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단상 일반38 <위대한 미술책>에 나오는 혼자 하는 공부의 즐거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두뇌와 삶을 건강하게 지켜 준다.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건강한 호기심은 그것이 대단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세상 모든 것과 관계를 맺고 의미를 묻는 일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일은 세상과 더 멋진 관계를 맺는 일이다. 이 세상은 우리가 듣고 보고 느낄수록 그만큼 더욱 풍요로워진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공부하는 일 역시 세상과 더 많이 감응해 나가는 과정이다. 사실 우리는 너무 많은 공부를 했다. 먹고살기 위해서, 출세하기 위해서 ..... 그러나 자기 스스로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하는 공부와 독서는 즐거울 수밖에 없다. 과시용 공부가 아닌 자기충족적인 공부의 기쁨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조금 어려운 책을 만나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게 힘들 수는 있지만 지루.. 2018. 8. 23. 1987년, 역사의 해! 의 리뷰를 쓰면서 궁금한 것이 있어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펼쳐보던 중 라는 책에서 웬 종이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1987년도 예과 2학년 때였나 본데 책을 읽어가며 혼자서 무슨 연표를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본인도 못 알아보는 악필과 온갖 색깔을 칠해가며 책 지저분하게 읽는 것은 똑같았군요. 돌아보니 참 별짓을 다 했었습니다 ㅋㅋ야밤에 홀로 향수에 젖어 그 시절에 읽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역사책들을 서가에서 꺼내 보니 죄다 1987년에 읽었던 것으로 되어 있네요. 제목과 본문에 보이는 한문들이 이 책들의 연륜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이때쯤 읽었을 김학준 교수의 와 그 유명한 ‘해전’은 어떤 분이 빌려가서 지금쯤 누군가의 서가에 꼽혀 있을 것이고 ..... 어쨌든 제 인생에서 1987년은 .. 2018. 8. 4. 노희찬 의원과 최인훈 선생님이 눈을 감은 날에 .... # 오늘 아침부터 제가 좋아했던 정치인인 촌철살인의 대가 노희찬 의원과 한때 정말 푹 빠져 살았던 소설가 최인훈 선생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하고 계속 마음이 무겁습니다. 진짜 악인들은 믿기만 하면 구원을 준다는 '교회'라는 곳까지 들락거리며 천국행 티켓까지 얻어 떵떵거리며 오래오래 잘만 살던데 .... 말과 글의 힘과 품격을 보여준 두 분 모두 평안히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 세로조판이라 보기도 불편한 최인훈 선생님의 책들을 밤새도록 읽고 또 읽던 예과 2학년 시절이 떠오릅니다(사진 1).특별히 그의 소설 의 마지막 한 페이지는 지금까지도 제 마음 한구석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사진 2). 왜일까요? 아직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폭력도 혐오도 구별도 아닌 오직 사랑만이 구원할 .. 2018. 7. 24. 책의 소우주를 탐사하다 과거의 나와 마주치다! 얼마 전 아리스토텔레스와 메리 더글러스를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만, 한 권의 책이 품고 있는 지식의 네트워크라는 소우주를 탐사하다 보면, 가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과거에 행했던 지적 탐구의 흔적과 마주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독서 컨디션이 좋아 이런저런 분야의 책을 마구잡이로 섞어 가며 읽는 중이라 그런지 그런 예가 자꾸 눈에 띠네요! 최근에 발견한 예로는 (1) 고대 이스라엘의 가정에 대해 다룬 구약신학서의 한 아티클에서 아날 학파의 거두인 프랑스 역사가 필립 아리에스의 명저 을(물론 사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발견한 경우(사진 1,2), (2) 서양 철학사 교과서에서 얼마 전에 읽은 페미니즘 만화에서 만났던 고대 그리스 시대 여성 수학자의 이름이 불쑥 튀어나왔던 경우(그림 3,4).. 2018. 7. 20. 메리 더글러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오염' 그리고 지식의 네트워트 # (1) 전혀 다른 저자 - 한국의 종교학자와 노르웨이의 철학자 - 가, (2) 전혀 다른 시대에 살았던 두 사람 - 20세기의 여성 인류학자인 메리 더글러스와 고대 그리스의 남성 철학자 아레스토텔레스 - 을 다루는, (3) 크기도 주제도 전혀 다른 두 권의 책 - 90페이지 남짓한 소책자와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교과서 - 을, (4) 연이어서 읽어가는 중에, (5) 거의 동일한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신기하고 흥분되는 일입니다. # 누적된 책읽기가 직조해 낸 지적 네트워크의 그물망에 커다란 물고기 한마리가 걸려든 셈인데 ..... 비록 객관적으로는 별 것 아니겠지만 책읽기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희열중 하나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더 크고 더 촘촘한 네트워크의 그물을 짜서 더 작은 고기까.. 2018. 7. 14.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나오는 "현대 식물학의 시조" 린네의 음란함! 칼 폰 린네 (Carl von Linné , 1707 ~ 1778) 2018. 7. 13. 메리 더글러스와 소수자 혐오, 그리고 경계 건드리기 일전에 주문했던 『메리 더글러스』라는 자그마한 책이 우여곡절 끝에 도착해 잠시 살펴보려고 펼쳤다가 계속 붙잡고 있습니다. 레위기 공부를 하면서 처음으로 접했고,『순수와 위험』을 읽으며 본격적으로 만났던 매력적인 영국 인류학자에 대한 작은 소개서입니다. 작년에 읽었던 책 리뷰를 하나 쓰고 있는 중인데, 쉽고 친절한 이 책이 자꾸 저를 유혹하며 하던 일을 방해하네요. 읽어가며 제가 이 학자에 대해 홀로 공부하며 겨우겨우 이해했던 내용들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특별히 서론을 읽어가며 한국사회에서 떠오르는 쟁점 중 하나인 다양한 혐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띠었습니다. 저자가 메리 더글러스의 통찰을 빌어 혐오란 본능적이거나 논리적이거나 위생적인 것이라기보다 특정 사회가.. 2018. 7. 11. 독서의 즐거움 - 재밌는 번역어 찾아내기와 아는 이름 발견하기 오늘 읽던 책 중에 나온 재미있는 번역어입니다. 아마도 문화 유물론 (cultural materialism)의 번역어일 것으로 추측되는 “문화 유물주의”와, 흔히 "상부구조"로 번역되는 superstructure 를 옮긴 듯한 느낌이 팍팍 오는 “초구조”! 그런데 찾아보니 “문화 유물주의”는 말은 가끔 쓰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과문한 탓인지 “초구조”라는 용어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네요. “토대-상부구조”가 아닌 “토대-초구조”모델이라니, 어째 좀 어색하게 들리긴 합니다 ㅎㅎ 그 와중에도 본문 중에 브루스 말리나나 마빈 해리스같이 아는 이름들이 눈에 띠니 갑자기 맘이 뿌듯해지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역시 재밌는 번역어 찾아내기와 아는 이름 발견하기야말로 책읽는 사람들만이 맛볼 수 있는, 결코 .. 2018. 7. 10. 위대한 보수주의자 칼 포퍼 -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 나오는 권력과 저항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보수주의자 중 하나라는 칼 포퍼의 책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그의 책을 읽어 보니 역사적으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자 중 한 명이었다는 포퍼가 오늘날 한국에 오면 당장 좌파 내지는 반국가 사범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특별히 보수를 참칭해가며 긍정사관이라는 미명하에 허접한 교과서를 통해 잘못된 과거사를 감추거나 왜곡하기에 급급한 사람들이나, 국가를 우상으로 섬기기를 강요하며 전쟁과 폭력의 역사를 공권력과 신앙의 이름으로 미화하려는 사람들은 포퍼에게 ‘진짜 보수’가 뭔지 좀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 정치권력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라고 말하는 것은 온당한 생각이 아니다. 왜냐하면 정치권력의 역사는 국제적 범죄와 집.. 2018. 1. 16. 알타우저와 기츠? 재미있는 이름들! 알타우저? 기츠?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같기는 한데 이름을 좀 통상적이지 않게 번역하셨네요. 재밌습니다. 아마 루이 알튀세와 클리포드 기어츠겠죠 ㅎㅎ (2016. 1. 12) 2018. 1. 12. 훌륭한 아이러니트와 훌륭한 인간! - 리처드 로티에 대한 단상 에 나오는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 1931-2007) 의 사상에 대한 소개글을 읽는 중인데 .... 실천적 차원에서 삶의 지향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어렴풋하게 지녔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자기완성이라는 개인의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잃지 않는 삶! 특별히 살아갈수록 이론과 실천은 서로 생각처럼 밀접한 관계가 아니며, '진리' 혹은 '정통'에 도달하는 것이 저절로 훌륭한 실천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로티의 견해에 점점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2015. 9. 4)자기완성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은 함께할 수 있을까? 리차드 로티, 그리고 정의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 2018. 1. 3.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이 알려 주는 大 플리니우스의 책읽기 일본 과학자인 교토대학 교수 가마타 히로키가 지은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을 읽고 있습니다. 진화론의 주창자인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부터 대륙이동설을 주장한 베게너의 『대륙과 해양의 기원』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켜 왔던 14명의 과학자들과 그 대표적인 저서들에 대해, 해당 분야의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고 흥미진진하게 기술한 정말 좋은 책이네요. 그중에서도 오늘 제가 특별히 흥미를 느낀 부분은 르네상스 시대까지도 자연을 기술한 권위 있는 교과서로 인정되어 널리 읽혔던, 총 37권에 달하는 『자연사, Naturalis Historia』를 집필한 大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 23?~78)의 엄청난 학구열과 책에 대한 .. 2017. 12. 29. 버지니아 울프가 꿈꾸는 독서가의 천국 -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어쩌면 천국은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연상시키는 아주 멋진 결론이로군요! 2017. 12. 20. 마녀사낭과 죄의 전가(轉嫁) 중세 마녀광란에 대한 이야기인데 ..... 어째 오늘날 한국 보수교회 이야기 같다. 그런데 혹시 기독교는 우리의 모든 죄가 십자가에 달린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에게 전가된다고 가르치는 종교 아니던가? 그렇다면 자신들의 죄를 마녀 이슬람 동성애에 전가시키는 종교는 대체 정체가 뭔가? 2017. 9. 4. 부정한 음식, 돼지고기 - 매리 더글라스와 마빈 해리스 라는 책에서 성경을 읽을 때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인 음식에 관련된 금기, 특히 그중에서도 돼지고기와 관련된 부분이 나와서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어쩌면 이 부분은 그리스도인들보다 보건학이나 비교종교학 또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시는 분들에게 훨씬 더 흥미로운 주제일 수도 있겠는데,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설명 중 제게는 두 명의 유명한 문화인류학자인 메리 더글라스와 마빈 해리스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하나님의 질서나 완전성”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메리 더글라스의 이론이야 워낙 잘 알려져 있고 기독교 신학과도 궁합이 잘 맞는 편이라 수용에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무려 “문화유물론자”인 마빈 해리스의 이론에 대해 “유물론”이라는 단어가 일종의 ‘금기’인 .. 2017. 6. 30. 그리스 비극과 세월호 "인간이 신이 되지 않는 한, 인간에게 고통과 절망은 그치지 않는다. 이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임철규, 그리스 비극)"비극은 진지하고 일정한 크기를 가진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며 ..... 연민과 공포를 환기시키는 사건에 의하여 바로 이러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완수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연민을 느낄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가 고통받는 타인의 자리에 우리들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어야만 합니다. 오직 우리는 나도 저런 고통을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할 경우에만 타인의 고통에 대해 깊은 공감과 연민을 느낄 수 있습니다 ..... 한마디로 카타르시스란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동참함으로서 자기의 고통을 초월하고 극복한다는 말입니다" (김상봉,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나는 .. 2017. 3. 24. 무죄한 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기억과 애도 "우리의 기억 저편 망각의 바다 속에서 억울하게 누워 있는 숱한 인간들을 그 바다로부터 기억의 땅으로 끌어올려 ....그들을 기억해 주고, 그들이 남긴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그들의 고통을 애도하는 것이 문학의 진정한 행위다..... " (임철규, )"피해자로서든 가해자로서든 아니면 양자 모두의 입장에서든, 우리는 폭력의 악순환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폭력 속에 갇혀 버린 세상은 참으로 지옥과도 같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지옥에 내려가셨다"는 대목은 복음 중에서도 가장 기쁜 소식이다. 사도신경의 이 문장은 너무나 도발적이고 우리를 동요시키기 때문에 자주 생략된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복음이다......." (다니엘 밀리오리, "기독교는 십자가에 달리신 자의 고난과 부활에 대한 위.. 2017. 2. 16. 책의 敵 현재는 국회에서의 탄핵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채 푸른집에 유페되어 있는 박ㄹ혜씨가 한참 서술이 퍼렇던 시절 문학동네와 창비를 언급하며 지원금을 삭감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이 출판사들이 나 같이 세월호를 다룬 책을 내서랍니다. 그리고 실제 그런 혐오스러운 짓이 자행된 후에는 박씨와 김실장에게 그 결과가 꼼꼼하게 보고되기까지 했답니다. 한겨레도 경향도 아닌 동아일보 특종입니다. 21세기 대명천지의 대한민국에서 유신시대나 나치치하에나 가능할 법한 일이 버젓이 벌어졌다니,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 천박함과 사악함에 구역질이 나고 몸서리가 쳐집니다. 단순한 정치적 잘잘못의 차원의 넘어 사람다움과 문명세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현대판 분서갱유(焚書坑儒)를 기도한, 저 非인간 反문명의 화신인 "책.. 2017. 1. 10.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