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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문학

꿈꾸는 도서관 (나카지마 교코 지음, 안은미 옮김, 정은문고 펴냄)

by 서음인 2025. 1. 18.

정은문고는 책, 서점, 도서관, 저자, 읽기, 쓰기 등 구텐베르크의 열성적인 후예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다룬 책들을 많이 펴내 왔다. 제목에 ‘도서관’이 들어간 이 책 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주류’와 ‘정사’(正史)의 이면에서 무시되고 간과되던 사람들의 존재에 주목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온 다른 일련의 정은문고 책들과 동일한 지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소설은 일본 제국도서관의 역사와 도서관 밖 한 전쟁고아 여성의 서사가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제국도서관의 흥미로운 역사는 동시에 제국주의의 어두움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며,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주인공 기와코의 파란 많은 삶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억압하는 전후 일본의 현실에 대한 고발이다. 따라서 도서관의 역사와 기와코의 서사는 자유를 향한 갈망이라는 지향을 공유한다. 기와코가 도서관 이야기를 쓰고 싶어한 것과, 손녀에게와 엽서에 “도서관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 자유를 향한 갈망을 보여주는 몸짓인 이유다.

기와코가 죽은 후 소설의 화자와 기와코의 손녀는 잊혀졌던 그녀의 삶을 복원하고 그 시신을 바다에 뿌리는 행위를 통해 기와코의 ‘자유’를 완성한다. 그리고 귀환병 오빠와 어린 기와코의 만남이 제국도서관 역사 부분의 마지막 에피소드라는 사실은 기와코의 서사가 마침내 도달한 그 ‘자유’야말로 도서관 역사의 본질이기도 해야한다는 생각을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여러 유명한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답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갖춘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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