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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회51

페미니즘의 작은 역사 (안체 슈룹 글, 파트 그림, 김태옥 옮김, 숨쉬는 책공장 펴냄) 주말에 서점에 들렀다가 일전에 청어람 아카데미 담벼락에서 눈에 담아 둔 『페미니즘의 작은 역사』를 만나 잠시 살펴본 후 바로 지갑을 열었습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페미니즘의 중요한 흐름을 인물과 논쟁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는 작지만 알찬 책이었습니다. 심플하고 깔끔한 표지가 눈에 확 띠었고, 부피가 크지 않은 데다 심지어 만화라는 점도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저자는 많은 문화권에서 남성들이 ‘인간 자체’와 동일시되는데 반해, 여성은 ‘파생되거나’ ‘부족하거나’ ‘하위의’ 존재로 취급받아 왔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가부장제 사회에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을 거부하고 여성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태도, 즉 페미니즘이 존재해 왔다고 강조합니다. 페미니즘이란 세상 모.. 2018. 7. 3.
조선자본주의 공화국 (다니엘 튜더/제임스 피어슨 지음, 전병근 옮김, 비아북 펴냄) 『조선자본주의 공화국』은 로이터 서울 주재 특파원으로 로이터 TV 와 BBC 라디오에서 북한 관련 방송을 하고 있는 제임스 피어슨과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을 역임하고 청와대 해외언론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다니엘 튜더가 급격한 변화의 길로 접어든 현재 북한의 모습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들은 지금까지 북한을 다룬 매체들이 김정은과 핵무기 프로그램에만 전적으로 초점을 맞출 뿐, 북한 사회가 실제로 지금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평양 엘리트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연관시켜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들에 따르면 현재 대단히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북한 사회는 일반 주민에서부터 고위 엘리트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로 벌어먹고 살아가는 ‘자본주의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 책이 “현.. 2018. 6. 17.
금기의 수수께끼 (최창모 지음, 한길사 펴냄) 『금기의 수수께끼』는 연세대학교와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가 히브리 성서에 나오는 다양한 ‘금기’에 대해 현대 인류학의 방법론을 적용해 자세히 살피고 있는 책이다.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과 메리 더글라스의 『순수와 위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는 저자는 총론에 해당하는 이 책의 1장에서 “금기란 원시적인 공포, 성스러움, 더러움, 위험, 애매모호함, 경계, 욕망 등과 결합해서 발생하며, 종교적이고 제의적인 성격을 띠고, 개인이나 사회를 통합하거나 방어하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2장과 3장에서 인간의 욕망이 넘치는 영역인 음식 및 성과 관계된 금기들을, 4장에서는 의복착용금기나 왼손사.. 2018. 1. 12.
순수와 위험 (메리 더글라스 지음, 문화과학사 펴냄), 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지음, 한길사 펴냄) 드디어 영국의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인 메리 더글라스(Mary Douglas, 1921~2007)의 대표작인 『순수와 위험』과, 미국 인류학계의 거장인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9~ )가 지은 『문화의 수수께끼』를 다 읽었습니다. 전자는 구입한 지 약 15년 만에, 후자는 무려 30년 만에 완독한 셈이네요. 둘 다 구약성경을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레위기 11장에 나오는 음식금기와 관련하여 잘 알려져 있는 책들입니다. 그러나 이 책들은 꼭 레위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상징인류학’과 ‘문화유물론’, 더 나아가서는 ‘해석’과 ‘과학’이라는 문화인류학의 중요한 두 접근방식을 잘 보여주는, 해당 분야의 고전으로 꼽힐 만한 명저(名著)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전공자인 제가 이 두 권의 책을 이해하는 데.. 2017. 12. 4.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지음, 푸른숲 펴냄) 100차례의 소송을 당했지만 지금까지 모두 승리해 온 ‘소송전문기자’로 자신을 소개하는 의 주진우 기자는 이 책에서 이명박씨가 믿는 것은 사람도 사랑도 하나님도 아닌 오직 돈이라고 말한다. 이명박씨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언제나 ‘자신이나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돈이 되느냐’ 였으며, 그에게는 감옥에 가거나 명예가 더럽혀지는 것보다 돈을 빼앗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걱정거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와 같이 이명박 정부가 벌인 비상식적인 정책이나 결정들은 대부분 ‘돈에 대한 순수한 욕정’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런 어마어마한 사업들을 통해 줄줄 새나간 천문학적인 돈이 모이는 저수지로 의심가는 곳에는 반드시 이명박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기자에게 신이 주신 선물이자.. 2017. 10. 31.
인류학의 거장들(제리 무어, 한길사)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엘런 바너드, 한길사), 문화인류학의 20가지 이론(아야베 쓰네요, 일조각) 1.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유명한 책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은 인류학의 고전 중 하나인 모건의『고대사회』의 주장을 저술의 근간으로 삼고 있을 뿐 아니라, 레슬리 화이트나 마빈 해리스, 엘리너 리콕과 같이 신진화론 혹은 유물론적 관점에 서 있는 후대의 문화인류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렇게 인류학과 관계가 깊은 엥겔스의 책을 읽던 중 좀더 풍성하고 입체적인 이해를 위해 좋은 문화인류학 개론서 세 권을 함께 함께 펴들었다. 2. 『인류학의 거장들』이 커다란 족적을 남긴 학자들과 그 업적을 중심으로 인류학을 소개하는 인물 중심의 인류학사라면 , 일본학자의 저술인 『문화인류학의 20가지 이론』은 20가지의 중요한 인류학 이론과 연구주제들을 공시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소개서이며, 『인류학.. 2017. 7. 5.
만만한 노엄 촘스키 (데이비트 콕스웰 지음, 폴 고든 그림, 송제훈 옮김), 만만한 하워드 진 (데이비드 콕스웰 지음, 조 리 그림, 송제훈 옮김) 『만만한 노엄 촘스키』와『만만한 하워드 진』은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성으로 평가받는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1928~ )와 역사학자 하워드 진(Howard Zinn, 1922~2010)의 생각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입문서이다. 이 두 사람은 현재의 미국이 “새 대통령을 뽑거나 법안 몇 개를 통과시키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권 ‧ 대기업 ‧ 주류언론의 카르텔로 이루어진 기존의 기득권 질서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지성계에 흔치 않은 ‘급진주의적 지식인’들이다. 지은이들은 각각 150여 페이지 정도의 지면에 촘스키와 진의 생애와 경력 및 주요 저서와 사상을 풍부한 일러스트와 재기 넘치는 서술로.. 2017. 4. 9.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 (연구모임 사회비판과대안 엮음, 사월의 책 펴냄) 1.『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은 시몬 드 보부아르에서 깁슨-그레이엄까지 20세기의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저자들과 그들의 이론을 소개하는 국내 학자들의 글 여덟 편을 모은 책이다. 이들은 철학, 문학, 사회학, 경제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졌고, 자유주의자이거나 마르크스주의자이거나 급진적 페미니스트이기도 했으며,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거나 여성의 차이를 강조하거나 여성이라는 성차별적 용어 자체를 극복하려고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때로는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그들을 페미니즘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이유는 여성에 대한 차별에 저항하면서 ‘여성 해방’을 추구하려는 ‘인식 주도적 관심’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2. 글쓴이들은 각 학자당 약 40여 페이지 정도의 지면을 할애하여.. 2017. 4. 3.
토플러 & 엘륄, 현대기술의 빛과 그림자 (손화철 지음, 김영사 펴냄) 현대는 과학기술의 시대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겪어 온 심원한 변화의 중심에는 과학기술이 있으며, 그 결과 현재의 인류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과학문명의 엄청난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과학기술의 유토피아 이면에서는 환경오염이나 인간성 파괴와 같이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핵무기나 원전 사고와 같이 인류의 미래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것들도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역사나 본성을 탐구하고, 그것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기술은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인지를 탐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기술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대표하는 앨빈 토플러와 비관적 관점을 대표하는 자크 엘륄의 사상.. 2016. 6. 1.
엔트로피 (제러미 리프킨 지음, 세종연구원 펴냄) 1. 전에 “육식의 종말” 로 한번 만난 적이 있는 저자와 이 책으로 다시 만났다. 故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읽고 있었던 책도 그의 “유러피언 드림” 이었다고 한다. 경력을 살펴보자면 그는 미국의, 아니 현대문명의 주류에 속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서 한국의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입에서 나왔다면 당장 “좌파”로 매도되었을 만한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나오는 것이 가끔은 놀라울 때가 있다. 2. 현대인은 400년전 형성된 Newton 의 기계론적 세계관의 영향 아래 살고 있다. 그 요체는 우주에는 정밀한 수학적 질서가 있으며,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이 질서를 지구에 도입하여 무질서한 자연을 인간의 물질적 이익이 증대되도록 재배열한다면 인류의 물질적 풍요가 증대될 것이고 이는 결국 더 좋은 세.. 2016. 5. 31.
위험사회 (울리히 벡 지음, 새물결 펴냄) 얼마 전에 발생했던 일본의 지진해일과 그로 인한 원전 방사능누출 사고는 근대화의 결과 도래한 산업사회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묵시론적 재앙에 의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1986년에 처음 나온 이후 이미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 책에서 저자는 근대화의 결과 도래한 이와 같은 ‘위험한’ 산업사회를 위험사회라고 정의한다. 그에 의하면 위험은 과거에는 富를 위해서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개인적이고 우연적인 난관이었으나, 현대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과학기술체제 자체에 의해 체계적이고 필연적으로 생산되는 정상적 개연성으로 변했으며, 그 결과 근대사회는 언젠가는 현실화될 수 밖에 없는 재앙과 위험이라는 위태로운 기초에 세워져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위험사회에서 나타나는 위.. 2016. 5. 31.
희생양 (르네 지라르 지음, 민음사 펴냄), “모방 욕망” “희생양 메커니즘”과 같은 개념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저자 르네 지라르는 이 책에서 모든 인류 사회는 그 성원들의 모방 욕망으로 인한 갈등과 폭력이라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그 사회의 경계에 위치한 무고한 약자나 소수자 집단(들)을 - 예를 들면 전쟁포로, 어린아이, 유대인, 장애인 등 - 희생양으로 삼아 위기의 책임을 전가한 후 집단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살해함으로 위기를 벗어나 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반대로 이 희생양을 신격화하거나 전지전능한 조작자로 만들어 제의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희생양 메커니즘이야말로 유사 이래 인간사회를 유지하는 보편적인 원칙이었으며, 인류의 모든 신화와 설화는 무고한 희생양에 대한 집단 폭력과 살해의 기억.. 2016. 5. 31.
당신들의 기독교 (김영민 지음, 글항아리 펴냄) 1.탈식민성과 우리 인문학의 글쓰기, 동무와 연인, 공부론 등의 저서로 나와는 구면인 저자는 “젋은 시절 은사주의적 성향이 강한 교회의 청년부에 소속되어 불트만, 틸리히, 본회퍼, 그리고 서남동과 안병무 등을 읽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신학이나 종교 관계 서적을 유심히 살피고, 듣그럽거나 생게망게한 설교 소리에도 얼마간 넉넉한 마음으로 귀를 열어 놓으며, 소싯적 영성의 무늬를 새겨 준 몇몇 목회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교회에 발을 끊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일종의 경계인이랄 수 있는 이 ‘철학자’ 는 과연 그 명성에 걸맞게 동서고금의 석학들을 자유자재로 호출하여 소위 信者들의 행태와, 그를 통해 드러나는 한국교회의 치부를 특유의 압축적이고도.. 2016. 5. 31.
케인즈 & 하이에크, 시장경제를 위한 진실 게임 (박종현 지음, 김영사 펴냄) 1. 최근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화두는 무엇보다 “시장” 과 “경쟁” 인 것 같다. 시장이야말로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시장만능주의가 대세로 자리 잡고, 모든 영역에서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오늘날, 극단적이고 괴상한 주장을 하는 괴짜 늙은이쯤으로 치부되며 철저히 잊혀졌다가, 대처와 레이건의 등장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하여 신자유주의의 ‘성자’요 ‘제사장’으로 추앙받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프리드리리 폰 하이에크 (1899~1992) 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2. 하이에크는 사회주의란 사람들의 이성으로 사회의 집합적 결과를 측정하여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구성주의(constructivism)의 여러 버전 중 하나이며, 그것은 사회.. 2016. 5. 31.
유한계급론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지식을 만드는 지식 펴냄), 유한계급론 (원용진 지음, 살림 펴냄) ‘유한계급(leisure class)' 이나 ’과시적 소비‘와 같은 개념으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19세기 말 미국 자본주의 사회와 지배계급의 생활양식을 관찰하고 분석한 그의 책 유한계급론 (The Theory of Leisure Class) 을 통해 “살도 피도 없는 이론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 유한계급의 ‘야만적 문화’를 신성화하려는 ‘존경받는 경제학’의 허점을 통박”했다. 오늘날 한국의 상황에 대입해 보아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이 위대한 괴짜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베블런은 문명시기의 모든 지배계층에게 ‘유한계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베블런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볼 때 평화 애호적 미개시대에서 폭력적 약탈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산적 노동.. 2016. 5. 31.
야생의 사고 (레비 스트로스 지음, 한길사 펴냄) 1.구조주의로 알려진 거대한 지적 흐름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는 경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 및 사회문화적 현상들의 이면에는 이원적 대립의 체계라는 인간 정신의 보편적 구조가 존재하며, 이와 같은 인간정신의 무의식적 구조가 대상세계에 논리적 형식을 부여한 것이 토템적 분류체계, 친족이론, 신화체계, 요리문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무의식적 구조가 모든 개별적 정신에 선행하고 개개인의 의식에 외재하면서 인간의 존재조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인간은 이와 같은 사회적 무의식의 소산인 상징체계에 의하여 구성되고 이에 종속되는 존재이기에, 데카르트 이후 서구철학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의식적 주체’란 결국 심층구조의 효과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서 ‘근대적 주.. 2016. 5. 30.
신화해석학 (이경재 지음, 다산글방 펴냄) 1.인간은 외부의 대상을 ‘날 것 그대로’ 접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언어적 상징을 통하여 인식하고 이렇게 언어적으로 재구성된 상징적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이자, 생존과 생식이라는 생물학적 욕구 이외에 자신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의식의 잉여’를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이렇듯 언어적 상징, 즉 이야기의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삶과 죽음의 실존적 의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것이 어떻게 우주가 혼돈에서 질서로 변화하였고 그 안에서 인간의 위치가 무엇인지를 말해 주는 기원에 관한 거룩한 이야기, 즉 신화다. 또한 이러한 신화의 내용을 재현하는 행위가 바로 종교적 제의이며, 따라서 신화와 제의는 종교를 그 내용으로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제의가 행하는 종교라면 신화는 말하는 종교다. 2. 신화의 내용.. 2016. 5. 30.
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1.한국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독일로 건너가 철학과 독일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한 후 지금은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모든 시대는 그 시대의 고유한 질병을 가진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지난 세기가 타자와 나를 구분한 후 타자를 부정하고 제거하는 면역학의 시대였다면, 금세기는 이질성과 타자성의 소멸로 초래된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해 유발되는 신경증의 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 20세기의 냉전이 타자를 부정하는 면역학적 시대의 필연적 귀결이라면 냉전의 해체와 세계화의 과정은 타자성의 소멸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2. 지난 세기를 특징지웠던 면역학의 본질은 공격과 방어, 즉 폭력이다. 여기서 면역반응의 대상은 타자 그 자체이며, 전혀 적대적 의도를 가지지 않았거나 .. 2016.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