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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과학

광우병 논쟁 (김기흥 지음, 해나무 刊)

by 서음인 2016. 6. 1.

2008년 한국은 광우병 파동에 휩싸였다. 국민들은 매일 거리로 나섰고, 급기야 대통령이 사과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이 사태는 서서히 진정되었지만 ‘광우병’ 이라는 이름과 그 공포는 국민들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 책은 의학사와 의료사회학을 전공한 저자가 광우병 및 유사 질환들에 대한 질병의 기원과 과학자들의 연구성과, 그리고 질환을 둘러싼 논쟁의 역사에 대해 흥미롭게 서술한 책이다. 그뿐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변동 상황과 정책이 이러한 질환들의 발생과 과학자들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기도 하다.

 

저자는 광우병이 인간에게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단 걸리면 100% 사망할 뿐 아니라 치료법 및 진단법도 없는 무서운 질병으로, 그 사회적 비용과 파장을 고려하자면 단순한 희귀질환의 하나가 아니라  사회적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회적 질병’ 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광우병으로 인해 큰 희생을 치뤘던 영국의 경우 인간 광우병의 발생에는 (1) 많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하여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농축사료인 육골분을 먹이는 집약식 농축업의 문제, (2) 그리고 극단적 신자유주의에 입각하여 식품과 관련된 모든 규제를 완화하고, 광우병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철의 여인’ 대처수상과 보수당의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즉 광우병은 경제만능주의를 외치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사회적 질병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현재 광우병을 연구하는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는 한 가지 사실은 이 질병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심지어는 학계의 정설인 감염성 단백질 ‘프리온’에 의해 광우병이 발병한다는 이론 역시 아직은 확실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따라서 광우병의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 근거라고 주장되는 사실들(예를 들어 특정위험부위를 제거하면 안전하다든가, 20개월 이하의 소고기는 안전하다든가) 역시 아직 증명된 것이 아니며, 이렇게 과학적 불확실성이 높고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학적 원칙을 넘어설 수 있는 강력한 사전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인식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지극히 낮기 때문에 국제수역사무국의 최저 안전기준에 따라 쇠고기를 수입하면 된다”는 논리로 정리된다. 그러나 이것은 잠재적으로 “확률에 따라 몇 명의 사람은 광우병에 걸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는 결론에 이를 수 있는 매우 문제가 많은 생각이다. 인간은 존귀한 하나님의 형상이며,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결론은 “어떤 비용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존귀한 하나님의 형상인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광우병에 의한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무시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의 육골분 사료를 먹이는 것이 과연 창세기에 나오는 문화 명령을 정당하게 수행하는 행위인지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피조계의 청기기로서 그것을 잘 관리하고 다스릴 책임을 맡았을 뿐 그들을 착취하고 피조 질서를 어지럽힐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는 제2  제3의 광우병 사태, 그리고 지금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제역이나 조류독감과 같은 '자연의 역습' 에 계속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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