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비전케어 캠프를 위해 타지키스탄으로 가는 길에
구소련 연방의 하나인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에 있는
유서 깊은 러시아 정교회의 성당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고요하고 엄숙하고, 경건하고......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앞서 숨막히게 아름다왔습니다.
지성소에 좌정하신 하나님의 임재를 면전에서 뵈었다면,
변화산에서 나타난 예수님의 영광을 직접 대면했다면,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그곳에서 저는, 보고 듣고 만진 것만을 믿을 수 있었던
도마와 같은 ‘서툰’ 신자로 퇴화하고 말았던 것일까요?
그곳에서 제가 본 것은 '신앙' 이라는 보석이 아니라
'종교' 라는 유해한 껍데기에 불과했던 것이었을까요?
오늘, 러시아의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가 전통적인
러시아 정교의 성가들을 차용해서 작곡했다는,
낮게 깔리는 묵직한 베이스의 음성이 특히 인상적인
이 음악 VESPERS(저녁기도)를 듣고 있노라니,
신비롭고도 장엄한, 그러면서도 형용할 없이 아름다운
러시아 정교회의 대성당들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곡이 오늘 우리에게 저 장엄한 대성당 건물들과 함께,
천사들이 전해 주는 초월의 메신저가 될 수 있을까요?
(20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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