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르부르그 대학의 구약학 교수였던 오토 카이저(Otto Kaiser, 1924-2017)가 쓴 OTL 주석 시리즈의 한 권으로 이사야서의 1-39장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고전적인 독일 역사비평학의 정수를 담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주석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트렘퍼 롱맨이 쓴 Old Testament Commentary Survey는 이 주석을 평신도나 목회자용이 아닌 학자용으로 분류하고 있다.
저자는 1-12장을 다루는 이 책의 1권에서 흥미롭게도 통설과 달리 이샤아를 "모든 권리를 가진 자유농민"으로 간주하며, 이 예언자가 “하느님의 소명에 순종하여 자신의 시대에 대항하여 일어났던 위대한 개인”이었을 뿐 아니라, “과거의 전승, 즉 유다와 이스라엘의 종교적 전통의 빛 안에서 하느님의 현재의 행위를 이해했던 계약의 백성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13-39장을 다루는 2권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가진 이사야서의 최종 본문은 이사야 외에 무명의 저자와 편집자들에 의해 헬레니즘 시대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 편집 작업의 결과이며, 그중에서도 이샤아 36-39절은 주전 4세기에 열왕기로부터 끌어와 형성된 부설이고, 24-27장까지의 소위 ‘이사야 묵시록’은 주전 4세기부터 2세기까지 헬레니즘의 영향 아래 쓰여진 ‘원묵시문학’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렇게 최종적으로 편집되어 우리에게 정경의 형태로 전해진 이사야서의 본문들을 정교한 전승사적 방법을 통해 철저하게 "원래의 형태로" 재구성하려고 시도하며, 그렇게 재구성된 본문의 배후에 위치한 시대적 정황이나 역사적 사건, 또는 그 본문이 선포된 종교적 축제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깔끔하고 명료한 본문에 대한 주해에는 이러한 역사적이고 전승사적인 지식뿐 아니라, 때로 ‘신앙’과 ‘결단’을 강조하는 루터와 불트만의 향기가 진하게 벤 번뜩이는 신학적 통찰이 담겨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주요 단락의 마지막에는 이러한 예언의 메시지가 역사적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어떻게 받아들여져 왔으며,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감으로서 비평주석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깨뜨린다.
평신도의 경건생활을 돕기 위해서나 복음주의 교회의 목회자가 설교를 위한 참고자료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진지한 성경 연구자가 정독한다면 여기저기 보석처럼 박혀 있는 탁월한 통찰을 캐낼 수 있는 좋은 주석임이 확실하다.
한국에 번역된 저자의 책 <구약성서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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