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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회51

다른 길이 있다 - 쓰지만 영근 삶을 살아온 30인의 인생 이야기 (김두식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이 책에는 2012년부터 한겨레 토요판에 격주로 연재된 “김두식의 고백” 중 서른 개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꽤 오래전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를 다룬 “칼을 쳐서 보습을” (뉴스앤조이 펴냄) 이라는 책으로 저자인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처음 접한 후, 흥분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지만 꾸준하고 용감하게 국가와 교회, 법조계와 같은 우리 사회 주류권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그늘 아래서 고통 받는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해 온 그의 팬이 되었고, 이제는 서점에서 그의 이름을 달고 나온 책을 발견하면 별 주저함 없이 집어드는 편이다. “다른 길이 있다”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 그에게 인터뷰를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남들이 가지 않는 다른 길, 대개는.. 2016. 5. 30.
감정 독재 (강준만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1. 저널룩인 “인물과 사상” 시리즈와 “김대중 죽이기”, “전라도 죽이기” 와 같은 문제적 저작들을 통해 ‘실명비판’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공격적 글쓰기를 선보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투적 논객 강준만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그 자리는 특유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무지막지한 생산력을 발휘하며 대중에게 사회 문화 역사 언론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현상을 수많은 학자들의 다양한 이론을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만물박사’ 내지는 ‘지식 소매상’ 강준만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한때 그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직설적인 글쓰기에 열광했던 나로서는 과거의 강준만이 가끔 그립기도 하지만, 최근 그의 저작들을 살펴보면 ‘지식소매상’ 으로서 그가 가진 생산력과 소통능력도 탁월한 수준을 넘어 거.. 2016. 5. 30.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 스티븐 코비에서 시골의사까지 (이원석 지음, 필로소픽 펴냄) 1. 오늘날 자기계발서 분야가 우리나라 출판시장의 확고한 강자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어떤 서점에 가 봐도 사람들로 바글대는 목 좋고 넓찍한 자리는 그들의 차지이니 말이다. 실제로 우리 시대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서가 들려주는 성공의 비밀을 복음으로 믿고 그 제자로 살아가며, 그들이 제공하는 달달한 힐링의 메시지로 무한경쟁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는다. 심지어 요즘 같아서는 기독교를 포함한 여러 종교 역시 자기계발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일부로 포획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 그러나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문화이론을 전공하고 있는 저자는 그의 첫 번째 책인 에서 자기계발 산업이라는 이 공룡이 실은 ‘거대한 사기극’ 에 불.. 2016. 5. 29.
68운동 (이성재 지음, 책세상 펴냄) 1. 이 책은 1960년대 후반 유럽, 아메리카, 동유럽, 일본 등지에서 권위주의 타파, 기성 질서에 대한 거부 그리고 상상력의 확대라는 구호를 내걸고 주로 학생들에 의해 주도된 역사적 사건인 68 운동의 역사와 전개과정 그리고 그 결과와 영향을 간략히 다룬 소개서다. 2. 68 운동의 주역들은 무엇보다도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에 대해 격렬히 저항했으며,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하고 미국의 베트남 전쟁과 소련 공산주의를 동시에 비판했을 뿐 아니라 성 해방과 토론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를 옹호했다. 또한 그들의 운동방식은 중앙의 통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기존의 저항운동과는 달리 자율적이고 탈중심적이며 무정부주의적인 특성을 띠었다. 이러한 68 운동은 ‘모든 권력을 상상력에게’,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다.. 2016. 5. 28.
사회를 말하는 사회 - 한국사회를 읽는 30개 키워드 (정수복 외 지음, 북바이북 펴냄) 이 책은 사회학자, 시사평론가, 출판평론가, 기자, 교수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필자들이, 압축적 근대화를 통해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 한국사회를 분석, 평가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30개의 사회분석 담론들을, 대개는 동일한 제목을 달고 있는 대표적 저작들을 통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 좋은 안내서이자 서평집이다. 네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1) ‘나는 항상 배고프다’는 제목으로 1장에 함께 묶여있는 소비사회, 낭비사회, 잉여사회와 같은 담론들은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낸 한국사회의 적나라한 욕망과 그 결핍으로 인한 문제들을 잘 다루고 있으며 (2)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는 제목이 붙은 2 장은 위험사회, 감시.. 2016. 5. 28.
논객시대 - 인문 사회 담론의 전성기를 수놓은 진보 논객 총정리 (노정태 지음, 반비 펴냄) 1. 이 책은 외환위기와 정권교체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그리고 유신의 딸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중반에 이르는 뜨거운 격동의 시대를 각자의 말과 글을 통해 치열하게 살아나갔던 아홉 명의 진보 논객들의 열전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박노자나 김규항과 같은 사회주의자에서부터 유시민이나 강준만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자, 그리고 고종석과 같은 '개념 있는' 우파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적 스펙트럼을 가진 여러 ‘진보’ 논객들이 썼던 책을 꼼꼼히 살핀 후, 각각의 텍스트로부터 그들의 생각과 고민, 더 나아가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왔던 한국사회의 모습을 읽어내는, 저자 스스로가 서사적 논픽션 (Narrative Nonfiction) 이라고 규정한 작업을.. 2016. 5. 28.
우상의 황혼과 그리스도 - 르네 지라르와 현대사상 (정일권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 르네 지라르 (김모세 지음, 살림 펴냄) 1. 고려신학대학원과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을 거쳐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 대학에서 르네 지라르(Rene Girard 1923~ ) 연구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현대 사상과 관련하여 르네 지라르의 문명이론을 소개하는 것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디오니소스 對 십자가에 달리신 자”의 대립을 통해 이천 년 유대-기독교 사상의 전복을 기도했던 니체와 그 후계자들의 백 년에 걸친 철학적 유산을, 지라르 사상을 통해 다시 한 번 뒤집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먼저 지라르를 통해 니체와 그 후예인 포스트모던 사상을 뒤집고, 이 뒤집기를 통해 다시 ‘십자가에 달린 자’ 혹은 이천 년 전통을 가진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 의 복권을 시도한다. 그리고 지라르 문명이론의 빛 아.. 2016. 5. 28.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 (김보근 외 지음, 한겨레출판) 몇년 전 과학자 황우석씨의 사기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때가 있었다. 내게 이 사건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사실 여부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 사건은 사실 과학사기사건의 특징을 모두 갖춘 전형적인 예에 불과하다), 이 사건에 대해 대응하는 방식을 통해 한국사람들의 심성을 지배하고 있는 세계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세계관 중의 하나를 잘 보여주는 것이 "설령 황우석 박사가 거짓말을 했더라도 국익을 위해서 덮어 두었어야 한다" 는 반응이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국가" 란 신성불가침의 초월적 존재이며, "국익" 과 대치되는 진리란 애당초 존재할 수 없는 불경스러운 개념이다. 현대국가는 이제 신성을 획득하고 숭배를 요구하는 괴물(리바이어던)이요, 그 자체가 절대적 진리의 화신인 하나의.. 2016. 5. 28.
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 외 지음, 문학동네 펴냄), 곁에 머물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하는 이 땅의 신학자들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세월호와 역사의 고통에 신학이 답하다 (조석민 외..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다룬 세 권의 책을 집어들었다. 각각 복음주의 신학자들(세월호와 역사의 고통에 신학이 답하다)과 진보적 신학자들(곁에 머물다), 그리고 작가들(눈먼 자들의 국가)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그날도 지금도 “가만히 있으라”고 위협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감추는데 급급한 이 땅의 권력자들과 기득권자들, 함부로 “하나님의 뜻”을 입에 담아가며 빈약한 신학과 천박한 역사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일부 교계 지도자들,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고 모독하며 모든 문제를 돈으로 환산하기에 급급한 죽음애자들과 맘몬 숭배자들이 도처에 득시글거리는 이 나라에 과연 희망이 존재하는가? “아, 묵시문학이 갈급한 때로다”라는, 김창락 교수의 글 제목이야말로 오늘 우리의 현실.. 2016. 5. 28.
고종석의 낭만 미래 (고종석 지음, 웅진문학임프린트 곰 펴냄) 이 책은 몇몇 대표적 지식인을 선정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제 중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있는 주제들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지식과 책임”이라는 기획의 한 열매다. 한국에서 자유주의라는 말은 하이에크류의 자유 지상주의나 독재자를 숭배하는 유사 파시즘집단에 의해 오용되고 더럽혀져 있지만, 저자는 칼 포퍼와 존 롤스 그리고 조지 오웰을 스승으로 삼는 자신의 ‘고종석표 자유주의’ 는 그러한 사이비 자유주의와 달리 (국가나 민족을 포함한) 집단이나 공격적 다수에 대한 불신, 좌 우를 막론하고 전체주의에 대한 단호한 반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할 정부의 역할에 대한 폭넓은 인정, 소수자와 약자의 자유에 대한 강력한 옹호를 그 특징으로 하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라고 강조한다. 내가 서 .. 2016. 5. 27.
슬픈 열대 (레비 스트로스 지음, 한길사 펴냄) 1.『슬픈 열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류학자이자 현대 구조주의의 창시자로 인정받고 있는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 1908〜2009)가 1937년에서 38년까지 브라질의 오지에 살고 있던 카두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투피 카와이브족 등 네 부족을 탐사한 기록을 담고 있는 인류학 보고서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인류학의 영역을 넘어서 이 대학자의 사상적 편력을 담은 지적 자서전이자, 20세기의 후반기를 풍미했던 구조주의의 사유체계를 엿볼 수 있는 인문학의 고전이기도 하다. 참고로 색인까지 포함하면 총 76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 두툼한 책은 현재까지 한길 그레이트북스 시리즈 중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2. 레비 스트로스는 이 책에서 그가 관찰한 원주민들의.. 2016. 5. 27.
하룻밤의 지식여행 22 - 인류학 (메릴 윈 데이비스 지음/ 피에로 그림, 김영사), 하룻밤의 지식여행 44 - 레비 스트로스 (보리스 와이즈먼 지음/ 주디 그로브스 그림, 김영사) 『하룻밤의 지식여행』시리즈는 ‘플라톤에서 촘스키까지’, 그리고 ‘수학에서 심리학까지’ 역사상 지적으로 중요한 성취를 이룬 인물들과 학문 분야를 선정해 만화의 형태로 간략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입문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책마다 어느 정도의 우열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특별한 배경지식 없이도 비교적 편안하게 해당 분야를 개괄할 수 있는 좋은 시리즈인 것 같다. 과거 이 시리즈의 책 중 『융』과 『라캉』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고, 이번에 펴든 책은 『인류학』과『레비 스트로스』. (1) 『레비 스트로스』는 지금까지 접했던 이 위대한 사상가를 다룬 책 중 단연 최고점을 줄 만 했다. 일반적인 소개서들이 주로 ‘구조주의의 창시자’로서의 레비 스트로스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느라 그의 인류학적 업적.. 2016. 5. 27.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프리드리히 엥겔스, 계명대학교 출판부) 1.『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은 칼뱅주의 개혁파의 명망 있는 사업가 가문 출신으로 여우사냥을 즐기는 최상류층 부르주아였으면서도 마르크스의 사상적 동지로 평생 공산주의 운동에 헌신했던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95)의 대표작으로, ‘사적소유’와 ‘계급투쟁’이 세계역사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보는 “사적 유물론”을 명확하게 제시한 마르크스주의의 고전일 뿐 아니라, 성차별과 여성억압의 사회경제적 토대에 대한 체계적 설명을 시도함으로서 인류학과 여성학 분야에서도 고전적 저술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인류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미국의 인류학자 루이스 모건(Lewis Henry Morgan 1818-1881)의 유명한 책『고대사회』의 주요 논지를 인용하여 가족제.. 2016. 5. 27.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돌베게 펴냄) 1.젊은 시절 접했던 항소이유서를 시작으로, 거꾸로 읽는 세계사,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과 같은 좋은 글과 책을 통해 나와 만나 왔던 탁월한 “지식소매상” 유시민은 누구도 국가와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 없으며 훌륭한 국가 없이는 시민들의 훌륭한 삶도 있을 수 없기에, 우리는 국가란 무엇이며 어떤 국가가 훌륭한 국가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면서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과거 국가에 대해 고민했던 수많은 스승들의 생각을 검토하고 때로는 비판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간다. 2. 저자에 의하면 국가가 무엇인지, 그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해명하는 철학과 이론은 크게 보자면 국가주의적 국가론, 자유주의 국가론, 마르크스주의 국가론, 목적론적 국가론 등으로 나뉠.. 2016. 5. 27.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이화경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이 책은 소설가 이화경이 삶의 여정에서 만났던 열 명의 작가들 (모두 여성이다) 과 밤을 세워가며 교감한 소통의 기록이다. 19-20 세기의 격동기를 살았던 그녀들은 당대의 인습에 저항하여 자신과 세상이 누군지에 대한 정확한 앎을 추구했고, 자유롭고 당당한 삶의 주인이자 주체로 서고자 했으며, 그 결과 처하게 된 억압과 고통 그리고 비극적 삶 앞에서도 결코 굴복하지도, 지성의 의연함을 잃지도 않는다. 또한 그녀들은 감당하기 힘든 개인적 고난의 와중에서도 언제나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했으며, 고통 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녀들의 삶은 여성이라는 범주를 넘어 보편적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위한 지난한 여정이었으며, 신학자 로호만이 그의 책 그리스도냐 프로메테우스.. 2016.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