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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단상 일반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이 알려 주는 大 플리니우스의 책읽기

by 서음인 2017. 12. 29.

일본 과학자인 교토대학 교수 가마타 히로키가 지은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을 읽고 있습니다. 진화론의 주창자인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부터 대륙이동설을 주장한 베게너의 『대륙과 해양의 기원』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켜 왔던 14명의 과학자들과 그 대표적인 저서들에 대해, 해당 분야의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고 흥미진진하게 기술한 정말 좋은 책이네요.

그중에서도 오늘 제가 특별히 흥미를 느낀 부분은 르네상스 시대까지도 자연을 기술한 권위 있는 교과서로 인정되어 널리 읽혔던, 총 37권에 달하는 『자연사, Naturalis Historia』를 집필한 大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 23?~78)의 엄청난 학구열과 책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조카였던 小 플리니우스가 남긴 『서한집』에 따르면 大 플리니우스는 조카가 산책을 하자 “그런 짓으로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마라”고 호되게 나무랐고, 밥을 먹으면서도 책을 읽고 다 먹으면 일분일초를 아껴 집필에 몰두했으며, 잠시 누워서 쉴 때조차 아랫사람을 시켜 책을 낭독하게 하다가 중요한 내용이 나오면 즉시 자세를 고쳐 앉아 요점을 적었다고 합니다. 참 지독한 공부벌레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이 모든 것보다 “사람에게 아주 작은 도움도 주지 못할 정도로 쓸모없는 책은 이 세상에 한 권도 없다”라는 플리니우스의 말이 확 눈길을 사로잡네요. 더불어 이 책의 저자인 가마타 히로키가 항상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한다는 “단 한 줄이라도 도움이 되는 구절이 있는 책은 반드시 사라”는 말은 왜 이리 반가운지요 ㅋㅋ

“독서는 새로 책을 사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산 책 중에서 골라서 하는 것”이라는 말을 인생 격언으로 삼고 있는 제게, 이 두 분은 반드시 마음 속의 명예의 전당에 모셔들여야 할 강력한 후보로 등극했습니다요! 단, ‘공부’말고 ‘책사기’에 대해서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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