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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책활동

판을 거듭하며 산 책들

by 서음인 2020. 11. 27.

여러분은 혹시 같은 책을 증보판이 나오거나 출판사나 번역자가 바뀜에 따라 계속 새로 구입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또는 한 시리즈의 주석의 저자가 바뀐 경우 업그레이드 해서 구입해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아마도 꽤 오랜 독서 이력 동안 그 저자나 책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거나, 새 책만 보면 사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치명적인 지름병을 앓고 있는 경우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저는 제 자신이 전자에 속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ㅎㅎ


1. 첫 번째로 내세울만한 책이 이번에 복있는사람에서 6판을 번역해 펴낸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저는 이 책을 꽤 오래 전 기독교서회에서 나온 3판의 번역본인 <역사 속의 신학>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제대로 이해를 못했습니다만 신학 언어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설명만큼은 아주 인상적이었고, 이는 나중에 저자가 그 본문에서 인용한 셀리 맥페이그의 <어머니, 연인 친구>라는 책을 읽을 때 큰 도움이 되었지요. 5판을 읽고서야 이 책의 진가를 알아봤고 리뷰도 썼습니다. 6판은 어떨지 기대됩니다만, 읽는 것은 조금 뒤로 미뤄야 될 것 같네요!


2. 두 번째는 제가 가장 사랑했고 많이 읽어왔던 교과서류의 책들입니다. 생명의 말씀사에서 책의 초판을 번역해 펴냈던 브루스 밀른(밀네)<진리를 알지니>는 제가 오랫동안 애용해 왔던 책으로, 개혁주의 신학의 교리를 깔끔하고 명료하게 요약해 해설하고 있는 제 인생책 중 한 권입니다. 같은 1판을 크리스찬다이제스트에서 <개혁주의 조직신학 개론>이라는 책으로 펴냈고, 얼마 전에 3판을 IVP에서 <기독교 교리 핸드북>이라는 책으로 다시 펴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오랫동안 자주 펼쳐봤던 책이 한국신학연구소에서 3판을 번역해 펴냈던 홀스트 푈만의 <교의학>으로, 주로 현대신학을 공부하며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신앙과지성사에서 6판을 번역해 같은 이름으로 다시 펴냈는데 구원에 대해 배타주의에서 포괄주의로 견해가 바뀌는 등 변화가 상당한 것 같습니다. 에버렛 퍼거슨의 유명한 교과서인 <초대교회 배경사>는 은성에서 출판한 1판과 3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둘 다 제 성서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3. 세 번째가 제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단행본들입니다. 제가 1987년에 대한기독교서회 판으로 처음 접한 <그리스도와 문화>IVP에서 모던 클래식스 시리즈로 다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IVP에서 출판한 이래 기독교 세계관의 교과서처럼 읽혔던 미들턴과 왈쉬의 <그리스도인의 비전>, 살림출판사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오면서 대대적인 증보가 이루어졌습니다. 젊은 시절 제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리차드 마우의 <미래의 천국과 현재의 문화>는 처음에 두란노서원에서 나왔다가 최근에 <왕들이 입성하는 날>이라는 제목으로 SFC에서 다시 나왔습니다. IVP에서 펴낸 론 사이더의 명저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를 저는 보이스사에서 <기아와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조금 허술해 보이는 버전으로 1991년에 처음 접했었지요!


4. 네 번째는 주석류입니다. 이건 모두 틴데일 주석의 신 구판들이네요. 제가 젊은 시절만 해도 쓸만한 번역주석이 많이 않아 틴데일 주석에 많이 의존했는데 CLC에서 저자가 바뀐 틴데일 시리즈의 개정판들을 계속 내주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틴데일 주석 시편은 트렘퍼 롱맨 3세의 나중 판이 CLC에서 먼저 출판되고, 데릭 키드너의 이전 판이 다산글방에서 나중에 출판되었네요!


5-6. 마지막은 한때 제게 큰 영향을 끼쳤던 자크 엘륄의 책들입니다. 지금은 대장간 출판사에서 전집 형태로 꾸준히 발간하고 있습니다만, 이전에는 다양한 출판사에서 산발적으로 출판되고 있었습니다. 이 중 한울출판사에서 <기술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기술 체계>와 현대사상사에서 <폭력>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던 <폭력에 맞서>는 기독교의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았던 엘륄의 영향력을 보여 줍니다. 한 가지, 한국로고스연구원에서 나온 <도시의 의미>를 번역한 최홍숙님은 <중세의 가을>의 바로 그 번역자이시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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