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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단상 일반38

광복절과 <총독의 소리> 오늘은 8.15 광복절입니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니 예전에 읽었던 최인훈 소설가의 가 떠오르네요. 혹시 우리가 至難한 노력 끝에 역사의 전면에 재등장한 ‘조선총독부 지하부’와 그 휘하 ‘총독의 소리 방송’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울한 상념과 함께.    "여기는 朝鮮總督府 地下部가 보내드리는 總督의 소리 방송입니다.  충용한 제국 신민 여러분. 제국이 재기하여 반도에 다시 영광을 누릴 그날을 기다리면서 은인자중 맡은 바 고난의 항쟁을 이어 가고 있는 모든 제국 군인과 경찰과 밀정과 낭인 여러분 ........ 제국의 유덕과 치적은 맥맥히 이 산하와 인심 속에 살아 있어서 이 노병의 지난한 임무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반도의 전운이여. 때맞춰 일어나고, 때맞춰 스러지라.. 2024. 8. 15.
책 - 출판사 - 번역자 : <우표, 역사를 부치다>로 엮인 인연의 끈 (2023년 6월 24일) 2023년 6월 24일 페북의 “과거의 오늘”에서 정은문고에서 나온 라는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4년전 포스팅을 접했습니다. 6.25와 우표에 관한 이야기인데 지금 읽어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흥미로운 내용과 아름다운 만듦새가 오감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좋은 책과 만났습니다!”라는 평가로 마치고 있네요. 이 때로부터 1년 3개월여 후인 2020년 9월 정은문고 대표님으로부터 책 집필 제안을 받았고,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올해 3월 우여곡절끝에 제 책 가 정은문고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3개월이 지난 며칠 전, 서울국제도서전 정은문고 부스에서 의 번역자님을 만나 책에 친필 사인을 받았습니다. 책으로 엮인 인연의 끈이 이 글을 썼던 4년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곳으로 저를 이끌었네요! 20.. 2023. 7. 13.
<예언자적 상상력> 40주년 기념판이 나오다 (2023년 4월 19일) 제게는 '복 있는 사람'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을 꾸준히 보내주시는 귀인이 한분 계십니다. 그런데 제가 최근 책 출간으로 몸과 마음이 분주한 나머지 보내 주신 귀한 책들에 제대로 관심을 쏟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월터 브루그만의 은 여러가지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던 제가 기어이 글을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군요! 40주년 기념판으로 새로운 옷을 입고 '복 있는 사람'에서 다시 나왔습니다. . 은 Christianity Today에 의해 20세기를 형성한 100권의 기독교 서적에 선정되기도 한 현대의 고전입니다. 저는 이 책을 1990년대에 대한기독교서회 판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저자 이름이 'W. 브루지만'이고 제목이 한문으로 표기된 노란 책이었죠. 다시 보니 책값은 3000원이었군요. 처음에.. 2023. 7. 12.
늦은 밤 공부하는 코즈모폴리터니즘' 1. 공부 좀 하겠다고 밤늦게까지 진료실에 앉아 있는데 병원 문밖으로 비가 많이 오네요. 요즘 처리해야 할 일도 많고 신경써야 할 일도 여럿 생겨서 공부는 안되고 상념만 많아집니다. (사진 1) 2. 강남순 교수님의 를 다시 읽으며 요약해나가고 있습니다. (사진 6-8)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주제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나 바울을 따라 ‘나-너’ 또는 ‘우리-그들’의 경계를 넘어 타자를 ‘우주적 시민’으로 여기는 코즈모폴리턴이 되어야 하며, 정치-사회-문화적 주변인들과 연대하여 타자에 대한 정의, 연대, 책임의 윤리를 실천해야 한다는 책의 주장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들뢰즈를 따라 이론을 ‘연장상자’로 여기는 이분의 방식도 좋아합니다. 요즘 SNS에 올라오는 강남순 교수님의 글들에 대해 이런저런 논.. 2021. 6. 11.
로티와 아렌트에게 배우기 시작하다 “악의 평범성(진부성)”으로 유명한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와 “자유주의 아이러니스트”인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환대”와 “정의” 그리고 “공공성”으로 이어지는 탐구의 끝자락에서 (다시) 만나게 된 저자들입니다. (사진 2) 다행히 좋은 소개서 두 권을 발견해 읽는 것으로 웜업은 잘 했네요. 이제 본게임으로 들어가 처음 만나는 로티의 대표작인 와, 오래 전 열심히 읽고 책 여백에 정리까지 했지만 망각의 심연으로 사라진 아렌트의 을 찬찬히 읽어 보겠습니다. (사진 3) 인류가 피로 일구어 온 소중한 가치들을 “정치적 올바름” 이라고 조롱하는 천박한 자들이 사상가와 멘토를 참칭하며 밥을 벌어먹는 시대에, 이 스승들이 설파하는 “복수성” “탄생성” “세계 사랑” “자아 창조.. 2021. 5. 17.
환대는 가능한가? -『공정한 환대』와 『환대에 대하여』, 그리고『사람, 장소, 환대』 신학자 레티 러셀은 『공정한 환대』라는 책에서 ‘본문으로 괴롭히기 (textual harassment)’를 통해 지속적으로 타자에 대한 배제와 억압을 자행하는 ‘차이의 해석학’ 대신, 성서의 또 다른 전통 중 하나인 하나님의 환대 속에서 사람들을 환영하면서 차이를 긍정하는 ‘환대의 해석학’으로 성서 텍스트에 접근하자고 말합니다. 이 책을 만난 후 ‘환대의 해석학’은 제 성서읽기의 주요 화두가 되었고, ‘환대’는 제가 관심을 가지고 살피는 주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관심은 관련 주제를 다루는 몇 권의 책과의 만남을 통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자크 데리다는 『환대에 대하여』에서 절대적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대는 ‘절대적’ 혹은 ‘무조건적 환대’뿐이며, 이는 타자가 이름이나 신분.. 2021. 4. 13.
환대 없는 데리다의 <환대에 대하여> 데리다의 는 며칠에 걸쳐 그렇게 정성을 다해 구애를 했음에도, 끝끝내 제게 ‘환대’를 베풀어 이해의 신세계로 ‘데리다’ 주지 않는군요. 어제 이런저런 책들의 도움을 받아 밤늦게까지 읽다읽다 끝내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출해 유치한 셀카놀이나 해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책 앞표지에 떡 하니 자리잡은 채 괴로워하는 저를 그윽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데리다의 얼굴이 매우 얄밉게 느껴집니다 ㅋㅋㅋ 2021. 3. 5.
숙명여대 사태와, <페미니즘의 책>과 <하나님 아버지를 넘어서>에 나오는 '트랜스 배제적 급진 페미니즘'(TERFs) 주말에 집앞 서점에 들러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한 권의 책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깔끔한 구성과 많은 사진, 그리고 간략하지만 명쾌한 설명이 어우러진, 제가 딱 좋아하는 형태의 책이었습니다. 바로 ! (사진 1) 흥미를 느끼고 책을 펼치자마자 나온 단락은 ‘트랜스 배제적 급진 페미니즘’(TERFs), 바로 얼마 전 숙명여대에 입학하려던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학생의 희망을 좌절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그룹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사진 2) 내용을 살펴보니 TERFs들은 태어날 때부터 남성 성기가 있는 사람은 남자일 뿐이며, 트랜스 여성은 결국 침입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박스 기사에서는 그들이 여성들의 공간에 트랜스 여성의 출입을 금지시킨 일이 .. 2020. 2. 18.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에 나오는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과 '맥각중독' 라는 책을 읽던 중 (사진 1), 유명한 사막의 수도자인 성 안토니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아타나시우스가 쓴 로 잘 알려진 기독교 역사 초기의 위대한 사막교부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쓰고 그린 이 책에서는 앙투안이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사막에 은거하며 수도생활에 전념하던 그에게 악마가 온갖 형상으로 나타나 유혹한다는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은 그뤼네발트에서 살바도르 달리에 이르는 수많은 미술가들이 즐겨 그려온 서양미술사의 주요 모티프 중 하나입니다(사진 2-4).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안토니우스가 경험한 “환상”들이, 벼과식물에 기생하는 맥각균에 의한 맥각중독 현상의 하나인 “환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설명은 금식(과 기도)를 통해 이 “환상”이 소멸된 이유까지 알려줍니다(사.. 2020. 1. 31.
가장 오래 손때를 묻힌 책들 - 책 표지 챌린지 요즘 책 표지 챌린지라는 걸 하나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 일곱 권의 표지를 찍어 올리는 이벤트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원래 독서에 관한 한 심지가 굳지 못하고 변덕이 죽끓듯 하는 성격이라 제일 좋아하는 책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이고 그 다음으로 좋은 책은 바로 전에 읽었던 책입니다! 가히 독서계의 카사노바라 할 만 하지요 ㅎㅎ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책보다는 가장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들춰보며 손때를 묻혀온 책 일곱 종류를 골라 봤습니다. 이중에는 내용에 더 이상 동의하지 않거나 새로운 책들에게 밀리는(?) 바람에 더 이상 찾지 않게 된 책들도 있지만, 그래도 전부 길게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제가 소환할 때마다 충실한 벗이 되어주었던 진실한 친구들입니다! 2020. 1. 31.
신작 제목 이벤트 응모에 당첨되다! 일전에 재밌게 읽었던 의 저자이신 리제임스작가님의 신작 제목을 묻는 이벤트에 응모했었는데 당첨이 되어 출판사인 시커뮤니케이션의 최지윤대표께서 사은품을 보내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시커뮤니케이션에서 곧 나올 작가님의 신작 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19. 12. 10.
<100개의 명언으로 보는 페미니즘>에서 만난 체스터턴! 진료 틈틈이 이라는 책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사진1) 기원전 1세기경부터 2017년까지 2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페미니즘의 역사를 이끌어온 선구적인 인물들과 그들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100개의 명언을 모아 해설을 덧붙인 흥미로운 책입니다. 시대별로 배열되어 있어 페미니즘의 역사를 개략적으로 살피는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는 좋은 책이네요!흥미롭게 페이지를 넘기던 중 갑자기 낯익은 이름이 나타났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추리소설 주인공인 ‘브라운 신부’의 창조자이자, 가장 탁월한 기독교 변증서 중의 한 권으로 꼽히는 의 저자이기도 한 길버트 체스터턴! (사진 2)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페미니즘에 대해 뭔가 ‘모자란’ 소리를 하는 바람에 이름이 언급된 것이었군요 ㅋㅋㅋ 하여간 이 책, 용감한 선구자들.. 2019. 9. 26.
'창백한 푸른 점'과 페친의 귀한 선물! 이전에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해 SNS를 통해 이야기를 나눴던 페친 한 분께서 귀한 선물을 보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귀히 간직하겠습니다! 2019. 9. 2.
『우표, 역사를 부치다』가 설명하는 한국전쟁의 기원! ‘우편학자’인 나이토 요스케라는 분이 짓고 정은문고에서 번역해 펴낸 『우표, 역사를 부치다』라는 흥미로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진 1, 2) 저자는 “우표나 우편물이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국제관계론 경제학 미디어 연구 등 모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라고 주장하면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미디어로서의 ‘우편’, 즉 ‘우편 미디어’를 활용해 국가나 사회, 시대나 지역의 본모습을 재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우편학의 기본 구상”이라고 말합니다. 특별히 ‘반미의 세계사’를 ‘우편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살피는 이 책의 첫 장이 해방 이후의 한국 현대사를 다루는 부분이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데 서술이 상당히 정확하고 균형잡혀 있는 것 같네요. 재밌게 읽어 나가던 중 한국전쟁의 시작과 우표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 2019. 6. 25.
<말이 칼이 될때>에 나오는 혐오표현의 문제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의 문제를 다룬 법학자 홍성수 교수의 『말이 칼이 될 때』를 읽고 있습니다. 부제이기도 한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라는 주제를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 아주 좋은 책입니다. 저자가 자신을 크리스찬이라고 밝히고 있어서 더 반가왔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류교회는 대체로 성경의 이름을 빌어 반유대주의나 성차별 및 인종차별, 노예제도와 같은 타자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적극 옹호하는 편에 서 왔지만, 가끔 이러한 당대의 집단적 차별과 범죄에 저항하는 용감한 의인들이 나타나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곤 했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그리스도인들이 많이 읽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같은 기독교인이고, 같은 법학교수고, 같은 법철학.. 2019. 5. 24.
김호기 교수의 <세상을 뒤흔든 사상> 단평! 사회학자 김호기 교수가 쓴 를 다 읽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사회 원리와 제도를 분석하고, 이 사회적 구속 아래 놓인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 현대의 고전 40권을 소개한 책입니다. 목차를 살펴보면 일단 소개된 책의 면면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그리고 책당 5~6페이지 분량 안에 저자 소개와 내용 요약, 그 책이 서구와 한국의 지식계와 일반 사회에 끼친 충격과 영향까지 명쾌하게 담아낸 저자의 지성과 역량이 놀랍습니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독서의 반려로 삼아야겠습니다! 맥클로흐의 도 이제 250 페이지 정도 남았는데 빨리 끝을 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도 유혹을 못이기고 집앞 서점에서 산 저 네 권의 책은 언제나 읽을 수 있으려나요 ㅋㅋ 2019. 5. 18.
<매니큐어 하는 남자>를 보며 '매니큐어 하는 어르신'을 떠올리다. 오늘 서점에서 시원하게 한 번! 오늘도 이러저러한 책이 좋다는 페친들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 것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지만, ”죄가 있는 곳마다 은혜는 더욱 넘치도다”는 바울 사도의 일갈을 떠올리며 애써 무마중입니다! ㅎㅎ 제 환자중 외모나 옷차림은 지극히 평범한데 유독 예쁘게 기른 손톱에 매니큐어를 네일아트 수준으로 화려하게 바르고 가끔 립스틱까지 칠하고 오시는 남자 어르신이 계십니다. 놀라운 것은 대기실에 계시는 분들 대부분이 그 어르신에게 관심 자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골의사 17년 경험에 의하면 10년 전만 해도 간섭에 수군거림에 난리가 났을 일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산 책중 강남순 교수님이 쓴 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조만간 그 어르신을 떠올리며 열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2018. 12. 29.
페북 "늙어보이기 대회" 출품작들! 요즘 연말을 앞두고 최대한 늙어보이기 대회를 한다고 해서 좀 연조있는 (1991년 수련회 가이드북 빼고 나와 만난지 최소 삼십년이 넘은) 애들 중 몇몇을 골라 봤습니다. 지금 보니 1991년까지도 수련회를 “국민학교”로 갔군요. 그런데 성탄절 특집호에 대체 어떤놈(?)이 나를 바보라고 적어놓은 거야 ~~ ㅎㅎ# 앗~~그러고보니 1984년 고 2때 창세기 성경공부 노트가 있었네요. 지금은 LA 향린교회에 계시는 곽건용 목사님과 함께 했던 공부노트입니다 ㅎㅎ 2018.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