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하고픈 첫 번째 책은 톰 라이트와 마이클 버드의 <예수와 권세>입니다. <신약성서와 그 세계>이후 두 번째 협업이네요. 세상 속에서 기독교가 지향할 목표는 기독교 패권이 아니라 신실한 기독교적 증언이며, 이는 정치권력과 암묵적 시민종교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설득과 삶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얻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탄핵정국에서 극우 기독교가 논란과 비판의 중심에 서 있는 요즘 아주 시의적절한 책이네요! 책 보내주신 출판사 관계자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두 번째 책은 그 유명한 제이콥 밀그롬의 <레위기 주석서>입니다. 들어가는 말과 옮긴이의 글에 메리 더글라스의 <순수와 위험>과 <문학으로 읽는 레위기>가 언급되어 있어 반갑습니다. 물론 밀그롬 필생의 역작인 세 권짜리 AB가 아니라 그 축약본이라 할 수 있는 콘티넨탈 주석 시리즈이지만, 저 같은 평신도는 그래서 더 좋습니디. 사실 밀그롬 주장의 핵심과 이를 둘러싼 논란은 성기문, 김근주 교수님 저서를 포함한 여러 책에 이미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책을 통해 대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당연히 즐거운 일입니다!
세 번째는 구스타프 아울렌의 <승리자 그리스도>입니다. 옛 버전으로 한 번 읽었지만 그만 강렬한 표지를 지닌 신간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네요. 그리스도 속죄사역의 핵심은 형벌대속이 아니라 죽음과 악의 세력에 대한 승리이며 구속이란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통해 악의 세력과 싸워 승리하는 우주적 드라마라는 아울렌의 ‘고전적 견해’는, ‘정의’나 ‘해방’을 강조하는 여러 진보적 신학이론과 은사주의를 포함한 다양한 성령운동, 그리고 톰 라이트의 새관점에 이르기까지 20세기의 다양한 신학 및 신앙운동의 중요한 바탕이 되었습니다. 이 책이 속죄론의 고전 반열에 올라선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네 번째 책은 연세신학백주년기념 성경주석 시리즈 중 한 권인 김호경 교수님의 <누가복음>입니다. 성경 묻고 답하기 그룹에서 함께 공부할 책으로 선택해 읽고 있습니다. 김호경 교수님은 누가복음을 로마의 정치와 유대의 종교에 대립하는 저항문서로 규정합니다. 문학-사회학적 방법을 통해 누가복음이 동시대 제국 권력의 토대였던 파트론-클라이언트 구조에 대항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부르디외를 인용해 로마의 권력을 분석한 후, 예수의 권력은 나누고 해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참신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주석을 만났네요!
장신대학교 신학과 사경회가 딱 1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행위가 없는 믿음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부탁받고 준비중입니다. 일정표를 보니 저 빼고 모든 강사들이 목사님들이시네요. 하기야 저부터도 사경회에 평신도가 강사로 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장신대학교 신학과 사경회 특강강사라니, 살면서 두 번 다시 있기 힘든 큰 영광이긴 한데 그만큼 부담도 큽니다. 사실 이 글도 강연을 준비하다가 부담을 덜어보려는 딴짓으로 시작했는데 그만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이제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열심히 준비해야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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