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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단상 일반

그리스 비극과 세월호

by 서음인 2017. 3. 24.

"인간이 신이 되지 않는 한, 인간에게 고통과 절망은 그치지 않는다. 이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임철규, 그리스 비극)

"비극은 진지하고 일정한 크기를 가진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며 ..... 연민과 공포를 환기시키는 사건에 의하여 바로 이러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완수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연민을 느낄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가 고통받는 타인의 자리에 우리들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어야만 합니다. 오직 우리는 나도 저런 고통을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할 경우에만 타인의 고통에 대해 깊은 공감과 연민을 느낄 수 있습니다 ..... 한마디로 카타르시스란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동참함으로서 자기의 고통을 초월하고 극복한다는 말입니다"  (김상봉,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

"나는 전쟁 폭력 억압으로 인해 삶이 산산이 부서진 채 죽어간 수많은 시대의 희생자, 삶이라는 허무의 바다에서 허망한 몸부림을 치다 한갓 포말처럼 사라져간 숱한 존재를 망각의 바다에서 끌어올려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그들의 고통과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문학의 진정한 행위라고 본다 ..... 위대한 문학이란, 문학이라는 형식을 통해 망각 속에 묻혀 있는 숱한 인간들을 역사 속으로 불러내어 그들을 다시 기억해 주고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고통과 죽음을 슬퍼하며 장례를 지내주는 애도의 행위다 ..... 그리스 비극은 이러한 문학의 진정성을 행하고 있다 "  (임철규, 그리스 비극)

그리고, 만약 임철규의 말대로 '문학' (특별히 '비극')이 망각의 바다 아래 가라앉아 있는 희생자들을 기억의 수면 위로 끌어올려 그들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행위라면, 우리 시대가 반드시 써야 하는 '비극'은 아마도 "세월호의 선체를 인양해 미수습자들을 찾아내고, 참사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하며, 인양과 기억과 애도를 방해했던 사악한 세력의 추한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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