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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단상 기독교

『신약성경과 그 세계』 추천사를 둘러싼 씁쓸한 뒷 이야기

by 서음인 2024. 5. 14.

이 책의 추천사를 의뢰받았을때 일단 많이 놀랐습니다.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평신도에게 무려 톰 라이트의 신약학 개론서 추천사라니! 출판사 대표께서는 이 책이 신학 전공자뿐 아니라 평신도 성경연구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제게 추천사를 부탁하게 되었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추천사를 써 보냈습니다. 그런데 보낸 후 조금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추천사가 책의 뒷면이나 내용에는 빠지고 온라인 서점과 띠지에만 들어간 것입니다. 10권 가까운 책에 추천사를 써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당연히 이유가 궁금했지만 제 추천사가 부족했거나 뭔가 다른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질문이나 대응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출판사 대표께서 제게 메시지를 보내 오셨습니다. 책에 추천사를 담지 못한 그간의 사정을 담은 메일을 미리 보냈는데 별 대응이 없어 제 마음이 많이 상한 줄 알고 안절부절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페이스북에 책 소개글을 올린 것을 보시고 어렵게 연락하셨다고 했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었는지 저는 메일을 받지 못했고, 대표님이 다시 보내 주신 메일을 통해 이 일의 자초지종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책임 감수와 컨펌을 위임받은 모 저작권 에이전시의 임원께서 "이 책의 성격과 제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 추천사가 커버든 본문이든 책 안에 들어간다면 최종컨펌을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년간 이 방대한 책을 내려고 준비해왔던 출판사 입장에서는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대신 원래 고려하지 않았던 띠지를 만들어 제 추천사의 일부를 넣는 고육책을 쓰셨다고 합니다. 원 출판사도 아니고 일개 저작권 에이전시가 그렇게까지 강경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표면적 대답 외에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보지만 확실치 않으므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기독출판계 사정을 잘 모르지만 원래 추천사 하나를 넣을지 말지까지 간섭할 정도로 저작권 에이전시의 권한이 막강한 것인지요. 비기독교 출판사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런 경우는 금시초문이라고 하네요. 어자피 비전공자고 추천사 의뢰를 받은 것만으로도 큰 영광으로 생각했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만, 안그래도 어렵다는 기독출판계의 어두운 단면을 들여다본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합니다.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오랫동안 준비해 온 대작의 출간을 앞두고 저 때문에 맘고생하셨을 출판사 대표님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신약성경과 그 세계』 추천사

우리 시대 최고의 신약학자인 톰 라이트가 마이클 버드와의 협업으로 평생에 걸쳐 탐구해 온 “첫 그리스도인들의 역사와 그들이 남긴 문헌, 그리고 그 신학”을 멋지게 통섭해 한 권의 책에 담아냈습니다. 현대 신약학의 놀라운 성취와 톰 라이트 작품의 정수를 담고 있지만, 목회자나 신학생 뿐 아니라 진지한 평신도 성서 연구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쓰인 책입니다. 명쾌한 서술과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한 이 매혹적인 신약 개론서와 동행하다 보면, 어느덧 거인의 어깨 위에서 “신약성경과 그 세계”를 명료하게 조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정한욱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저자, 안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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