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든 후 30여년의 기간 동안 기독교세계관에서 현대신학을 거쳐 선교에 이르기까지 개인적 관심과 필요에 따라 여러 분야를 탐사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한 번도 성경연구에 대한 관심과 탐구를 소홀히 했던 적은 없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제 신앙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스승들이 모두 성경을 진심으로 사랑하신 분들이었고, ‘오직 말씀으로’의 정신에 따라 살아가려고 분투하셨던 분들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스승들의 영향으로 제게는 ‘신앙생활’이란 곧 ‘말씀을 연구하는 일’과 동의어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성경 각 권에 대한 주석이나 연구서, 강해서들은 저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전집주석을 살만한 돈이 없었고 영문 주석을 읽을 만한 영어실력도 가지지 못했던 제가 쓸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전략은 성경 한 권을 공부할때마다 그 책에 대한 좋은 번역 주석들을 단권으로 사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도 제가 가진 세트로 된 주석들은 죄다 ‘이가 빠져’ 있습니다.) 제한된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책이 좋은 주석인지 알아야 했고, 따라서 주석을 소개하는 좋은 소개서를 찾는 일도 제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영어가 서투른 제가 유일하게 소지하고 있는 영문 기독교 서적은 신구약 주석을 소개하는 bibliography 들입니다! 이제는 한글로 된 좋은 주석 소개서도 제 손에 들려 있고, 과거에 소문으로만 듣던 좋은 주석들도 많이 번역되어 나왔을 뿐 아니라, 국내의 실력 있는 연구자들이 쓰신 좋은 연구서들도 많이 나와 새로운 성경을 공부할 때가 되면 어떤 책을 벗삼아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요한서신은 이상하게 저와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신약성경 전체에서 가장 공부를 게을리 했던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살펴보니 IVP 성경주석(New Bible Commentary)과 과거 아가페 출판사에서 나온 F.F.브루스의 주석으로 한번 흟어본 것이 요한서신과의 만남의 전부였네요. 이제 어떤 친구들과 함께 요한서신을 여행할지 과거보다 훨씬 많아진 선택지를 앞에 놓고 즐거운 고민 중입니다. 정평있는 존 스토트의 틴데일 주석과 요한신학의 거성이라는 가톨릭 신학자 레이몬드 브라운의 짧은 소개서는 간택이 끝났고, 두 권 정도를 더 이번 여로의 동반자로 삼을까 합니다. WBC 와 불트만의 이름값에 마음이 가기는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네요. 대부분 난해하고 때로는 지겹기도 하겠지만, 가끔은 보석처럼 귀하고 별처럼 빛나는 깨달음과 희열의 순간도 있으리라 기대하며 요한서신으로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2014, 11)
성경연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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