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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 본 슬픔 (C.S. 루이스 지음, 홍성사 펴냄) 이 작은 책은 평생 독신으로 살다 63세에 암으로 투병 중이던 사랑하는 연인 조이와 결혼한 루이스가, 그녀를 먼저 떠나보낸 후 찾아온 깊은 비탄과 회의의 감정과 정직하게 대면하면서 자신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한 결과물이다. 60 평생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만나게 된 진실한 사랑을 너무도 빨리 빼앗겨 버린 엄청난 상실의 경험 앞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기독교 지성인이자 변증가라는 이 사나이가 한때 그렇게도 확신했을 뿐 아니라 탁월하게 변증해 왔던 기독교 신앙에 대해 의심하면서 하나님께 발버둥치며 대드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또한 ‘믿음’이라 불리우는 회칠한 무덤 뒤에 의심과 고통을 깊이 묻어둔 채 아닌 척 살아가는 ‘넓은 문’을 택하는 .. 2016. 5. 27.
C.S. LEWIS - 별난 천재, 마지못해 나선 예언자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복 있는 사람 펴냄) 1. 이 책은 21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복음주의 신학자인 알리스터 맥그래스 (Alister McGrath) 가 쓴,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작가이자 변증가 C.S. 루이스 (1898-1964) 의 전기다. 젊은 시절 내 신앙에 많은 영향을 끼친 스승이었던 C.S. 루이스와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자 중 하나인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만남이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과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의료사역을 위해 모로코를 오가는 여정 중에 만난 맥그래스는 이 책에서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2. 옥스퍼드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과학도 출신이자 역사신학의 대가답게 저자는 이 책에서 방대한 자료들에 대한 세밀한 탐사를 통해 루이스의 삶과 저작들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꼼꼼하게.. 2016. 5. 27.
천국과 지옥의 이혼 (C.S. 루이스 지음, 홍성사 펴냄) “나니아 이야기”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이 책 “천국과 지옥의 이혼”을 접하고 보니 C.S. 루이스의 진면목은 그의 유명한 변증서들만큼이나, 탁월한 상상력에 빛나는 신학적 판타지物 들에서 잘 나타난다는 생각이 든다. 지옥의 영혼들이 천국을 방문하지만 결국은 여러 가지 이유로 천국을 거부하고 지옥으로 돌아간다는 이 짧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지옥이란 결국 인생의 많은 선택들을 통해 각자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결과일 뿐이며, 악이란 하나님 자신보다 하나님에 대한 무엇, 하나님을 위한 무엇, 하나님이 주시는 무엇을 더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전통적인 기독교의 이해를 따라 지옥이나 악은 아무리 강고하고 확실해 보일지라도 결국은 그림자요 흔적일 뿐이며, 선 혹은 천국이야말로 진정 영원하고.. 2016. 5. 27.
프란시스 베이컨 (안나 마리아 빌란트 지음, 예경 펴냄) 표현주의?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대하는 것은 커다란 정서적 충격을 동반한다. 이 기괴한 아일랜드 화가의 그림에서 보이는 대상에 대한 왜곡과 변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야만성과 추악함, 역겨움과 끔찍함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그가 그리는 왜곡되고 분열된 인물들은 "텅 빈 공간 안에서 철저하게 고립되고 소외되어 있으며,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폭력과 비극, 죽음의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이런 그림의 특징이 “삶과 죽음의 이중성, 곧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운명과 고유의 존재론적 위기에 직면한 불안....” 을 드러내며,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기 보다는 가능한 한 사실적이면서 암시적으로 감각의 이면을 들춰내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가 그리는 일그러.. 2016. 5. 27.
처음읽는 영미 현대철학 (철학아카데미 엮음, 동녘 펴냄), How to Read 비트겐슈타인 (레이 몽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비트겐슈타인 (존 히튼 지음, 이두글방 펴냄) 1. 처음 읽는 영미 현대철학은 2013년 철학아카데미에서 진행했던 강의를 바탕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비트겐슈타인에서 프레드릭 제임슨에 이르기까지 20세기를 대표하는 11명의 영미 현대 철학자에 대해 소개한 글을 모은 책이다. 저자들은 강연 당시의 구어체를 살려 30페이지를 넘지 않는 분량으로 각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 의의를 간략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좀 더 깊은 연구를 위한 몇 권의 참고문헌을 소개함으로서 독자의 탐구욕을 자극하고 있다. 이 책을 펴든 김에 20세기 최고의 철학자로 꼽히지만 난해하기로 소문난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을 소개하는 두권의 책도 함께 꺼내들었다. 둘 중에는 비트겐슈타인의 원전을 많이 인용하고 있는 레이 몽크의 책이 이 철학자의 사상을 좀더 자세하.. 2016. 5. 27.
음악가의 생활사 (니시하라 미노루 지음, 열대림 펴냄) 유럽의 18-19 세기는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시대와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이자, 시민세력이 점차로 재산을 축적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했다.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안정되고 안락한 생활을 추구하던 이들 신흥 시민계급은 자신들의 생활을 장식하고 고급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음악이라는 수단을 적극 활용했으며, 그 결과 이 시대는 “명성과 평판과 스캔들이 어지러이 떠돌았고, 음악가들이 세상 여성들의 감동을 한몸에 받았던” 음악사적으로 아주 매력넘치는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변동에 따라 과거 귀족의 하인에 불과했던 음악가들은 사회적 해방과 신분상승의 기회를 얻게 되지만, 이는 대다수 음악가들에게 더 이상 안정적인 귀족의 후원을 기대할 수 없이.. 2016. 5. 27.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프리드리히 엥겔스, 계명대학교 출판부) 1.『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은 칼뱅주의 개혁파의 명망 있는 사업가 가문 출신으로 여우사냥을 즐기는 최상류층 부르주아였으면서도 마르크스의 사상적 동지로 평생 공산주의 운동에 헌신했던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95)의 대표작으로, ‘사적소유’와 ‘계급투쟁’이 세계역사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보는 “사적 유물론”을 명확하게 제시한 마르크스주의의 고전일 뿐 아니라, 성차별과 여성억압의 사회경제적 토대에 대한 체계적 설명을 시도함으로서 인류학과 여성학 분야에서도 고전적 저술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인류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미국의 인류학자 루이스 모건(Lewis Henry Morgan 1818-1881)의 유명한 책『고대사회』의 주요 논지를 인용하여 가족제.. 2016. 5. 27.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돌베게 펴냄) 1.젊은 시절 접했던 항소이유서를 시작으로, 거꾸로 읽는 세계사,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과 같은 좋은 글과 책을 통해 나와 만나 왔던 탁월한 “지식소매상” 유시민은 누구도 국가와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 없으며 훌륭한 국가 없이는 시민들의 훌륭한 삶도 있을 수 없기에, 우리는 국가란 무엇이며 어떤 국가가 훌륭한 국가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면서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과거 국가에 대해 고민했던 수많은 스승들의 생각을 검토하고 때로는 비판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간다. 2. 저자에 의하면 국가가 무엇인지, 그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해명하는 철학과 이론은 크게 보자면 국가주의적 국가론, 자유주의 국가론, 마르크스주의 국가론, 목적론적 국가론 등으로 나뉠.. 2016. 5. 27.
개혁신학 vs 창조과학 - 개혁신학으로 본 창조과학의 신학적 문제 (윤철민 지음, CLC 펴냄) 1. 지구의 나이를 6천년으로 보는 창조과학, 혹은 젊은 지구 창조론을 지지하는 폴 넬슨과 마크 레이놀즈는 창조와 진화에 관한 세 가지 견해 (폴 넬슨 외 지음, IVP 펴냄) 라는 책에서 자신들의 견해가 2등급 과학과 1등급 성경해석학의 조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학을 전공한 목회자인 저자에 의하면 창조과학은 성경에 대한 극단적인 문자적 해석과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이라는 특별한 신학적 입장에서 나온 부산물에 지나지 않으며, 과학이 종교의 시종으로 전락하면서 과학과 종교가 함께 질이 떨어진 2등급 성경해석+2등급 과학의 조합에 불과하다. 또한 이렇게 성경에 대한 문자주의적인 해석과 전천년설에 근거한 예언 해석의 어울리지 않는 만남인 창조과학은 성경에 대한 문법적 역사적 신학적 해석을 강조하는 개혁주의 .. 2016. 5. 27.
전염병의 문화사 (아노 키렌 지음, 사이언스 북스 펴냄) 20세기 후반 들어 선진국에서는 항생제의 발견과 의료 및 보건수준의 향상으로 전염병의 발생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제 전염병은 이제 더 이상 인간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세력이 아니며, 현대의학은 마침내 길고 긴 역병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 결과 전염병의 부재란 당연한 것이며 거의 권리라고까지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AIDS, 조류독감, 광우병과 같이 그 동안 인간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치명적인 전염병들이 연이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이러한 낙관론은 급격하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전염병을 정복할 수 있다는 낙관론은 오만하고 위험한 것으로, 기생과 감염이란 자연의 기본적인 현상이며, 전염병은 생명 자체만큼이나 오랜 기원을 가지고 끊임없.. 2016. 5. 26.
제임스 앙소르 (울리케 베스크 말로르니 지음, 마로니에 북스 펴냄) 가면이나 해골이 등장하는 그로테스크한 그림들로 유명한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 1860~1949)는 쿠르베와 같은 사실주의나 모네로 대표되는 인상주의가 풍미했던 19세기말에 표현주의적이며 풍자적인 독특한 화풍으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과 허위와 위선에 가득찬 당대의 부르주아 사회를 통렬히 비웃고 풍자한 괴짜 화가였으며, 20세기의 파울 클레나 게오르게 그로스 같은 화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그로테스크하고 연극적인 것, 풍자와 야유 속에서 자신의 기질과 내적 본능에 맞는 표현수단을 발견했으며, 세상을 향한 급진적이고 풍자적이며 불평스러운 시선을 담아낼 수단을 찾아낸” 이 벨기에 화가의 그림에는 과연 그로테스크한 형상, 찌푸린 얼굴, 해골이나 가면, 섬뜩한 환영들이 가득하고, .. 2016. 5. 26.
자끄 엘륄 입문 (신광은 지음, 대장간 펴냄) 2010년의 리뷰 젊은 날 라는 책으로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자끄 엘륄은 나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올라야 할 산과 같은 존재로 남아 있다. 그의 책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할 뿐 아니라, 독자를 심히 불편하게 만드는 괴력(?)을 가지고 있어 읽기에 결코 편안하지 않다. 탁월한 자끄 엘륄 소개서인 이 책 을 읽으며 그 불편함의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그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질서(필연의 질서) - 돈, 기술, 국가권력, 종교 - 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다. 이러한 필연의 질서들은 현대 사회에서 영적인 실체로 우리에게 경배를 요구하는 우상이 되고 있으며, 철저하게 악마적이기에 결코 기독교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는 기독교가 세상을 변혁시.. 2016. 5. 26.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이화경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이 책은 소설가 이화경이 삶의 여정에서 만났던 열 명의 작가들 (모두 여성이다) 과 밤을 세워가며 교감한 소통의 기록이다. 19-20 세기의 격동기를 살았던 그녀들은 당대의 인습에 저항하여 자신과 세상이 누군지에 대한 정확한 앎을 추구했고, 자유롭고 당당한 삶의 주인이자 주체로 서고자 했으며, 그 결과 처하게 된 억압과 고통 그리고 비극적 삶 앞에서도 결코 굴복하지도, 지성의 의연함을 잃지도 않는다. 또한 그녀들은 감당하기 힘든 개인적 고난의 와중에서도 언제나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했으며, 고통 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녀들의 삶은 여성이라는 범주를 넘어 보편적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위한 지난한 여정이었으며, 신학자 로호만이 그의 책 그리스도냐 프로메테우스.. 2016. 5. 26.
톰 라이트 바울의 복음을 말하다 (톰 라이트 지음, 에클레시아북스 펴냄) 1. 소위 “바울에 대한 새 관점” 학파의 대표주자중 한 명이면서 가장 대중적인 저술가이기도 한 톰 라이트가 바울에 대해 저술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이 책을 드디어 만났다. 루터 이후 바울신학의 핵심으로 여겨진 이신칭의나 전가된 의와 같은 개념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언약신학의 맥락에서 새롭게 기술하고 있는 이 책과 만나는 것은 기존의 사고가 전부 뒤집히는 당혹스러운 경험이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만난 멋진(과연 명불허전!) 가이드와 함께 미지의 땅을 탐험하는 매혹적인 모험이기도 했다. 2. 저자는 다소의 사울이 가장 강경한 샴마이학파의 바리새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사울이 진정으로 바란 것이 여호와 하나님이 마지막 날에 자신의 백성에게 약속하셨던 구원이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2016.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