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라는 책을 읽던 중 (사진 1), 유명한 사막의 수도자인 성 안토니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아타나시우스가 쓴 <성 안토니우스의 생애>로 잘 알려진 기독교 역사 초기의 위대한 사막교부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쓰고 그린 이 책에서는 앙투안이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사막에 은거하며 수도생활에 전념하던 그에게 악마가 온갖 형상으로 나타나 유혹한다는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은 그뤼네발트에서 살바도르 달리에 이르는 수많은 미술가들이 즐겨 그려온 서양미술사의 주요 모티프 중 하나입니다(사진 2-4).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안토니우스가 경험한 “환상”들이, 벼과식물에 기생하는 맥각균에 의한 맥각중독 현상의 하나인 “환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설명은 금식(과 기도)를 통해 이 “환상”이 소멸된 이유까지 알려줍니다(사진 5). 흥미롭고 타당성 있는 설명이긴 합니다만, 앞으로 이 환상적인 그림들을 볼 때마다 “맥각중독”이 떠오를 것을 생각하니 조금 김이 새는 느낌도 있네요!
사진 1
사진 2. 그뤼네발트
사진 3. 막스 에른스트
사진 4. 살바도르 달리
사진 5. 맥각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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