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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이야기7

베토벤의 감람산 위의 그리스도 듣기 Kent Nagano 지휘, 독일 베를린 교향악단과 베를린 방송합창단, HMF, 2003 뛰어난 관현악과 훌륭한 합창, 그리고 화려한 독창진이 만들어낸 드라마틱한 연주. 강렬한 대비가 돋보이는 극적이고 화려한 연주는 종교음악이 아닌 오페라를 듣는 것 같다. Christoph Spering 지휘, 다스 노이에 오케스트라와 쾰른 코러스 무지쿠스, OPUS111, 2000 합창과 독창, 관현악이 혼연일체가 되어 들려주는 깔끔하면서도 극적인 연주. 관현악은 소편성이지만 강약의 대비가 강렬하며, 합창과 독창자들은 몰입감 넘치는 연주를 들려준다. Helmuth Rilling 지휘, 슈투투가르트 바흐 콜레기움과 슈투투가르트 게힝거 칸토라이, hȁnssler, 1994 릴링이 그의 수족과 같은 단체와 함께 섬세하게 빚.. 2022. 1. 17.
헨델의 메시야 음반 듣기 Thomas Beecham 지휘,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BMG, 1958 유진 구센스의 편곡을 사용한 대편성 연주로 드라마틱하고 화려하며 독창이 좋다. 현대 연주의 정교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교회음악의 카테고리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감동을 전해준다. Leonard Bernstein 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Westminster Choir, Sony Classics, 1958 매우 느리고 낭만적인 취향의 대편성 연주로 특이하게도 크리스마스 파트와 부활절 파트로 나뉘어 있다. 나름의 정취가 있으나 최고의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Otto Klemperer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EMI, 1964 클렘페레답게 시종일관 느린 템포와 장중한 톤으로 일관하는 우직하고 단단한 .. 2021. 12. 13.
마태 수난곡 감상 수난주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다음주 주말까지 마태수난곡 음반들을 하루에 하나씩, 매일 다른 버전으로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좋아해서 주로 손이 가게되는 헤레베헤나 아르농쿠르. 가끔 찾는 옛 애인(?) 인 리히터나 클렘페레의 음반들 외에 그간 사놓고 손이 잘 가지 않았던 것들 중에도 몇 골랐습니다. 꼭 수난절이 아니더라도 가끔 마태수난곡을 듣는 것은 역사가 아리에스의 말마따나 "죽음이 유폐되어버린 현대" 를 마치 죽음이 없는 듯 잊고 살아가는 저에게 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 Mori) 는 중세의 격언을 새삼 일깨워주곤 했었지요. 이번 수난절에 그간 익숙했던 옛친구(!) 들과 반갑게 조우하고, 그간 소홀했던 몇몇 음반들과도 잘 사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2. 3. 30) 3월30일 릴.. 2016. 6. 15.
아름다운 앨범을 내는 멋진 레이블들.... 요즘 EMI 나 그라모폰, 데카, 필립스 등의 메이저 클래식 음반사에서 나오는 음반들은 과거처럼 명화를 표지로 사용하는 경우보다 연주자의 얼굴을 큼지막하게 박아놓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염가반의 경우에는 표지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경우들도 있어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예술의 본질이 미의 추구라고 한다면 아름다운 음악은 마땅히 아름다운 앨범에 담겨 있어야 제격이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주로 고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몇몇 마이너 음반사들이 멋진 앨범들을 만들어주고 있어서 위안이 되는군요. 멋진 앨범을 눈으로 보면서 커피 한잔과 함께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는 일도 인생이 누릴 수 있는 큰 기쁨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2011, 4) 바하, 음악의 헌정. .. 2016. 6. 1.
우산과 재봉틀이 해부대를 만난 날 - 힐리어드 앙상블의 "Officium" “우산과 재봉틀이 해부대 위에서 만난 것처럼 아름답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들의 배치를 바꿔 전혀 다른 맥락에 위치시켰을 때 경험하게 되는 ‘아름다움’의 느낌을 표현한 말입니다. 프랑스의 시인인 로트레아몽의 詩句 중 하나라는 이 말을 가장 잘 체현한 예술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가 아닐까 합니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물들은, 그러나 일상적 감각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 위치함으로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아름다움’ 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음반 Officium 에서는 남성 네 명만으로 구성된 세계적인 고음악 연주단체인 힐리어드 앙상블과 색소폰 주자인 Jan Gavarek이 함께 .. 2016. 6. 1.
팔레스트리나, 교황 마르첼리 미사 (Missa Papae Marcelli) 고등학교 시절 LP 로 처음 접했던 팔레스트리나의 "교황 마르첼리 미사 "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순수한 인간의 목소리로 빛어내는 앙상블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이 노래를 통해 처음 알았으니까. 르네상스 시대의 무반주 미사곡들이 대개 엄숙하고 숭고한 느낌을 준다면, 이 곡은 편안하고 따뜻할 뿐 아니라 너무도 아름다워 마치 천사의 음성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젋은 시절 한때는 이 곡을 너무도 좋아한 나머지 거의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이 노래 전곡을 다 듣고 하루를 시작했던 때도 있었다. 오랫동안 사랑해 왔던 음악인 만큼 아마존에까지 주문해 가면서 제법 많은 음반들을 모아 왔지만 구녹음(1990) 과 신녹음(2007), 그리고 팔레스트리나 서거 400년 기념 실황음반(1994) 등 G.. 2016. 6. 1.
모짜르트 장엄미사 C 단조 KV 427 모짜르트의 장엄미사곡 KV427 을 듣다. 이 곡을 좋아해서 오래전부터 많은 음반들을 모아왔지만, LP 시절 처음으로 접했던 프리차이의 음반을 능가하는 연주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첫번째 곡 Kyrie에서 지옥에서 구원을 간구하는 듯 어둡고 절규하는 목소리로 합창이 Kyrie eleison(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을 부른 후, 마치 먹구름 가득한 캄캄한 하늘 한편에서 한줄기 찬란하고 밝은 빛이 내려오는 듯 소프라노 마리아 슈타더가 기품있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Christe eleison(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부르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성탄의 어둔 밤 목자들에게 주님나신 기쁜 소식을 알려 주는 천사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 같다. 하나님의 "심판하시는 의"를 두려워하던 마르틴 루터.. 2016.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