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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성서학

사탄의 가면을 벗겨라 (월터 윙크 지음, 박 만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

by 서음인 2020. 2. 15.

사탄의 가면을 벗겨라는 뉴욕 오번 신학대학의 성서학 교수이자 현대 문명의 폭력성에 대한 예언자적 비평가였던 월터 윙크(Walter Wink, 1935~2012)의 유명한 사탄 3부작 - Naming the Powers, Unmasking the Powers, Engaging the Powers - 중 두 번째를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1권인 사탄은 무엇인가(미번역)가 정사, 권세, 천사, 악한 영들, 국가의 천사들, 우주의 원소들 같은 용어들이 신약성서에서 어떤 의미로 쓰였는가를 성서 본문을 바탕으로 주해한 성서신학적 작품이고,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이 사회과학적 접근을 통해 구원하는 폭력이라는 지배체제의 악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의 방식인 비폭력 저항으로 맞서야 함을 설파하는 작품이라면, 사탄의 가면을 벗겨라는 성서에 언급된 영적 실재들의 정체가 무엇이며 어떻게 그들에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융의 분석 심리학에 근거하여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성서에 나오는 사탄, 마귀, 천사들, 신들, 우주의 원소들과 같은 영적 권세들은 우리의 삶 가운데 편만하게 펴져 있는 실재로, 제도나 구조 체계와 같이 외부에 구현된 권세의 내면적 영성을 일컫는 용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유물론이 지배하는 현대 세계는 이러한 영적용어들을 포기함으로서 이들이 나타내고자 하는 실재도 포기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이 성서의 자료에 입각한 포스트유물론적 우주론을 세움으로서 유물론적 우주론이 잃어버린 영적인실재들과 그 이름이 가리키는 경험을 의식해야 하며, 권세들의 가면을 벗김으로서 사람들이 어떤 세력에 사로잡혀 있는지 깨닫게 하고 자유롭게 미래를 선택하도록 해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탄 · 마귀 · 천사들 · 신들 · 자연의 원소들 같은 영적 실재들은 사람들 위에 있으면서 사람들 가운데/사이에 작용하는 중간적 존재들(intermediate being)이다. 사탄이나 마귀 및 신들은 주로 인간의 심리 속에 존재하는 원형적 형상에 가깝고, 교회/국가/자연의 천사들은 집단적 구조의 내면성이며, 우주의 원소는 물리적 현상의 배후에 있는 원리다. 이들은 모두 선하게 창조된 하느님의 세계 경륜의 일부이지만, 사람들이 그 실재들의 그림자를 거부하거나 억압함으로서, 그리고 창조주를 거역하고 그 실재들을 절대시함으로서 악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일단 마귀가 되면 마귀들림이라는 형태로 돌아와 개인과 집단을 사로잡는다.

 

(1) 하느님의 뜻에 반역하고 교만해진 구조의 내면성이나 원리인 천사원소마귀에 대해서는 일단 창조 경륜의 일부인 그들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가면 벗기기’와 마귀축출을 통해 그들의 정체를 밝히고 그 우상숭배적 성향을 폭로함으로서, 그들이 하느님으로부터 원래 받은 소명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2) ‘사탄이나 개인적 마성또는 신들은 원래는 악하지 않은 인간 심성의 본래적 부분이지만, 분열된 후 억압되거나 통전되지 못한 채 악해지고 인간의 지배하게 된 무의식 속의 원형적 형상들이다. 이러한 우리 안의 악과 그림자를 거부하여 축출하려 하거나 억압한 후 타인에게 투사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이 그림자들에 용감하게 직면하여 이름을 붙이고 자기 것으로 인정하여 다시 통합한 후 하느님 앞에 가져감으로서 그 지배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이 책은 성서에 나타나는 영적 실재들의 의미를 철저히 원형'이나 그림자개성화 과정과 같은 융 심리학의 이론에 기대어 해설하며, 따라서 융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가 저자의 이야기를 알아듣기란 매우 어렵다. (다행히 번역자인 박 만 교수가 책의 서두에 이 책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융 심리학 해설을 붙여 놓았다.) 그리고 이란 개성화 과정이라 불리는 인격의 성숙을 위해 반드시 다시 통합되어야 하는 의 억압된 그림자라는 저자의 생각은, 영적 실재들을 의 편과 의 편으로 철저하게 구분하는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의 패러다임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낮설게 느껴질 것이다. 기독교 전통 중에서는 사탄까지도 구원받게 될 것이라는 교부 오리겐의 총괄회복이나, 악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사건을 완성을 위한 과정으로 간주하는 현대의 과정신학이 저자의 생각과 가장 비슷해 보인다.

 

현재 상황에서 이 쉽지 않은 책에 대한 평가는 내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다. 성서에서 발견되는 영적 권세들이 독립된 인격적 실체가 아니라 우리를 지배하는 제도나 구조의 내적 영성이라는 통찰력 넘치는 생각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었지만, ‘이 궁극적으로는 통합되어야 할 한 실체의 두 얼굴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에도 불구하고 꽤 당혹스럽다. 앞으로 접할 예정인 저자의 또 다른 책인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을 통해 책과 저자에 대한 이해가 더욱 밝아지길 기대해 본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으로 리뷰를 마치도록 한다.    






본문 요약




서론

 

신약성경에 나오는 정사와 권세들’(principles & powers)은 물리적 · 심리적 · 사회학적 실존을 결정하는 힘들을 가리키는 포괄적 범주이며, 보통 외부로 나타나는 형태와 이러한 외적 조직에 신뢰와 권력을 부여하는 내적 영성이라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대인들은 이러한 사물의 내면성을 그들이 이용할 수 있었던 유일한 수단인 상징적 투사를 통해 인격적 실체로 포착하였고, 이렇게 함으로서 이들의 영향력을 점검하고 감시할 수 있었다. 이 책이 다루는 사탄, 마귀들, 교회의 천사들, 국가의 천사들, 신들, 요소들, 자연의 천사들이 바로 실재에 숨어 있는 내면성의 예들이다. 이를 현대적으로 번역하면 모든 제도나 구조와 같이 지상에 구현된 권세와 그들을 지배하는 권력 엘리트는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만으로 알 수 없는 그 자체의 본래적 영성, 내적 본성, 혹은 특정한 에토스를 가진다는 의미다.


유물론이 지배하는 세속주의 사회인 현대는 이러한 영적언어들을 포기함으로서 이 언어가 나타내고자 하는 실재도 포기했으며, 그 결과 2천 년 전보다 더욱 거대하고 위험해진 정사와 권세들을 기술할 적절한 어휘들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책이 현대의 금기가 되어버린 이 주제를 다루는 이유는 유물론적 세계관이 자연과학의 비판적 엄밀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연과의 참여적인 관계를 회복하려는 유기적 생명고양의 세계관에 의해 대체되어가고 있으며, 개인의 참된 개성화는 사고 · 감정 · 행동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핵심적 신화체계를 중심으로 통전될 때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탄이 있느냐는 형이상학적 질문이 아니라 사탄으로 이름지워진 그 경험, 그 악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이다.

 

오늘날 기독교가 신뢰성을 잃고 있는 이유는 그 메시지가 더 이상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영적인메시지가 유물론적 우주론 속에서는 의미 있게 소통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책의 목표는 성서의 자료에 입각한 포스트유물론적 우주론을 세움으로서 유물론적 우주론이 잃어버린 영적인개념들을 회복하고 그런 이름으로 불렸던 경험을 의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권세들의 가면을 벗기는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어떤 요인들 때문에 결정되었는지를 깨닫게 함으로서, 그들이 미래에 결정될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해방시키기 위함이다.

 

1장 사탄

 

하나님의 종/악한 자로서의 사탄   초기 이스라엘의 신앙은 선한 일 악한 일을 모두 야훼의 일로 간주했다. 구약성서에서 사탄은 하나의 인격이라기보다 유혹자, 정죄자, 기소자, 집행자라는 기능으로 나타나며, 완전히 비이원론적인 형태로 신성과 통합되어 있는 하나님의 신실한 종으로 간주된다.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사탄)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 안에 하나로 통합되어 있던 빛과 어두움이 구분되었고, 점차 야훼의 밝은 측면은 천사들에 의해, 어두운 측면은 사탄과 그의 마귀들에 의해 대표되게 되었다. (악한 자로서의 사탄) 사탄의 타락은 원형적 움직임으로서 악의 집단적 상징화 속에서 발생하며, 개인적 집단적인 그림자의 총합, 하느님으로부터 소외된 사회의 정신, 악을 행하도록 격려하는 시스템, 자신을 우상숭배적으로 확장하는 데 최고의 가치를 두는 사회의 내면성이다. 이러한 사탄은 인격이라기보다 원형적 실재에 가까우나, 인간들이 선택한 이 악은 사회 전체에 걸쳐 침전물로 쌓여서 세계 전체로 확대된다.

 

 

카멜레온으로서의 사탄   사탄이란 신적인 과정의 한 기능이자 하나님의 목적 안에 있는 변증법적 목적이며, 사람이 창조적인 선택을 하기를 거부하여 변증법적 긴장을 깨뜨릴 때 악하게 되는 것이다. 사탄을 절대적인 악으로 제한하는 것은 우리 안의 그림자를 무시하거나 거부하고, 그 그림자를 우리의 적대자에게 투사하여 그들을 절대악으로 몰아 그들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행위다. 사탄은 하나님의 신비의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나오는 자율적 정신이지만 사탄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결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다. (카멜레온으로서의 사탄) 우리가 창조적 변혁을 의식적으로 결단하고 선택하며, 그림자의 목소리를 자기 발견과 훈련의 계기로 삼고, 하느님의 뜻을 찾는 확실하지 않은 모험을 감당한다면, 사탄은 하느님의 종으로 나타날 것이며 우리의 실수와 잘못된 선택조차 변화와 성숙을 위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악과 그림자를 거부하고 억압함으로서가 아니라 그것에 용감하게 직면해 이름을 붙이고, 자기 것임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가져감으로서 변화되고 새로워질 수 있다.

 

2장 마귀들

 

악마적인 것은 20세기의 대표적인 정신이자 사실이다. 스스로를 최고선으로 드높인 집단적 구조에서 형성된 정신인 집단적 마귀는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지배하며, 인간 영혼 깊은 곳의 거칠고 통전되지 못한 어두움인 내면적 마성은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집단적 행위로 표출된다. 오늘날 사람들이 사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은 초월에 대한 목마름의 지표이기도 하지만, 온 세계가 악한 자의 권세 아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보다 개인적인 마귀에 대한 믿음을 인정하는 세계관을 받아들임으로서 곤경에서 도피하려는 경향 때문이기도 하다.

 

외부에서 오는 개인적 마귀들림이란 낯설고 외적인 어떤 것이 한 개인을 붙잡고 지배하는 것으로, 이는 그가 집단적 마귀들림을 감당함으로서 사회 전체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창조질서에 반하는 권력 의지인 마귀의 지배는 오직 예수와 함께 임한 하느님의 통치로부터 시작되는 은혜를 통해서만 폭로될 수 있다. 이 경우는 마귀축출이 조심스럽고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집단적 마귀들림은 신이나 마귀가 집단이나 나라 전체를 사로잡아 죽음을 섬기도록 충동하는 것이다. 일단 악이 사회화되면 대중은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집단적 가학주의라는 죄악을 도덕적으로 면제받게 된다. 이 경우 마귀축출이란 악을 노출하고 폭로함으로서 그 불가시성을 빼앗고 더 이상 대중들이 무의적으로 사람이 사탄과 공모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다. 개인의 내면적 마성이란 인간 심성에 본래적인 부분이지만 분열되거나 억압된 채 통전되지 못한 측면으로, 그 자체로는 악하지 않으나 억압됨으로 악하게 되는 인간 정신의 어떤 부분이다. 이 경우 마귀축출이 아닌 직면하고 의식화하고 받아들임으로서 그림자를 통합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3장 교회의 천사들

 

교회의 천사들이란 교회의 물리적 외형 이면에 존재하는 통일된 실재인 교회의 내면적인 영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회의 천사는 하나의 인격적 형태로서는 교회의 현재 모습이며, 교회건물과 주변 환경 구성원의 분포 교회 내의 권력구조 갈등해소의 방식 예배 회중의 교회이해 등이 이 천사를 반영한다. 교회의 천사가 악마적인 것으로 둔갑하는 이유는 그 회중이 하느님이 주신 구체적인 과업에 대해 등을 돌리고 다른 것을 우상으로 섬기게 되기 때문이다. 교회는 심판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자신들이 하나님의 뜻 바깥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변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사람이 교회를 직접 공격함으로서가 아니라 인자와 같은 분이 간접적으로 교회의 천사를 변화시킴으로서만 가능하다. 교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그 천사의 현재 모습을 교회 가운데 임재하시는 분 앞에 드러내야 하며, 먼저 아무리 타락했더라도 교회의 천사를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용납하고 사랑해야 한다.

 

4장 국가의 천사들

 

국가의 천사는 국가라는 사회적 실체 자체에 실재하는 내면적 영성으로, 분별할 수 있는 소명과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타락하고 파괴적이며 탐욕스러울 뿐 아니라 쉽게 우상화될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하나의 국가로서 집단적으로 행한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하며,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 해도 그 선함 때문에 그가 속한 국가에 대한 심판에서 면제될 수는 없다. 국가들은 타락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하느님이 주신 소명을 회복할 수는 있으며, 자기를 절대화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지만 진정한 소명이 계시될 때 올바르게 응답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역할은 하느님의 피조물로서의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하되, 그들의 우상숭배적 상황을 노출시키고 더 나아가 그들로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국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국가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천사를 이름짓고 분별하는 행위와 함께 국가의 천사에 대한 사랑이다.


5장 신들

 

신들은 우리가 자연적, 사회적, 내면적인 심리적 환경의 과정들 및 사건들을 대면할 때 만나는 힘들을 개별적으로 범주화하고 형태화한 것들로, 인간 무의식 안의 강력한 원형적 형상이거나 자연이나 인간 사회의 불변의 구조들이며, 단순한 투사를 넘어 개인의 정신과 운명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된다. 이 신들은 하나님의 선한 창조와 세계 경륜의 일부이지만 타락의 징표를 짊어지고 있으며, 마귀로 취급되자 마귀들림이라는 형태를 띠고 다시 돌아와 개인과 사회를 사로잡았다. 신이라는 원형이 사라지면서 자기 속의 생명 에너지의 중심적인 추진력을 표현할 상징들도 잃어버린 현대인들은 세계의 메시아적 인물에게 신-원형의 투사를 시행한다. 신들은 실재하지만 궁극적이지 않고, 초월적이지만 절대적이지 않고, 공경할 가치가 있으나 결코 예배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유혹에 빠져 그들을 경배하게 될까 염려하여 그 신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지만, 그 위험은 신들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그 신들의 지배를 받게 되는 위험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가장 적절한 방법은 그들의 실체를 인정하고 드러내며, 그 특성을 배우고, 우리의 무의식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역사하는 그들의 행위를 의식함으로서 그들이 모든 신들의 하나님께 복종하게 하는 것이다.

 

6장 우주의 원소들

 

사탄과 마귀, 신들은 주로 인간의 심리 속에서 드러나며 교회와 국가의 천사들은 집단적 구조의 내면성이다. 그러나 우주의 원소들은 물리적 우주의 구체적인 현상들 이면에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원리로, 과학 · 예술 · 종교 등을 통해 객관화되어 물리적 · 생물학적 · 문화적 시스템들의 형태를 유지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을 한다. 이 원소들은 인간실존의 모든 단계에서 우리를 에워싸고 있으며 물리적인 결정자이자 자주 우리를 사로잡아 삶을 억제하는 힘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고대인들은 그들이 신성을 가진다고 보았다. 근대 과학자들은 이러한 우주의 원소들에 궁극성을 부여하고 물질에 궁극적 가치를 투사하는 유물론을 선택했으며, 그 결과는 물질에 대한 우상숭배와 이로 인한 노예 상태, 그리고 자연을 죽음 지향적으로 보는 인간의 출현 및 적자생존과 사회적 다윈주의 이데올로기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원소들은 그 자체가 궁극적인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고 깨어진 형태로 하느님을 반영하는 신적 현현이다. 궁극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은 존재의 사슬의 가장 낮은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들의 가능한 모든 변화의 원천이자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존재인 하느님이다. 하느님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원소들의 우상화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

 

7장 자연의 천사들

 

중세인들은 자신들을 상호간에 밀접하게 연관된 존재의 그물망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였으며, 따라서 그들에게 삶이란 잔혹하고 힘들었을지라도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근대의 과학적 세계관은 실체를 가장 최소의 단위들로 쪼개는 원자적 분석을 시행하고 우주를 수학적 법칙으로 환원가능한 거대한 기계로 간주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인간성과 생태계의 위기로 인해 기계론적 유물론적 세계관은 자연과학의 비판적 엄밀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연과의 참여적인 관계에 대한 의식을 회복하는 유기적 생명고양의 세계관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우리는 자연의 천사를 피조물들 안의 신비한 내면성을 가리키는 암호로 이해함으로서 창조물 안에 존재하는 신의 현현을 표현하는 언어를 가질 수 있다. 자연의 천사는 전체 종들의 원형적 모형이고, 이 모형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오직 창조적인 로고스만이 할 수 있지만, 인류는 그 로고스에 참여해 자연을 보존하는 일에 부정적/긍정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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