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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단상 기고/추천사

『예수 그리스도와 신화』 (루돌프 불트만 지음, 이동영 옮김/해제, 지우 펴냄)

by 서음인 2024. 3. 26.

불트만 사상의 소개서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예수 그리스도와 신화』가 첫 번역자인 이동영 교수의 독일어 판본 재번역으로 새로이 태어났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약성서학계의 거장이 ‘비신화화’와 ‘실존론적 해석’으로 대표되는 자신의 신학사상을 평이한 어투로 직접 해설한 이 책의 가치와 중요성은 새삼스레 재론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1958년에 나온 이 오래된 책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설득력 있고 아름다우며 심지어 은혜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사실입니다.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성서의 말씀을 이해 가능한 형태로 들려주어야 한다는 불트만의 문제의식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하고 적실합니다. 동시대의 다양한 학문적 흐름들을 장인의 솜씨로 통섭해 거대하고 설득력 있는 해석학적 체계로 빚어가는 과정은 감탄과 경이의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지금’, ‘여기서’ 행해지는 선포와 결단을 강조하는 실존론적 해석은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경험과 부합할 뿐 아니라, 오늘 여기서 이 책을 펼치는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물론 이 책에 나온 불트만의 생각에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이동영 교수가 해제에서 잘 밝히고 있듯 그 역시 다른 신학자들처럼 시대의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불트만의 대담한 신학적 ‘결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가 보여준 치열한 신학함의 ‘태도’에는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중요한 책과 함께 우리도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 시대에 적실한 메시지로 풀어내는 흥미로운 모험의 여정을 떠나 보는 것이 어떨까요?
 
정한욱_ 안과전문의,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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