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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회/종교인류신화

우리문화의 수수께끼 (주강현 지음, 서해문집 펴냄)

by 서음인 2018. 12. 1.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는 제주대 석좌교수와 국립해양박물관장으로 재직중인 저자가 1995년부터 한겨레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한 글을 이듬에 한 데 엮어 두 권으로 출간한 책이다. 그리고 내가 이번에 펼쳐든 책은 20년이 훌쩍 넘은 올해 내용과 사진을 보강하고 한 권으로 묶어 다시 펴낸 합본 결정판이다. 저자는 그간 60만부나 팔리면서 그를 스타 민속학자로 만들어준 이 책이,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문화 교과서로서의 의연함을 잃지 않고 있다고 자평한다. ‘금줄장승에서부터 광대무당을 거쳐 성적 제의쌍욕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쓰이지 아니한 문화’, ‘구술문화’, ‘무형문화를 다루는 스물다섯 편의 흥미진진한 글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나가노라면 이 책에 대한 저자의 자부심이 허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우리 문화, 특별히 문자문화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되고 잊혀져 온 민중들의 삶과 문화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우리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상찬하는 수구적 복고주의에 빠지지는 않으며, 그릇된 가부장 문화나 뒤틀린 내숭주의와 같이 잘못된 전통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또한 문화 연구에 있어 한반도에만 국한된 고립주의적 시각을 벗어난 글로벌 비교연구를 강조하며, 민족생활사의 유구한 흐름을 망각하고 조선 후기의 풍습만을 우리 것으로 간주하려는 편협한 시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저자의 태도는 서문에서 스스로 밝힌 대로 옛 것을 늘 새롭게 바라보는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로 가장 잘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전통은 삶의 무기는커녕 자신을 옭아매는 밧줄이 될 뿐이다.

 

흥미로운 사진과 그림으로 가득하고 저자의 맛깔난 서술이 돋보이는 이 책은 일단 한번 잡으면 좀처럼 놓기 힘들만큼 쉽고 재밌다. 그러나 밝은 눈을 가진 독자라면 글의 저변에 깔린 민속학 · 고고학 · 역사학 · 신화학 · 종교학 등 인문 사회과학의 제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저자의 깊고 넓은 학문적 탐구와 통찰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각 글마다 해당 주제와 관련된 우리의 옛 문헌이나 구술 이야기들이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인용되는 것은 기본이지만, ‘광대를 다루면서 서사극의 창시자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이름이 언급되고, ‘무당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신학자 하비 콕스와 서남동이 소환되며, ‘마을나무를 다루면서 인류학자 제임스 프레이저와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를 인용할 뿐 아니라, 쌍욕에 대한 이야기에 급진적 정신분석학자인 빌헬름 라이히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 역시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되 편협한 국수주의나 고립주의에 빠지지 않는저자의 학문적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을 읽은 나의 마지막 질문은 이렇다. 과연 저자가 이 책에서 잘 설명한 흥미진진한 우리 문화하나님 나라의 눈으로 보자면 오직 우상 문화라는 이름으로 일소되어야 할 일고의 가치도 지니지 못한 죄악의 덩어리에 불과한가? 당신의 조상과 그 조상의 조상들이 대를 이어 살아 왔던 수많은 세월과 잘났던 못났던 그들이 이 땅에서 일구어 낸 모든 성취들을 흔적도 없이 쓸어버려야 할 죄악이라는 한 마디 말로 그렇게 쉽게 재단해버리는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 이 책을 진지하게 통과한 후에 그 질문과 다시 한번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목차

 

들어가는 글

01 광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02 구들, 우리 민족의 영원한 태 자리

03 금줄과 왼새끼의 비밀

04 남근과 여근의 풍속사

05 도깨비, 부릅뜬 눈으로 악귀를 쫓다

06 돌하르방은 어디서 왔을까

07 똥돼지의 내력을 묻는다

08 매향의 비밀문서를 찾아라

09 모정과 누정, 노동과 관음

10 무당과 신내림,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11 바위그림, 고래의 울음을 품은

12 배꼽, 혁명 혹은 구멍

13 생명나무, 황금가지의 수수께끼

14 성적 제의와 반란의 굿

15 솟대, 하늘로 비상하는 마을 지킴이

16 숫자 ‘3’의 비밀

17 쌍욕과 쑥떡, 성에 빗댄 야유

18 여신, 버림받은 딸의 반전

19 열녀전 끼고 서방질

20 , 되는 집안의 맛은 다르다

21 장례, 놀이와 의례의 반란

22 장승,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23 풍물굿 1799~

24 황두와 두레, ‘노동의 비밀

25 흰옷을 입은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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