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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저서/믿묻딸 - 서평

오수경 대표님 서평 (2023년 3월 21일)

by 서음인 2023. 7. 11.

출간되기도 전에 좋을 것이라 예감하게 되는 책이 있다. 그리고 대체로 그 예감은 맞을 확률이 높다. 정한욱선생님의 책이 곧 나온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도 그런 예감을 했다. 청어람 프로그램에 함께 한 게 직접적인 인연의 전부일 뿐이지만, 페이스북에서 그간 만나온 정한욱 선생님은 성실하고, 진지하고, 열려있는 그리스도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넘사벽 다독가다. ‘좋은필자가 될 조건을 다 갖춘 분의 책이 별로일 가능성은 없고... 이토록 진지한, 심지어 보수적인 그리스도인의 책을 내는 일반 출판사에서 이 책을 허투루 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의 예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이 어서 내 손에 들어오길 기다렸다.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이 책에 관한 호평이 줄을 서겠지만, 나도 말을 보태자면, 일단 세 가지 면에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이 질문한 내용에 깊이 공감되었다. 이 책의 성패는 아빠의 대답보다는 딸의 질문에 달려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책을 받자마자 질문부터 살펴봤다. 대부분의 질문이 나의 질문이기도 했고, 아마 많은 그리스도인이 품고 있을 질문들이기도 했다. 이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대답을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길 수 있기에 탁월한 질문 구성이었던 것 같다.

이 질문이 공감되었던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종종(아니 매우 자주) 목회자들에게 반발감이 생길 때가 있는데 그들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천상의 이야기를 할 때다. 우리의 질문은 이토록 실존적인데 대답이 지극히 관념적이라면 ... ... 좋은 말씀이긴 한데요. 제가 원하는 답은 아니네요라고 다음 질문을 삼키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질문은 그 다음이 성립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대답 또한 공감력과 현실성이라는 두 가지 면을 모두 충족했다.

 

질문은 좋은데 대답이 별로라면 결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빠의 성실한 대답이 이 책의 또 다른 포인트다. ‘아빠를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는 성실한 전문인이자 보수적인 그리스도인이며 다독가이다. 이 조합은 한 끗 차이로 위험하다. 자칫하면 을 가르치며 질문이 필요없는 지당한 길로 인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머리만 크고 꽉 막힌' 그리스도인을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숱하게 만나왔던가!

그러나 정한욱 선생님은 그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의 고민에 공감하며 자신의 한계를 독서로 넓혀간 과정을 사려 깊게 나눴다. 지식이 너무 앞섰다면 살짝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아빠이기 전에 과 함께 고민하는 동시대인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진지한 고민과 불편한 질문도 진지하게 여길 인품도 겸비되어서 그 거리감이 최소화되었다. 그리고 이 대답에 쓰인 레퍼런스는 그 자체로 좋은 추천 도서 목록이 되는 면도 장점이다.

 

마지막 세 번째 장점은 이 책이 정은문고라는 일반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익숙한 기독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저자에게 조금 더 유리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출판사에서 나왔기에 더 큰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 이 책의 1차 독자는 아마 그리스도인일 테지만, 나는 이 책이야말로 비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종교(정확하게는 개신교)가 사랑을 실천하고 사회에 기여하기보다는 분열과 차별과 혐오의 온상이 되는 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진지하게 신앙적 성찰을 하고 사회와 공명하려는 그리스도인이 있다는 걸 알리고, 종교의 가치는 무엇이며 어떤 면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 레퍼런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비그리스도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정은문고가 처음 출간한 기독교 책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하고, 잘 팔리면 좋겠다.

 

이 책에 쓰인대로 도발적이며 발칙한이라는 느낌은 잘 못 받았는데 누군가는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면도 생각해볼 만하다. 이 책의 질문과 대답이 어떻게 여겨질지는 개인 차가 있겠으나 질문의 기회와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고 대답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길에 이 책 놓이면 좋겠다.

 

서문 제목이 기독교에 회의적인 교양인들에게여서 난가? 싶었는데 일단 교양인이 아니라… ㅋㅋㅋ 아무튼, ‘예감이 적중한 책을 만나니 반가워서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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