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다음주 주말까지 마태수난곡 음반들을
하루에 하나씩, 매일 다른 버전으로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좋아해서 주로 손이 가게되는 헤레베헤나 아르농쿠르.
가끔 찾는 옛 애인(?) 인 리히터나 클렘페레의 음반들 외에
그간 사놓고 손이 잘 가지 않았던 것들 중에도 몇 골랐습니다.
꼭 수난절이 아니더라도 가끔 마태수난곡을 듣는 것은
역사가 아리에스의 말마따나 "죽음이 유폐되어버린 현대" 를
마치 죽음이 없는 듯 잊고 살아가는 저에게 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 Mori) 는 중세의 격언을 새삼 일깨워주곤 했었지요.
이번 수난절에 그간 익숙했던 옛친구(!) 들과 반갑게 조우하고,
그간 소홀했던 몇몇 음반들과도 잘 사귈 수 있기를 바랍니다.
3월30일 릴링 - 깔끔하고 단정한 바하. 절제된 세련미. 역시 명불허진!!
3월31일 번스타인 - 느리게 한없이 느리게. 연주 자체는 글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해석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고난을 체화한 유대인의 피가 흐로고 있어서일까?
4월1일 솔티 - 극적이고 진폭이 큰 바하, 가끔은 오페라 아리아같은 느낌 .... 솔티라는 선입견 때문일까?
4월2일 멩겔베르크 역사적 명반중의 하나라는데.... 아직까지는 음질 문제를 제외하고도 심하게 자의적인(?) 템포설정과 지나치게 감상적인 연주라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오겠지.
4월3일 가디너 연주 자체로만 보자면 깔끔하고 나무랄 데 없는 명품이라고 해야겠지. 과거보다는는 훨씬 이 음반이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뭔가 빠진 느낌이...수난없는 수난곡??
4월4일 마우에르스베르거 - 참 엄숙하고 단정한 연주이기는 한데 ...뭔가 말잘듣는 모범생을 보는 듯한 느낌. 너무 모범적이면 좀 재미가 덜한 건 나뿐인가?
4월5일 클렘페레 - 누군가 말했던 대하처럼 흘러가는 연주라는 평이 딱 맞는 듯. 자신만의 유장한 템포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디디는 거인의 모습을 보는듯...물론 이 고지식한 거인에게 날렵함을 기대할 수는 없겠다.
4월6일 스즈키 - 일본 지휘자와 연주단체의 음반이어서일까? 명반의 하나라고들 했지만 거의 손이 가지 않았던 음반. 그러나 일체의 과장과 허식이 배제된 "바하 자체"를 만난 느낌. 잔잔한듯 하지만 영혼을 파고드는 뭔가가 있다. 앞으로 이 음반을 많이 사랑하게 될 듯!!
4월7일 헤레베헤 - 워낙 많이 들었던 음반.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처절한 고난의 그림이라기 보다는 수난의 의미에 대한 조용한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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