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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철학

그리스 사유의 기원 - 살림지식총서 49 (김재홍 지음, 살림 펴냄)

by 서음인 2017. 2. 10.

뮈토스에서 로고스로?  독일의 고전 철학자인 빌헬름 네슬레는 그리스 철학 및 과학의 발생을 설명하기 위해 ‘뮈토스적 사고에서 로고스적 사고로(Vom Mythos zum Logos)’ 라는 표어를 제시하였다. 그리나 오늘날에는 탈레스 이전의 서사시인들인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로부터 그리스 철학의 맹아를 찾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이며, 그중에서도 헤시오도스를 철학의 출발점으로 보는 기곤은 ① 참과 가상적인 것 간의 구분 ② 신들의 계보를 추적함으로서 세계의 근원을 탐구하려는 물음 ③ 이 세계를 구성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대상을 포괄하는 ‘전체’에 대한 생각이 철학의 시원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스적 사유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사유의 개방성 헬라어의 특징적 표현 방식들을 통해 알 수 있듯 그리스인의 사유 구조 안에는 도그마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헤로도토스의『역사』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에서 잘 나타나듯 관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정신의 개방적 태도이다. 이러한 태도는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 문화의 형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2) 기하학적 사유방식 기하학의 개념을 통한 추상적 사고방식의 전개는 그리스 사유의 특징이며, 그들은 기하학의 원리인 조화와 균형을 신과 우주를 이해하는 데도 그대로 적용했다. 또한 기하학적 사고는 폴리스의 시민들 간에 평등사상을 불러일으키는 데도 기여하였다. 

(3) 기하학에서 논리학으로 이러한 기하학적 사고는 후일 논리학이라는 추상적 학문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기하학의 패턴인 ‘일반적 규칙 밑에 특수한 다양성들이 포섭되고 발견되기를 바라는 성향’은 논리학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4) 조화와 균형 그리스인들은 이러한 기하학적 사고를 예술의 영역에도 적용해 아름다운 건축과 조각을 남겼으며 그 기본적 원리는 조화(harmonia)와 균형(summetria)이었다. 그리스인들에게 질서와 균형을 아름답고 유용한 것이었지만, 무질서와 균형의 결여(asymmetria)는 추하고 유용하지 않은 것이었다. 

(5) 그리스 언어의 특질 중성의 단수 주격 정관사 ‘to’는 그리스인들에게 추상개념의 형성을 가능케 해 주었으며, 이는 곧 자연과학과 철학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6) 그리스인들의 신관 그리스인들은 신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고 보지 않았으며, 신을 공경했지만 인간과 신의 관계를 절대적인 주종 관계로 인식하지 않았다. 또한 그리스의 신들은 스스로도 우주의 질서에 종속되어 있었으며, 이 질서를 지배하는 움직일 수 없는 법칙과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그리스 철학의 과제였다. 

(7) 신은 술어적 개념 그들에게 신이란 유한성의 범주를 벗어난 그 무엇을 의미했으며, 세계에 작용하고 있는 영속하는 지배력이나 힘은 어떤 것이나 신으로 불릴 수 있었고 실제로 그러한 대부분의 것이 신이었다. 이러한 헬라의 신들은 필연적으로 다신론적이었다.

그리스적 사고의 기원을 탐구하는 관점은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① 이성적 사고와 그에 선행하는 신화적 사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힘으로서 그리스 사고의 기원을 찾음 ② 그리스 사유의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고 주로 오리엔트의 강한 영향을 강조함. ③ 그리스 정신의 발전 과정을 그리스 문학의 발전 과정으로 파악하여 그 형성과정을 검토함 ④ 그리스적 사유의 발전을 그들의 신에 대한 이해로부터 찾음. ⑤ 그리스적 정신은 그리스의 정치 사회적 발전과 함께 점차적으로 형성됨.

(1) 신화에서 철학으로 이 입장은 그리스의 사유 방식이 전래하는 사회적 종교적 태도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뮈토스가 아닌 로고스적 사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콘포드는 아낙시만드로스와 호메로스/헤시오도스의 우주관이 동질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전자가 대담성과 완결성으로 초자연적인 요소들을 없앰으로서 ‘뮈토스에서 로고스로’ 혹은 ‘신화적 사고에서 합리적 사고에로’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 오리엔트의 영향 이 주장에 의하면 그리스적 사유의 바탕에는 오리엔트의 문화와 종교 경험적 기술을 비롯한 여러 사상이 가로놓여 있으며, 따라서 그리스적 사고는 오리엔트의 영향으로부터 발전했다고 한다 .이집트의 신들은 헬라스의 신들과 달랐으나 그리스의 신들로 쉽게 번역될 수 있을 정도로 유사했으며, 그리스 신들의 탄생신화 자체도 근동의 신화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또한 헤라클레이토스의 불에 관한 생각에는 인도-이란적인 종교 사상의 영향이 흐르고 있다고 한다.

(3) 문학 장르의 발전과 이성의 전개 이 입장은 그리스 문학의 전개 과정, 즉 서사시, 서정시, 비극, 산문, 철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리스 정신의 발전과정이라고 파악한다. ① 서사문학의 시대에는 아직 인간 자신이 스스로를 인식하려는 태도가 엿보이지 않으며, 세계에 대한 자기 인식의 주체인 자아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인식과 행위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힘 즉 신성에 의지한다. ② 서정문학의 시기에 접어들면서 시인이 뚜렷한 인격체로 나타나며, 육체와 정신의 영역을 구분함으로서 내면세계의 독자성을 깨닫기 시작한다. ③ 비극의 시대에 인간의 내면적 갈등의 정도는 더욱 극렬화되며 첨예화되며, 비극은 주인공의 격렬한 고뇌를 통해서 보편적 고귀함과 위대성을 실현한다.

(4) 그리스의 종교와 철학 이는 그리스 종교로부터 그리스적 사유의 기원을 찾는 입장으로, 헤시오도스가 『신통기』에서 행했던 신들의 이름에 대한 어원학적 해석은 세계의 기원 즉 아르케에 천착하려는 철학의 근본적 정신과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5) 정치적 사고에서 철학적 사고로 이는 그리스적 사유가 그리스의 정치,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점차적으로 형성되었다고 주장하는 역사적 실증적 사고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합리적 사고의 발생은 서정시의 시기에 출현한 폴리스의 존재와 그 안에서의 삶의 특징짓는 ‘연설과 토론의 정치’ 및 ‘완전한 지식의 공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법의 기록’은 정의가 더 이상 신적 질서 체계에 귀속되는 것이 아닌 인간 차원에 세워진 합리적 기준에 의해 구체화되도록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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