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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및 기타57

바이러스로부터 "성소"와 "지성소" 지키기 1. 오늘은 대면예배가 허용된 첫날이지만 저는 아내와 상의 끝에 한두 주 정도 더 질병의 전파 추이를 살핀 후 오프라인 예배에 참석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내나 환자를 진료하는 저나 매일같이 많은 사람을 접하기에, 일단 코로나에 감염되면 타인에게 전파할 위험이 꽤 높지요. 코로나 청정지역에 위치한 제 클리닉의 “성소”와 “지성소”의 거룩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당분간은 일터와 집 사이만 왔다갔다하는 단순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 이번 주말에는 미술에 관련된 책 몇 권을 싸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딸이 리포트를 써야 한다며 필요한 책 몇 권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좀 무겁긴 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배달완료! 그리고 딸 건너편에서 공부 ...... 2020. 10. 19.
많은 분들이 그려주신 내 얼굴 - 커리커쳐와 진실의 상관관계 혹은 사복음서! 가을에 접어들면서 병원이 조금 한가해지자 우리 막내 직원이 솜씨를 발휘해 제 얼굴을 그려 주었습니다. 아니, 혼자 그리고 있던 것을 어찌어찌해서 제가 알아버렸습니다. (사진 1) 그런데 우째 이런 일이! 아직 사회생활의 노하우를 터득하지 못하고 월급 주는 원장을 너무 보이는 대로 정직하게(!) 그렸군요. 아니면 제게 뭔가 불만이 있었을지도 ~~~ 두번째 사진은 페친, 세 번째는 과거 직원, 네 번째는 딸이 그려준 그림인데 .... 어째 뒤로 갈수록 제 마음에는 흡족하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듯 합니다 ㅋㅋㅋ #김한원 목사님의 답글 순서대로 마태 - 마가 - 누가 - 요한 마태: 뭔가 전통(?)을 따라 복잡한 선이 많음 마가: 선은 간결하나 특징이 잘 살아있음 누가: 말도 많고, 자세함 요한: 다른.. 2020. 10. 13.
누가 기독교의 이름을 욕보이는가 감리교의 지도급 인사가 자신들이 책임질 테니 대면 예배를 드리라는 망발을 뱉은 모양입니다. 심지어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얼마 동안 교회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면 된다고 말했다네요. 하나님은 피조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되며,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교회가 이웃에게 “어떤” 피해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성명서를 작성한 분들이 아니라 피조계를 전문적으로 탐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제대로, 그리고 상세히 알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지식은 일반인에게조차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조차 훨씬 못미치는 천박하고 사악한 생각과 행위들을 신앙의 이름으로 강변하는 자들이, 고상하고 아름다운 “기독교”의 이름을 참칭하며 더럽히는 것에 대해, 철저한 무시와 강력한 분노로 .. 2020. 9. 15.
"교회 다니는 의사"는 손오공과 에라스뮈스가 될 수 있을까? 얼마전 페북에서 재미있는 포스팅 하나를 접했습니다. 요즘 가장 무서운 사람이 “교회 다니는 의사”랍니다. 제가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군요 ㅎㅎ 어쩌다 내 정체성의 핵심에 위치한 가장 중요한 집단 두 곳이 세상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집단이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사실 딱히 반박할 거리가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입장이 바뀐다면 저라도 그럴 것 같으니까요. ‘교회’와 ‘의사’와 관련된 당사자로 해당 주제에 대해 열정적으로 글을 올리시는 분들의 SNS에 가 보면 특징이 있습니다.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정서나 상식과는 완전히 괴리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그룹은 “영성”을, 다른 그룹은 “전문성”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판단이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더.. 2020. 9. 6.
클리닉 건너편에 밤공부의 친구가 생기다 - 왕새우집 오픈! 우리 클리닉 건너편에 건물이 하나 생겼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4층에 이웃 건물에 계시던 원장님이 이사하신 것을 빼고는 건물 전체가 계속 텅텅 비어 있었는데, 얼마 전 1층에 왕새우와 전어를 파는 식당이 오픈했습니다. 저는 주중에는 일과 끝나고 매일 밤 2시 정도까지 클리닉에 남아 책도 읽고 공부도 하다 가는 편인데, 바로 길 건너 건물에서 자정 넘어서까지 사람들이 북적이니 외롭지 않아 좋네요! 2020. 9. 6.
교계 인사들의 아무말 대잔치와 한국교회의 미래 이번 주는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나는 한주였습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온갖 헛소리들을 끊임 없이 들어야 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대통령 앞에서 교회를 사업장 취급하지 말라고 말한 분이 계셨다는데, 성도들이 주어진 소명에 따라 치열하게 살아가는 거룩한 사업장을 어디 질병전파의 온상으로 드러난 코로나 시대의 교회당에 비교합니까? 방역실패의 책임을 교회에 떠넘기지 말라는 헛소리도 들리던데, 엄밀한 ‘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역학조사 결과를 교회에서나 통할 뇌피셜이나 아무말 대잔치로 함부로 판단하며 어디서 비겁하게 책임을 회피합니까? 기독교의 생명인 (대면)예배를 제한하지 말라는 광고도 눈에 띠던데, 그런 분들은 부디 이웃사랑의 정신도 함께 발휘해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원하는 분들끼리 .. 2020. 8. 30.
코로나 사태가 드러낸 한국교회의 "무능" 코로나 사태를 통해 한국교회가 받은 가장 큰 타격은 교회의 ‘무능’이 세상 가운데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주류교회는 ‘과학’의 권고를 무시하며 오프라인 예배/소모임 금지가 종교탄압이라고 소리를 높였지만 지금 바로 그 ‘과학’의 예언대로 교회발 대유행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고, 치유의 하나님을 설파했지만 평소 그렇게도 풍성히 넘친다던 ‘치유의 은사’는 코로나 감염증에 관한 한 교회 안팎에서 철저하게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받는 고통은 철저히 외면한 채 세상이 알아듣거나 공감하기 힘든 종교 언어의 권위를 빌어 자신들의 권리를 수호하는 데만 급급했을 뿐 아니라, 이 와중에도 타자에 대한 혐오를 통해 자신들이 처한 위기를 타개해온 못된 습성을 끝내 버리지 못했.. 2020. 8. 25.
방역당국의 교회행사 금지조치와 그리스도인들의 역지사지 이번 방역당국의 교회 정규예배 외 행사 금지조치를 놓고 당분간 깨나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종교탄압”을 입에 담으시는 분들도 있군요. 몇 가지 생각이 듭니다. 1. 왜 교회만 대상으로 했냐는 질문에 대해 정은경 본부장께서 “5월과 6월 집단 발병 사례가 많았다. 이 사례를 기반으로 위험도를 분석해 요청한 것이며 ..... 5~6월 수도권 교회 집회 관련 교회 47곳에서 다량의 환자가 발생했고, 원어성경연구회나 한국대학생선교회(CCC)도 있었고 ..... 최근에도 왕성교회나 광주사랑교회, 안양 주영광교회 등 교회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식사, 친목 모임을 통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사탄의 사주를 받아 교회를 탄압할 목적으로 이번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의 코로나 감염.. 2020. 7. 9.
한 평신도에게 온라인 예배가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3개월만에 재개했던 오프라인 예배를 코로나 때문에 또다시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두 번째 주말입니다. 어제 일터에서 복귀해 집에 콕 박혀있다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 잠시 온라인 예배를 드린 것 외에는 하루종일 가져온 책 두 권 읽고 리뷰 쓰면서 집 안에서 뒹굴거렸습니다. 조금 전 집에서 나와 가족들과 한번 더 인사하고 터미널 안에 있는 서점에서 책 네 권 사서 일터로 복귀중입니다. 교회 안가는 주일이 계속되니 푹 쉬어 몸이 편하고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주일날 교회에서 이뤄지는 교제가 사적 만남의 거의 전부인 제 입장에서는 상당히 지루하고 심심하기도 하네요. 그런데 매주 만나던 분들과의 교재가 많이 아쉬운 것과는 달리, 솔직히 온라인 예배나 설교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낯.. 2020. 6. 29.
시험공부하던 딸이 그려준 아내와 나의 커리커쳐! 주말에 집으로 복귀하자마자 담주에 첫 시험을 맞이하는 새내기 둘째딸의 시험공부를 위해 강제동원(?) 되어 식탁에 마련된 임시 독서실에 마주앉아 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오늘 중에 마지막 한 장 남은 요약을 기필코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공부하다 지루해진 딸이 우리 부부의 모습을 그려 주었네요.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내 초상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ㅋㅋ 2020. 6. 21.
딸과의 페이스톡 어제 밤늦게 우리 둘째에게 전화가 와서 한 시간 정도 페이스톡을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 한번 못가본 새내기 대학생이 학기말 시험 공부를 하다가 좀 지루했나 봅니다. 딸의 호출을 받은 아빠야 당연히 신나니 열심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처음에 시험에 대해 시작된 이야기는 학교생활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고, 그 후로는 종교의 본질과 종교학 이야기를 거쳐 조르주 바타이유의 이야기를 지나 셀리 맥페이그의 에서 강조하는 종교 언어의 본질과 하나님의 모델에 대한 이야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시험공부에 지친 딸의 이야기상대가 되어준 것이 아니라, 딸이 철없는 아빠의 수다를 잘 참고 들어준것 같습니다 ㅋㅋㅋ 어리디 어렸던 아기가 어느새 다 자라 저와 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2020. 6. 16.
신발 두 켤레 4년전 자리를 옮겨 새로 개업할 때쯤 아버지가 신발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당신이 써봤는데 너무 편하시다면서. 신어 보니 정말 편했고 지금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신발만 계속 신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자꾸 물이 새서 들여다보니 조금 찢어졌더군요. 아버지 선물이고 너무 편해서 계속 신었는데 이제는 너무 많이 찢어져 도저히 신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아버지께 부탁해 새로운 것으로 하나 장만했는데, 마침 지난주에 아이들이 어버이날이라고 새 신발을 선물하는 바람에 졸지에 신발이 두 켤레가 되었네요. 이제 아침마다 부모님 신발과 자식들 신발중에 뭘 신을지 즐거운 선택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2020. 5. 17.
직원들의 투표 인증샷과 "신사임당"! 선거후 참여 인증샷을 보내온 직원들에게 신사임당(!)을 선물했습니다. 투표참여 역시 근무의 연장이라고 인정한 셈이지요. 꼭 그래서는 아니었겠지만 우리 막내 직원도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소신껏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느라 수고들 많았습니다! 2020. 4. 18.
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단상 - 자유와 평등! 아침에 사전투표소에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출근했습니다. 수고하시는 분들의 도움으로 발열체크, 손소독, 장갑착용, 간격유지까지 잘 끝낸 후 기표까지 실수 없이 마쳤습니다. “역사는 인간이 개인적으로는 자유화되어가며 공동체적으로는 평등화되어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그 시대를 호령했던 존재라도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삶의 방향을 외면하거나 그것을 되돌렸다면 그는 시간 속에서는 살아 있을는지 모르지만 역사 속에서는 죽은 자다 .... 시간 속에 죽어있는 자도 영원 앞에서는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자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역사는 무서운 심판이요, 희망적인 가능성이다”라는 이만열 교수님의 말씀을 깊이 새기며 투표에 임했습니다. 아마도 오늘은 제가 지금까지 지내온 성 금요일 중 가장 경건하게 보.. 2020. 4. 12.
코로나 시대의 부활절과 오프라인 예배 다음 주일이 부활절인데 아마 많은 교회들이 오프라인 예배의 재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40년간 주일날 교회 가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살아온 내부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간단치 않을 고민이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만약 예수님께서 오늘날 세계가 처한 상황에서 수난주간을 맞이하셨다면, 이번주로 예정된 최후의 만찬은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겟세마네에서는 십자가 처형을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는 4월 19일 이후로 미뤄달라고 기도하지 않으셨을까요? 저는 만약 하나님이 그까짓(?) 바이러스 때문에 부활절에 성회로 모이지 않는 것을 노여워하거나, 주변의 불신자 이웃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든 말든 반드시 오프라인 예배를 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존재라면, 더 이상 그런 하나님을 섬기지 않겠습니다. .. 2020. 4. 5.
장로교 ㅎ 교단의 더러운 종교탄압 코스프레 자칭 장자교단인 장로교 ㅎ 교단 총회에서 보냈다는 문자와 동의서라는 걸 오늘 접하고 하루 종일 분노를 가라앉히기 힘들었습니다. 내용이 하도 더러워서 누구 보여주기도 짜증납니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자행되던 온갖 불의와 폭력 앞에서는 찍소리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온갖 요설로 대놓고 동조하던 자들이, 만만한 정권이 들어서자 그동안 당신 같은 사람들의 종교 자유를 위해 묵묵히 이런저런 불편을 감수해 왔던 주변 주민들이 위험에 처하건 말건 내 권리만은 끝끝내 누려야겠다며 허접하기 짝이 없는 반정부 코스프레를 자행하다니요! 그런데 어쩌나요? 교단 지도자라는 분들이 저런 헛짓을 하면 할수록 세상 사람들은 그들이 믿으라고 외치는 하나님이 알고 보니 성경이 증거하는 온 세상의 주가 아니고 일개 교단의 수호신이었.. 2020. 3. 23.
코로나 사태와 교회 - 과학과 기독교 그리고 복음의 공공성 느헤미야 김동춘 교수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특별히 제가 흥미로웠던 지점 두 가지만 조금 상세히 지적하고 싶습니다. 1. 첫 번째는 ‘과학과 기독교의 관계’입니다. 김동춘 교수님도 잘 지적하셨듯이 이번 사태에 관한 한 교회는 ‘구원의 주체’가 아니라 ‘감염의 매개’, ‘치유의 공간’이 아닌 ‘감염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를 그렇게 ‘부정한 장소’로 규정하고 심지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중시하던 주일성수마저도 포기하게 만든 주체가 ‘과학’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태에서 정결과 부정을 가르고 복과 화를 예언하는 우리 시대의 제사장과 예언자는 저 같은 의료인을 포함한 과학자들이었으며, 신학은 과학이 판단하고 결정한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는 데 급급했을.. 2020. 3. 2.
우한 교민의 귀국과 강도 만난 사람의 비유 1. 우한에 거주하던 우리 국민들의 귀국을 둘러싼 소란을 보면서, 누가복음 10:29-37에 나오는 강도 만난 사람의 비유가 생각났습니다.2. 이 비유에서 제사장과 레위인들이 강도 만난 사람을 피했던 이유는 제의적으로 부정할 가능성이 있었던 ("거의 죽게 된") 그 사람으로부터 혹시나 부정이 "전염" 될까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이 가련한 강도 만난 사람은 우한에 거주했던 우리 국민들이나 중국인들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타인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종교가 오늘날의 과학이 누리는 권위와 역할을 가졌던 그 시대에, 거룩한 종교인들이 느꼈을 "부정의 전염"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바이러스 감염"의 공포보다 덜했을까요?.. 2020.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