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4일 페북의 “과거의 오늘”에서 정은문고에서 나온 <우표, 역사를 부치다>라는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4년전 포스팅을 접했습니다. 6.25와 우표에 관한 이야기인데 지금 읽어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흥미로운 내용과 아름다운 만듦새가 오감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좋은 책과 만났습니다!”라는 평가로 마치고 있네요. 이 때로부터 1년 3개월여 후인 2020년 9월 정은문고 대표님으로부터 책 집필 제안을 받았고,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올해 3월 우여곡절끝에 제 책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가 정은문고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3개월이 지난 며칠 전, 서울국제도서전 정은문고 부스에서 <우표, 역사를 부치다>의 번역자님을 만나 책에 친필 사인을 받았습니다. 책으로 엮인 인연의 끈이 이 글을 썼던 4년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곳으로 저를 이끌었네요!
2019년 6월 24일 ‘우편학자’인 나이토 요스케라는 분이 지은 『우표, 역사를 부치다』 (정은문고) 라는 흥미로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진 1, 2) 저자는 “우표나 우편물이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국제관계론 경제학 미디어 연구 등 모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라고 주장하면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미디어로서의 ‘우편’, 즉 ‘우편 미디어’를 활용해 국가나 사회, 시대나 지역의 본모습을 재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우편학의 기본 구상”이라고 말합니다. 특별히 ‘반미의 세계사’를 ‘우편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살피는 이 책의 첫 장이 해방 이후의 한국 현대사를 다루는 부분이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데 서술이 상당히 정확하고 균형잡혀 있는 것 같네요. 재밌게 읽어 나가던 중 한국전쟁의 시작과 우표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는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저자는 해방 5주년이 되는 1950년 남한에서는 기념우표를 발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왜냐하면 1950년 8월 15일의 한반도에서는 한국전쟁이 한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공식 기념일보다 2개월여 이른 6월 20일에 서둘러 ‘해방 5주년’기념우표를 발행했으며, 저자는 이를 북한이 공식 기념일인 8월 15일에 광복 기념우표를 발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증거로 간주합니다. 그뿐 아니라 이 우표를 발행하고 불과 5일 후에 한국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까지 고려해 본다면 "북한이 스스로 이 우표를 통해 한국전쟁이 자신들의 소행이었음을 고백하는 꼴"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진 3)
또한 저자는 북한이 1950년 6월 28일 서울을 점령한 후 7월 10일에 발행한 ‘서울 해방’ 기념우표는 전시라는 긴박한 상황에 더구나 보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안에 발행되었으며, 이는 북한이 사전에 우표 발행을 준비했음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이 역시 광복 5주년 기념우표와 더불어 북한의 남침을 증명하는 자료 중 하나라고 강조합니다. (그림 4, 5) 비전문가인 제가 저자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능력은 없지만 매우 흥미롭고 그럴 듯한 생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면 ‘우편학’이라는 분야가 특정 시대나 사건을 재구성하는 유용한 도구일 수 있다는 좋은 예가 되겠네요. 흥미로운 내용과 아름다운 만듦새가 오감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좋은 책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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