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기독교/교회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 (인터뷰어 이혜성, 북오픈 펴냄)

by 서음인 2024. 3. 20.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은 발행인이기도 한 인터뷰어가 교회를 떠난 여덟 명의 실제적 심정적 가나안 성도들과 나눈 대담을 묶어 펴낸 인터뷰집이다. 이들은 모두 전통적인 한국의 보수교회 출신이며 전직 담임목사에서부터 선교단체 간사, 사모에 이르기까지 한때는 ‘교회인싸’ ‘기독교인싸’에 속했던 사람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먹먹함이다. 그분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이 곧 나의 것이었으며 그 상당 부분이 지금도 나의 것이니까. 차이는 그들이 극한까지 고뇌하면서 현실과 부딪힌 끝에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회를 떠나는 선택을 했다면, 나는 끝까지 버티고 버틴 끝에 마침내 교회의 핵인싸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것뿐이다.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과연 그들은 신앙의 실패자고 나는 믿음을 지킨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지막 날 하나님 앞에 섰을 때 과연 누가 더 옳다고 인정받게 될까?

아마도 이 책의 목소리를 가장 진지하게 경청해야 할 사람들은 목회자들을 포함한 교회의 리더십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오늘도 여러 이유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정죄하면서 의기양양하게 “나는 저들과 같지 않아 감사하다”고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슬프고 먹먹할 뿐이다. 
 
내용
 
민수기 31장도 충격이었죠, 왜 전에는 이걸 읽으면서도 아무런 문제를 느낄 수 없엇는지, 그래서 세뇌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실감한 구절입니다. 이스라엘이 미디안 족을 멸하는 이야기죠 .... 하나님의 명령으로 이루어진 겁니다. 이런 걸 읽으면서도 전혀 문제의식을 못 느낀 저 자신을 한탄한 겁니다. 하나님은 선하다. 다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었을 거야. 가나안이나 미디안이나 죽을 만하니까 죽었지, 족을 만한 죄를 지었으니 하나님이 죽이라고 한 거지.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주의죠 .... 도대체 어떻게 저러고 살았지? 어떻게 저렇게 믿고 살았지? …. 탈레반이 지배하는 세상이 행복한가요? 기독교가 지배하는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근본주의 기독교가 지배하는 세상. 거기에는 사상의 자유, 신념의 자유, 이런 게 있을까요? (담임목사에서 무신론자로 中)
 
교회 안 문화와 언어가 불편했어요. 예를 들면 여성만 식당 봉사를 하는 건 성별에 따라 역할이 고정되는 거잖아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그런 여성성이 학습되기도 하고요. 또 청년, 청소년 교육이 결국에는 결혼과 출산을 하고 정상 가족을 이루는 쪽으로 귀결되는 것도 이상하더라고요. 교회 안에는 비혼자들도 많은데 그분들은 교회가 정한 정상 범주에서 변두리로 밀려나는 거죠 .... 현재의 대답은 ‘신학 하기’가 반드시 교회 안 목회자로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오히려 신학을 공부했으니 사회에서 책임감 있는 신앙인, 성경의 내용대로 정의와 평화를 목적 삼는 사회구성원으로 사는 것도 괜찮다 정도의 결론을 내렸어요. (지금은 경계에 서 있습니다 中)
 
교회에서 남성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한 적이 많아요, 초등학교 때 교회 오빠를 좋아했는데 그 오빠에서 성추행을 당했어요. 그것도 여러 번. 교회에서는 엄청 신실한 오빠였고 나중에 신학교도 가고 전도사, 목사가 되더라고요 .... 구조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배우기로 예수님은 기득권에 대항해서 우리를 대변해 주시고 행동하는 분이었는데, 그런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는 교회는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교회가 봉사하고 선교비도 내고 좋은 일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정치에 있어서는 왜 기득권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을 하는지 ..... 개인적으로는 끊임없이 최책감을 주는 교회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었거요.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내 아이가 그저 행복하기만을 바라게 되던데 우리의 어버지가 되신다는 하나님을 심판자로만 엮는 것이 이상했어요. (끝없이 죄책감을 주는 교회 中)
 
예수님의 가르침은 내가 사는 시대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내세 중심, 개인의 신앙과 내면 성장만을 강조하는 보수교회의 교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임하게 하는 데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의 삶이 평등하고 인권이 존중되고 불공정한 사회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교회의 지도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한국의 기성교회는 기득권 세력이고 그 기득권 자체가 공의로운 성경적 가르침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기성교회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 그렇지만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본질적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평화를 사랑하고 편견과 차별에 맞섰던 예수님의 가르침은 여느 다른 세계종교와 더불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충분히 울림 있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교회를 떠나며 中)
 
하나님이 작은 신음 하나하나에 응답하신다는 식의 감상적 신앙에서는 떠난 것 같아요. 하나님은 필요할 때 그분의 뜻에 따라 개입하시지만, 전쟁과 폭력과 질병과 가난으로 가득한 세상을 묵과하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 하나님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주신 자유를 좀 더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고 봐요. 선택의 자유를 주셨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까지도 우리의 몫이죠 .… 각 개인의 다른 생각과 다른 생활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경직된 분위기도 문제지만, 그 다름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교회 안에 없다고 생각해요. 성 정체성이 모두 같아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지독한 폭력인가요. 하나님이 용납하시는 사람들을 인간이 심판한 죄를 언젠가는 크게 물으실 거리고 생각해요 .... 무식한 것, 무식으로 일관하는 것, 무식 속에서 답을 찾는 것. 저는 이것이 교회의 너무나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신앙을 지키기 위해 교회 밖으로 中)
 
최근에는 기독교 신앙 자체에 깊은 회의를 느껴요. 신앙의 이름으로 교회가 저질러 온 잘못뿐 아니라 교리나 믿음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이제는 예전처럼 하나님이 정하신 계획과 인도하심이 있다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인생의 목적, 하나님의 섭리, 그 모든 믿음에 세뇌된 것은 아닌가, 그건 비겁하고 낙관적인 믿음에 나 자신을 내던진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 교회가 사람들의 영혼에 안식을 주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 공적인 이바지를 하는 것도 아니에요. 기독교라는 종교가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별 매력도 없고, 이익집단이 되어 버려서 사회 인식도 나빠졌는데 우리 사회에 무슨 쓸모가 있나요? 이 부분에 뼈를 깎는 자기성찰과 발전이 없으면 기독교는 더 빠른 속도로 도태될 거라고 생각해요 .... 혹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에 속하게 된다면 다양성을 얼마나 존중하는가가 제일 큰 기준이 될 것 같네요. 교회에서 대부분 금기시하는 것을, 예를 들면 가족주의가 심하지 않고 성 소수자를 혐오하지 않고 과학을 이단시하지 않는다면 좋겠어요. (목사의 아내지만 中)
 
저의 입장을 굳이 범주화한다면 ‘기독교 이신론자’에 가까운 것 같아요. 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 사이에서 신이 현실 세계에서 물러나 있지만 그럼에도 그 의도가 여전히 선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일종의 수정되지 않은 신앙과 수정된 이신론을 함께 믿는다고 하는 그의 이야기가 지금 제 신앙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아마도 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교회를 안가면 이렇게 삶의 질이 올라가는구나!’라는 경험을 하셨을 것 같아요. 주말을 온전히 쉬거나, 일요일을 껴서 여행을 간다거나, 친구들과 모임을 하는 등 전반적으로 교회를 안 가는 삶이 만족스러운 게 사실이라 그다지 교회를 다니고 싶지는 않아요. (목회와 생업 사이에서 中)
 
성공회는 모든 지역 교회 신자들이 같은 성서정과와 전례로 신앙생활을 하고 사제들도 몇 년 주기로 바뀌기 때문에 개신교처럼 담임 목사 한 명의 카리스마로 좌우되는 분위기가 없어요. 그런 시스템이 저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여겨졌어요. 성공회에 와서는 교회를 모자이크 이미지로 재인식하게 됐어요 .... 지인들로 이루어진 여러 모임이 제 신앙 모임이자 교회의 개념이 된 것 같아요. 신앙적 정서적 요구는 이 모임들에서 대부분 충족이 되는 것 같아요. 교회 밖에서 교회 공동체가 꾸려지는 특이한 상황인 셈이죠. 그 기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고요. SNS 역시 일종의 교회 공동체거든요 .... 저는 여전히 기독교를 탐구 중인 입장이고, 만약 성공회에 더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될 때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