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초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생물학자 김영웅 박사가 자신의 네 번째 책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 을 보내 주셨습니다. "태어나기 전 발생 과정을 포함하여 태어난 이후 성장 및 노화의 모든 과정을 탐구하는 학문"인 발생생물학을 알기 쉽게 해설한 교양과학서입니다. 저자는 노화와 죽음이란 모든 생명체의 숙명이기에 우리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젊어질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나이들 수 있는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발생생물학의 관점에서 세포(및 조직, 기관, 개체)의 유기적인 탄생과 죽음, 그리고 상태변화에 대해 살피면서 그 답을 찾아 갑니다.
이 책은 세 번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첫 두 강의는 발생 이후의 노화와 질병에 대해 다룹니다. LESSON I 에서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노화의 징후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기관들인 머리카락, 피부, 눈, 뼈, 근육을 예시로 모든 사람들이 겪는 노화의 과정을 설명합니다. LESSON II 는 정상적인 노화 현상에서 빗겨나가는 여러 암과 질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알즈하이머와 파킨슨병, 위암과 대장암, 당뇨병, 백혈병, 심장병을 다룹니다. 저자는 각각의 사례마다 해당 장기의 발생에서부터 노화와 질병의 원인 및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 방법까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오직 팽창만을 목적으로 자가복제를 반복하는 암세포의 탐욕과 그 종국을 반면교사로 들며, 발생생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자신의 자리와 역할을 지키며 노화를 겪어내는 것이 가장 잘 나이드는 법이라고 결론내립니다.
LESSON III 는 노화와 관계없지만 발생생물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선천성 기형에 대해 다룹니다. 다지증 및 합지증, 구순구개열, 쌍둥이, 다운증후군을 포함한 염색체 수 이상, 조로증과 유색연장복합증후군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저자는 발생 과정 가운데 드물게 생겨난 사건이 남긴 흔적인 선천성 기형이 결코 그 사람을 무시하거나 비난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소수라는 말은 다수에 비해 수가 적다는 뜻일 뿐 결코 '비정상'이거나 '열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독자들이 발생생물학 공부를 통해 익명성에 기대어 암묵적으로 행해 왔을지 모를 인식론적 폭력에서 벗어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생명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 다채로움을 경탄하며, 소수자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따스한 마음을 갖추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인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과 달리 기독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전혀 없는 일반 과학교양서입니다. 그러나 전작에서처럼 저자가 평생을 두고 탐구해온 과학적 지식은 그를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소수자를 향한 따스한 시선으로 이끕니다. 저는 이런 저자의 결론이야말로 과학자뿐 아니라 참된 그리스도인, 더 나아가 모든 인류가 마땅히 공유해야 할 귀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갖춘 흥미로운 과학교양서였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