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연구훈련/성경보물 2017

성경의 숨겨진 보물들 서론 - 청년들과 함께하는 성경 여행

by 서음인 2017. 7. 13.

이번 주 토요일부터 청년들과 함께하는 성경공부를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 청년부에서 방학기간 동안 교회 내의 몇몇 선배들을 초청하여 4-5주간 토요일마다 원하는 주제로 성경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개설했고 그 선배들 중 한 사람으로 제가 선택된 것인데요. 정말 감사하고 기대됩니다만, 너무 오랜만이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도 있습니다. 게다가 언젠가 한번은 꼭 다뤄보고 싶었던 주제를 호기롭게 선택하기는 했는데 막상 준비해보니 보통 엄청난 일을 벌인 것이 아니로군요! 토요일 오후의 귀한 시간에 말씀을 공부하겠다고 모이는 기특한 청년들을 “성서 안에 펼쳐진 놀라운 세계”로 잘 인도할 수 있도록 기도를 좀 많이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출정사를 올려 보겠습니다!

 

서론 - 성경의 숨겨진 보물들

성경을 공부하는 것은 무궁무진한 금은보화의 광맥을 품고 있는 넓은 땅을 탐사하는 일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그 땅 가운데는 보물들이 노천에 널려 있어 편하게 줍기만 하면 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것도 건질 것 없는 황무지처럼 보이거나 심지어 치명적인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악평을 듣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쉽고 안전하게 보물을 얻을 수 있다고 소문난 곳에서 지표면에 널린 ‘은혜’를 줍는 데 만족할 뿐, 보물을 얻기 위해 지각을 뚫고 심층을 탐사하거나 위험을 무릅쓰는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지역에는 “지루하거나, 어렵거나, 중요하지 않거나, 위험하다”는 팻말을 붙여 봉인한 채 평생 접근하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만약 사도 바울이 말한 대로 “모든 성경이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이라면(딤후 3:16) 당연히 우리가 여러 이유로 꺼려하는 텍스트의 심층에도 무궁무진한 은혜의 보화가 감추어져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성경 텍스트에 임의로 세워놓은 네 가지 금기의 팻말을 걷어내고, ‘정확한 관찰과 합리적 의심 그리고 상상력과 질문’이라는 강력하고 유용한 도구의 도움으로 미답지의 심층에 감추어진 풍성한 보물을 발굴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함께 디뎌봅시다!


제 1주 "지루하거나" - 족보와 명단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 (창4-5장, 느3장)

우리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부분들 중에서도 성경의 여기저기에 출몰하는 족보와 명단은 단연 으뜸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심지어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족보나 명단은 무시하거나 건너뛰어도 본문의 이해에는 전혀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하찮은 부분이거나, 성경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끊음으로서 성경을 통독하려는 성도들의 아름다운 결심을 좌절시키는 천덕꾸러기 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성경의 저자는 굳이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가면서까지 중간 중간에 족보나 명단을 끼워넣어야 했을까요? 하나님 나라를 향한 위대한 여정인 성경의 전체 이야기 속에서 족보와 명단들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이 지루한 족보나 명단이 과연 오늘의 우리에게도 무엇인가 할 말이 남아 있는 것일까요? 저는 하나님 나라(와 그 백성)의 통시성과 공시성이라는 관점에서 여러분과 이 본문들을 탐사해 볼까 합니다.


제 2주 "어렵거나" - 레위기에 나타난 거룩과 정결 (레 1장, 11장)

성경에서 대표적으로 어려운 본문을 들라면 아마 레위기를 떠올리는 성도들이 많을 것입니다. 새해마다 올해만큼은 성경을 일독하겠노라고 굳게 결심하지만 난해하고 복잡한 레위기의 금기와 규정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 끝내 성경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무능을 한탄하면서 실패를 선언한 경험이 한번씩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레위기는 신약 시대에는 이미 폐기된 어렵고 쓸모없는 율법의 모음집이라는 세간의 의혹과는 달리, 거룩과 정결이라는 주제를 통해 창조와 구속에 나타난 은혜의 원리를 살필 수 있는, ‘구약의 복음서’라는 별명을 가진 흥미롭고 은혜로 가득한 책입니다. 이번 공부에서는 레위기 1장과 11장을 살피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거룩과 정결이란 과연 무엇인지, 레위기의 주제인 거룩의 원리가 모세 5경에서 그리고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구원의 역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레위기가 신약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직도 해줄 이야기가 남아있는 것인지 탐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특별히 이번 여행은 의학이나 종교학, 문화인류학과 같은 인접 학문의 통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흥미진진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제 3주 "간과되거나" - 룻기 여행 (룻기 전체)

사사기와 사무엘/열왕기라는 신명기 역사서의 거대한 봉우리들 사이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는 룻기는 그 작은 분량으로 인해 자주 간과되는 경향이 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성경 중 하나입니다. 결국 국가의 멸망과 공동체의 추방으로 귀결된 패역과 배도와 징벌의 아우성 소리로 가득하고 텍스트의 행간마다 전쟁과 압제와 폭력에 희생된 수많은 원혼들의 탄식과 핏소리가 스며 있는 다른 신명기 역사서들과는 달리, 룻기는 극한 절망으로 시작하지만 밝은 희망으로 끝나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 무법천지의 아수라장 속에서도 하나님만을 왕으로 모시고 이방인 과부에게 인애(hesed)가 베풀어지던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아름답게 그려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룻기는 성경에서 가부장적 시선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날것 그대로’ 들을 수 있는 매우 희귀한 본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의 모델을 보여주는 소우주” 이자 “북구의 험상궂은 거인들 사이에 낀 가냘픈 그리스의 미녀”과 같은 이 아름답고 멋진 텍스트를 탐사하는 일은 충분히 가치 있는 여정이 되겠지요?


제 4주 "위험하거나" - 계시록의 세계 (본문 미정)

뭐니뭐니 해도 성경에서 위험한 책의 대표는 요한계시록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문필가 체스터튼은 “계시록의 환상 속에서 사도 요한이 만났던 어떤 괴물도, 계시록을 희한하게 오독하는 해석자들만큼 사납지는 않았다”고 재치 있게 일갈했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요한계시록의 본문, 특히 그중에서도 4-19장이 과거 ‧ 현재 ‧ 미래의 어느 시점을 묘사하고 있는지에 대한 견해 차이로 다양한 해석의 학파가 존재해 왔습니다. 만약 이 환상들이 전적으로 과거를 묘사한 것이라면 계시록은 박해받는 초대교회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한 여러 사료 중 하나가 될 것이고, 전적으로 미래에 속한 것이라면 계시록은 장래의 “종말”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교하지만 위험한 그림퍼즐을 맞추기 위한 조각들의 모음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요한계시록을 현실과 확고하게 연결되어 있는 현실 너머의 또다른 실재를 보여주는 <매트릭스>의 ‘빨간 약’으로 여기기 시작한다면, 이 위험한 책은 ‘지금 여기서’ 시민 종교를 거부하는 예배와 증언을 기꺼이 감당하는 더 신실하고 선교적인 공동체가 되도록 우리를 격려하는 “예배와 행동을 위한” 텍스트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마지막 탐사지는 이렇게 과거에 뿌리박고 미래를 지향하지만 압도적으로 ‘현실의 책’인 요한계시록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