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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성서학

복음이란 무엇인가 (김세윤 지음, 두란노 펴냄)

by 서음인 2021. 5. 22.

『복음이란 무엇인가』는 세계적인 신약학자인 김세윤 교수가 2001년 12월 두란노 성경대학에서 평신도들을 상대로 행한 강연을 글로 풀어 옮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의 복음”과 사도들이 선포한 “그리스도의 부활의 복음” 및 그 둘의 관계에 대해 해설한다. 그리고 이 자그마한 책이 아직 신자가 아닌 분들이나 자신들의 믿는 바를 좀더 확실히 알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좀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복음이란 무엇인가』는 단순히 우리가 들어온 ‘정통’ 복음의 핵심 내용을 명료하게 요약해 알기 쉽게 해설하는 ‘편안한’ 책인 것만은 아니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신학적 사유들은 새 관점 학파와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벼려지고 발전되어온 것들이며, 눈 밝은 독자라면 이 책의 곳곳에서 그 논쟁의 흔적과 영향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복음의 통전성과 포괄성을 깨닫지 못한 채 오직 구원을 바울의 “의인됨(칭의)”의 범주 그중에서도 오직 “무죄 선언됨”의 범주에서만 이해하는 한국교회의 오류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이 책의 온도는 차가움이나 미지근함 보다는 '뜨거움'에 훨씬 가깝다.

 

단 풍성한 신학적 내용에 비해 저자의 ‘역사’ 및 ‘현실’ 인식과 처방은 지나치게 나이브해 보이며, 전형적인 서구(교회)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용을 요약해 공부의 마침으로 삼기로 한다.

 

 

1부. 예수의 하나님 나라 복음

 

 

1장 하나님 나라의 이해를 위한 배경과 전제

 

하나님 나라는 구약과 유대교에 뿌리를 둔 개념이며,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의 전제는 네 가지다. ① 창조 사상 -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으며 아담은 땅 위에서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하나님의 통치를 대행하는 부왕이다. ② 타락 사상 - 타락의 핵심은 하나님의 부왕인 아담이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한 것이다. ③ 언약 사상 - 하나님은 타락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언약을 통해 행동을 시작하신다. ④ 종말 사상 - 하나님이 약속대로 이 세상에 오셔서 악의 세력을 심판하고 그의 백성을 구원하실 것이다.

 

2장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

 

(1) 가까운 장래에 올 하나님 나라    복음은 우리를 창조주 하나님께 회복시켜 영생을 줄 하나님의 통치가 임박했다는 좋은 소식이다. 예수는 이 복음을 선포하면서 그 나라가 속히 오도록 기도하라고 가르쳤으며, 죄를 회개함으로 하나님의 통치를 받을 준비를 하라고 요구했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비유, 특히 “잔치”와 “상속”의 두 그림을 통해 묘사한다. ① 하나님 나라를 비유로 묘사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초월에 속하는 실재를 이 세상의 언어로 묘사하기 위해서이다. ② 하나님 나라의 삶이란 하나님의 무한한 자원을 “상속”받아 결핍 없이 하나님의 신성에 참여하고 영생을 누리는 “잔치”로 비유될 수 있다.

 

(2) 이미 온 하나님 나라     하나님 나라가 자신의 치유 사역(축귀와 병고침)을 통해 이미 실현되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이는 예수가 하나님의 통치를 실현하는 일꾼이자 하나님 나라의 담지자라는 의미다. 여기서 하나님 나라의 치유란 단순히 육신의 병고라는 좁은 의미를 넘어, 경제적 빈곤 · 폭력과 갈등 · 정치적 억압을 포함한 모든 고난의 해소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며, 예수는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사랑의 이중계명” 아래 살 것을 요구했다. 예수가 안식일에 병을 고친 것은 사람들이 희구하는 하나님 나라의 참 안식이 현재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했으며, 자신이 하나님의 통치가 안식을 가져오는 존재임을 보여준 것이다.

 

3장 하나님 나라는 언제 어떻게 오는가

 

① 이미 vs 아직 - 예수는 공관복음에 증언된 대로 하나님 나라가 “미래에 올 것”과 “벌써 실현되고 있음” 둘 다를 가르쳤으며, 학자들은 이를 “출범과 완성“, “이미와 아직”, “D-day와 V-day”의 구도로 설명한다. ② 초월 & 은혜 - 하나님 나라는 인간이 이루고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초월에서 우리에게 오는 것”이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은혜로 주시는”것이다. 구원은 초월자의 은혜로만 가능하다. ③ 초월 vs 내재 -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하신 하나님은 초월자이시면서 직접 우리에게 오셔서 초월의 힘으로 내재의 한계성을 구원하시는 분이다. 오직 삼위일체 하나님만이 초월자이자 동시에 내재하시는 하나님일 수 있다. ③ 은닉성, 필연성, 점진성 - 하나님 나라는 겨자씨같이 보이지 않고 미미하게 시작하지만 점진적으로 그러나 반드시 성장해 결국 열방을 품게 되기까지 확장된다. 하나님 나라의 비유들은 열심당적 혁명 운동과 바리새적 경건주의에 대한 비판을 내포한다. ④ 사랑의 이중계명 - 하나님 나라의 통치는 현재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에게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는 사랑의 이중계명을 적극적으로 준수해야 한다는 제자도의 요구로 온다.

 

4장 하나님 나라 선포에 있어서 예수의 의도

 

하나님 나라를 선포한 예수의 의도는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그 나라의 백성을 불러 모아 그들이 예수 자신을 통해 오는 하나님의 구원을 힘입어 장차 완성될 구원(영생)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① 하나님의 통치 - 예수는 자신의 메시아적 과업이 다윗 왕조의 재건이나 성전 건물의 신축이 아닌, 다윗 왕조가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하나님의 통치”를 이 땅에 실현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② 성전 - 그리고 자신이 하나님의 나라로 불러 모은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의 공동체(교회)를 새로운 “성전”으로 보았다. ③ 아빠 - 또한 하나님을 “아빠”라는 친근한 호칭으로 부르게 함으로서 자신의 메시아적 과업이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그 아빠 노릇해주심에 덕 입어 살게 하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④ 그 사람의 아들 - 예수는 자신을 “그 사람의 아들”로 부름으로서 자신이 하나님 나라 통치를 위임받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받아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 하는 분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 모두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의 통치를 대행하여 하나님의 종말을 백성을 창조하고 모으는 분이라는 사실을 함축한다.

 

5장 예수는 하나님의 백성을 어떻게 창조했는가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선포와 자신의 죽음이라는 두 단계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을 창조하며,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와 그의 죽음은 “약속”과 “성취”의 관계에 있다. ① 하나님 나라의 선포 - 하나님 나라의 선포는 약속과 초대의 행위다.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심으로 인간들로 하여금 회개하고 사단의 나라에서 벗어나 믿음으로 하나님 나라에 들어오라고 초대하신다. ② 자신의 죽음 - 예수는 최후의 만찬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속죄 제사와 새 언약의 제사라는 두 개의 범주로 해석했으며, 죄가 씻어진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을 창조하는 사건으로 설명했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선포로 “약속”한 것을 죽음으로 “성취”했다.

 

 

2부. 사도들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복음

 

 

1장 예수의 죽음

 

성전 지도자들은 새 성전을 건축하겠다는 예수의 말에 대해 자신을 나단의 신탁을 성취하는 다윗의 아들-하나님의 아들로 여기는 신성모독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그들은 예수의 말을 다윗 왕조를 재건하는 다윗적 왕이라고 주장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총독에게 예수를 정치범으로 고소했다. 그들이 굳이 예수를 발라도에게 고소한 이유는 예수를 십자가에 달아 처형함으로 사람들이 예수를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거짓 메시아로 여기게 하기 위해서였다.

 

2장 예수의 부활과 사도들의 복음의 기원

 

부활은 생명이 없는 곳에서 생명을 빚은 사건이기 때문에 창조주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다. 하나님이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것은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와 그의 대속적 죽음에 대한 주장이 옳음을 선언한 행위이자, 이스라엘이라는 특수한 민족의 역사와 그들의 경전에 바탕을 둔 예수의 사건이 온 인류를 위한 보편적 구원사건이 되었다는 확증이다. 예수와 그의 사도들이 같은 복음을 선포했지만 “하나님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한 것은 관점의 차이 또는 구원사적 시점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예수가 그의 죽음과 부활에서 성취될 구원을 향해 가면서 그의 하나님 나라 선포로 그 구원을 약속했다면, 그의 사도들은 그의 죽음과 부활의 관점에서 이미 성취된 그 구원을 뒤돌아보며 선포했다는 것이다.

 

3장 사도들이 선포한 복음

 

(1) 예수는 우리 죄를 위해 죽은 메시아     ① 예수의 메시아적 행위는 그의 죽음이었다. 우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대속과 새 언약의 제사로 드려 죄 문제를 해결하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회복시켜 창조주 하나님의 신적 생명을 얻게 한 것이 예수가 가져온 구원이었다. ② 그러나 그리스도의 구원으로 이루어진 우주적이고 객관적며 보편적인 구원의 사건이 개인의 실존적 구원의 사건이 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가 우리 죄를 위해 죽고 부활했다”는 복음을 받아들이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 받아들임은 우리로 죄에 대해 죽고 신적 삶에로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연합시키고 그 안에서 내포시켜, 하나님 앞에 그의 됨됨이 우리의 됨됨이 되고 그가 하신 일이 우리가 한 일에 되게 한다. ③ 이러한 그리스도의 구원은 종말론적인 유보의 구조를 가진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사단에 대한 결정적인 승리이지만, 죄와 죽음이 없는 신적 생명을 누리는 축복은 그리스도가 와서 그의 구원을 완성하실 때 이루어질 것이다.

 

(2) 의인이라 선언됨/ 되게 함    ① 의인이 되게 함은 구원에 대한 법정적 그림 언어다. 이에 따르면 그리스도가 우리를 대신하고 대표해서 우리의 죄에 대해 하나님의 벌을 받았고, 우리가 그 복음을 믿으면 하나님은 최후의 심판 때 우리의 죄를 추궁하지 않고 의인으로 선언하시며, 믿는 자들은 이 판결을 선취적으로 받게 될 뿐 아니라 이 사실을 확신하는 가운데 그 때 있을 구원의 완성을 소망할 수 있다. ② 그러나 성경에서 “의”란 단순히 법정적 개념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으로 “관계에 신실함”이라는 관계론적 개념이며, “하나님의 의”란 하나님의 신실하심 혹은 사랑하심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의인”으로 선언된다는 것은 죄를 용서받아 “무죄로 선언됨”이라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의 회복”이라는 적극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③ 칭의 역시 종말론적 유보의 형식을 띤다. 구원(칭의) 첫 열매를 받았다는 것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이제 진입했다는 것이고, 구원됨(칭의)의 완성은 그리스도의 재림 때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믿음으로 진입한 하나님과의 관계에 “머무는” 것이며, 이는 우리 실존의 순간마다 하나님께 의존하며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우리에게 부과된 의무를 다한다는 뜻이다.

 

(3) 화해시킴    이는 주 하나님께 반란을 일으킨 인간들은 죄로 인해 하나님과 갈등 관계에 있었으나, 그리스도의 죽음이 화목제사가 되어 하나님과 인간의 갈등(심지어 피조물과의 갈등까지)을 제거하고 화평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교회는 하나님과 화해되고 서로에게 화해된 성별과 인종과 신분을 초월한 신자들의 공동체이자 하나님의 한 백성이다. 교회는 사도 바울의 모범을 따라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을 “의인됨”의 범주로만 선포할 것이 아니라, “화해”의 범주로도 선포해야 한다.

 

(4) 하나님의 아들의 사역    성경에서 “아들”이란 근본적으로 “상속자”를 나타내는 그림언어이며,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선포는 예수가 하나님의 전권을 상속받아 행사하는 분이라는 뜻이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그의 하나님 아들됨과 상속자됨에 참여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형상과 영광(하나님의 신성) 그리고 신적 삶(영생)을 얻게 만든다. 인간이 하나님의 무한(신성)에 참여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입음으로서 하나님과 같이 되는 것이 인간이 그 유한성을 극복하고 신적 생명을 얻는 구원의 본질이다.

 

(5) “주” 예수 그리스도    “예수가 주시다”라는 선포는 예수가 부활 이후 현재까지도 하나님의 통치를 대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나님께서 예수를 죽음에서 부활시킨 것은 단순히 예수를 옳다고 인정한 것만이 아니라, 이 세상을 다스리는 사단에 대해 승리케 하고 하나님 자신의 우편에 높이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는 사랑의 이중계명의 요구로 그의 주권을 행사하신다. 교회는 사단의 나라에서 하나님 나라로 “주권의 전이”를 한 사람들의 공동체이자, 이 세상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주권을 실현해가는 일꾼이다.

 

(6) 하나의 복음을 다양하고 포괄적으로 선포하기    사도 바울의 복음 선포는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그 결과 우리가 얻게 된 의인됨 · 화해됨 · 자녀됨 등에 강조점이 있으며, 누가와 요한은 그리스도의 부활과 그로 인한 주되심 및 성령과 교회를 통한 현재적인 구원의 통치에 좀 더 무게를 싣는다. 요한계시록은 부활하여 하늘 보좌에 앉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선포하는 참 복음과 자기 희생적 순교로 나타나는 사랑이라는 교회의 선교를 통해, 어떻게 사단의 세력의 세력을 극복하고 하나님 나라를 완성해 가시는지 보여준다. 히브리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구원론적 의미를 함께 강조하는 복음 선포 형식을 보여준다.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을 오직 바울의 “의인됨”의 범주에만 국한하는 것에서 벗어나 신약성경의 모범을 따라 복음을 다양하게 그리고 포괄적으로 선포해야 하며, 가끔 교회가 처한 “삶의 자리”에 따라 이 중 하나를 두드러지게 사용하여 복음을 선포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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