아가면서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성경은 '지금 여기'에 임하는 하나님의 풍성한 구원역사를 중단 없이 증거하고 있으며, 팔복의 메시지를 포함한 복음서의 본문은 반드시 하나님 나라의 전복된 현실이라는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샬롬   대중기독교가 강조하는 죄 용서의 이미지에만 집중한다면 출애굽과 희년성전포로귀환예언자들의 메시지를 포함해 성서 전체가 입체적으로 강조하는 '지금 여기'에서의 샬롬이라는 풍성한 구원한 지평을 놓치게 된다하나님의 나라는 삶의 전 영역에서 뿐 아니라 온 우주적 지평에서 매인 것이 해방되고 왜곡들이 회복되는 '샬롬'을 기대한다. 이는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존엄을 누리며 사회적 공평과 경제적 균등 그리고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될 세상을 전망하며, 공의로운 사회건설이 빠진 예배가 하나님 앞에 무효함을 선언한다.

 

희년   예수는 자신의 취임사에서 이사야 61장을 인용하면서 정의로운 샬롬의 세상인 하나님 나라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지금 여기'에서의 상시적인 희년을 제시했다. 희년은 기존의 사회적, 신분적, 세습적 질서를 일거에 원위치해버리는 급진적인 사회변혁 프로그램이었다. 예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난으로 허덕이는 현실 속에서 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년을 실천하지 않은 탐욕의 죄라고 여겼으며, '선한 사마리아인'을 예로 들며 하나님 나라가 이 땅 위에 편만히 임하기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곳에 바로 영생의 길이 있음을 가르친다. 하나님 나라의 가장 중요한 시공간은 '지금 여기'다.

 

그 세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지금 여기'에서의 실천!

 

회심   성경이 말하는 거듭남과 회심은 개인이고 감정적 참회를 경험하는 것을 넘어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의 나라의 가치를 실천하는 새로운 삶으로의 공적이고 사회적인 방향전환을 의미한다.  삭개오는 예수를 만나 개인으로부터 사회로, 맘몬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로, 자기중심성에서 이웃으로, 자신의 안녕에서 공공의 안녕으로 회심했으며, 이러한 급진적 실천에 실패한 부자 청년은 회심에 이르지 못한 채 근심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부자들에게 유일한 구원의 길은 그들이 재물 곧 맘몬으로부터 회심하여 가난한 사람과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있다


연대   구약성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율법과 희년제도를 두었으며예수는 자신의 취임사에서 희년의 실현을 선포하고 산상수훈을 통해 가난한 자들을 향한 관심을 재확인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가난과 정의에 대한 그침 없는 관심을 표명하며, 이웃의 가난을 무시하고 풍족함을 누리는 부자들에게 하나님의 심판을 선포한다. 포도원 주인의 비유에 따르면 그 나라는 모든 노둥자에게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의 기회와 최소한의 임금이 주어지는 나라이며, 가난한 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더불어 싸울 때 비로소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저항   요셉의 예에서 보듯 아무리 개인적 경건과 윤리에 철저하다 해도 기존 질서에 무비판적으로 충성하는 것은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불의한 체제를 공고히 함으로서 약자들의 고통을 배가하는 데 기여하는 악이 될 수 있다기독교는 대속적 종교인 동시에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의 종교다. 그리스도인들은 당대의 기득권 질서에 저항하고 그 질서를 정당화해주는 신학을 거부했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구현해가는 데 헌신해가야 한다예수의 제자는 그저 착하고 체제순응적인 사람이 아니라팔복의 정신과 십자가로 표현되는 예수의 저항정신과 반골정신신앙의 기개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


확장  교회는 예수의 하나님 나라 복음에 기초해 형성된 대안 공동체로, 초대교회가 보여준 능동적 참여의 기도와 성령충만을 통한 급진적 변화를 '지금 여기'에서 입증해 보일 수 있어야 한다하나님 나라는 교회뿐 아니라 세상 한 복판에까지 편만하게 임해야 할 하나님의 통치현실이며, 따라서 교회는 마땅히 교회 경계선 밖의 예수를 따라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해 갈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이를 위해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사랑과 연민불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저항예수의 단순한 라이프 스타일 따름이웃과 사회에 관한 공동체의 관심과 배움예배와 사회참여의 균형이 필요하다.  

 

몇 가지 단상 - 내 신앙의 리트머스 시험지

 

1.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역사적 예수가 삶과 가르침, 죽음과 부활로 보여 준 총체적 복음의 비전에 의해 회심한 제자들이, 저항과 연대를 통해 세상 한가운데인 지금 여기서 이루어가는 하나님 나라다. 저자의 이야기는 명쾌하고 이해하기 쉽지만 결코 피상적이지 않으며, 자신의 메시지를 몸으로 살아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칼날 같은 통찰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뒤틀리고 오염된 대중 복음의 안경을 벗고 단순한 눈과 제자의 마음으로 복음서를 살핀다면 저자가 강조하는 예수와 복음,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급진성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2. 하나님 나라의 전복된 현실이라는 맥락에서 읽으면 이렇게 명확한 본문을 왜 그렇게 이해하기 힘들었을까?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 나라의 도래를 원치 않는 마음으로 그 본문들을 대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유대인들이 예수를 고소하고 로마인들이 그를 십자가에 매단 것처럼, 백석 교단이 저자를 이단으로 정죄하고 한동대가 그를 해직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보여주는 예수, 그가 이해하는 복음, 그가 꿈꾸는 하나님 나라는, 일개 기독교 대학이나 평범한 보수 교단 중 하나 정도가 품기에는 너무 크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3. 그러나 저자는 무조건 자신의 급진적 이해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이 책에서 대중기독교의 폐혜가 워낙 심각한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여 주로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내재성을 강조했지만, 하나님 나라의 초월성과 내재성, 미래성과 현재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아무리 훌륭한 그리스도의 제자라도 하나님의 기준에 완전히 도달할 수는 없으며, 구체적 실천의 영역에서는 각 개인의 다양성과 선택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4. 그럼에도 저자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총체적 청사진만은 모두에게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러 이유로 이 책에서 제시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이 기준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50대에 접어들면서 지킬 것이 많아져버린 내게도 이 책의 주장은 매우 버겁다. 그러나 내 신앙은 아직까지 강남 예수가 복음서가 증언하는 그 예수라고 생각할 정도로 바닥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만일 내가 진심으로 대중 기독교강남 예수를 긍정하기 시작하는 날이 온다면, 그 날은 바로 내 신앙의 장례일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앞으로 내 신앙의 추락을 경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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