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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영성제자도

내게 찾아온 은총 (김경재 외 지음,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

by 서음인 2016. 5. 27.

1. 이 책은 25명의 기고자가 현재 자신의 신앙과 그 신앙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을 자전적으로 고백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간증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들의 면면과 책의 목차를 살펴본다면 이 책의 내용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 매우 벅찰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저자 중 복음주의권으로 분류될 만한 사람은 그나마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이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욕쟁이 예수” 의 저자 박 총 단 한명이고, 나머지는 복음주의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진보적인 신앙을 가졌거나, “예수는 없다” 의 저자 김강남처럼 종교학자이거나, 심지어는 철학자 김영민이나 과학자 장회익처럼 기독교적 배경을 가진 불가지론자 혹은 무신론자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 사람들이다.


2. 이 책의 기고자들은 전통적 신앙의 분위기 속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감히 꺼내볼 생각도 못할 불경스러운 질문들을 용감하게 제기하고, 대개는 '복음적' 신학의 문답체계가 아닌 다른 전통이나 체계의 도움을 받아 그 질문들에 치열하게 부딪히며,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던졌던 질문보다 훨씬 더 불경스러운 결론에 도달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전통적 복음주의자들에게 이 책은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수수께끼이거나, 마음속을 당혹과 분노의 불길로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휘발유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비록 비교적 젊은 시절부터  몇몇  책을 통해  다른 신앙의 전통들을  맛보아 오긴 했다지만, 주로 복음주의의 자양분을 바탕으로 자라왔고 지금까지 그 전통의 자장권 안에서 맴돌고 있는 내게도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글들이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3. 신앙이라는 것, 예수를 믿는다는(혹은 따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거기에는 한국의 '보수정통'신학이 인정하고 이 땅 대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이 동의하는 단 하나의 길, 한 종류의 신학, 한 유형의 실천만이 존재하는가? 그 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모든 신학은 불경이고 비진리며 이단인가? 어떠한 종류의 실존적 질문도 해본 적 없이 누군가가 대신 해준 질문과 대신 해놓은 대답을 자신의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그냥저냥 좋은 교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이, 과연 자신이 믿는 하나님을 간절히 찾고 그 과정에서 만난 하나님을 나름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따르는 '그들'보다 더 좋은 신앙을 가졌다고, 혹은 그들은 가지지 못한 진리를 소유했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


4. 나이가 들어갈수록 "예수나 신불 등이 다만 ‘되지’ 않고 ‘믿기’ 위해 주어진 최종심급의 심리제도적 장치였다면, 종교는 그 자체로 이미 장례식인 것이며 ..... 예수를 두 번 죽이지 않으려면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에 불과한 ‘신자’의 길을 포기하고, 제자의 길, 그러니까 어렵사리 몸을 끄-을-고 예수를 따라 종교에서 삶으로, 내세에서 현실로, 종말론적 환영에서 지금 이것으로, 고백에서 행위로 나아가는 삶의 양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철학자 김영민의 일갈이 점점 마음에 사무친다. 정통실천 (orthopraxis)이 없는 정통신학 (orthodoxy) 과 정통신학이 없는 정통실천, 과연 하나님께 인정받는 길은 어떤 것이 될까? 마지막 날 만약 하나님이 후자를 택하시더라도 나는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다.

 

 

목 차


제1부   하나님을 찾아서


‘살림’하시는 하나님 / 구미정 (여성신학자)

내가 고백하는 하나님 /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飛上에서 步行으로 / 김영민 (철학자)

먼 길 돌아 이 자리로 이끄신 하느님 / 김정희 (재일 한국어 교사)

우주론적 삼위일체와 인간의 운명 / 김준우 (한국기독교연구소 소장)

젖가슴 달린 하나님, 아기로 오신 하나님 / 박 총 (“복음과 상황” 전 편집장)

하나님 알아가기 / 양재성 (기독교환경연대 사무총장)

태초부터 여기에도 계셨던 하나님 / 윤석철 (SOOA 회장)

지금 나에게 하나님은 누구이신가?  /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하나님 / 조헌정 (향린교회 담임목사)

하느님, 나의 하느님 / 차흥도 (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 원장)

그 안타깝고 아쉬운 오르가즘의 하나님 / 한성수 (순천 하늘씨앗교회 담임목사)


제2부    예수님을 찾아서


꿈으로 인도하신 나의 삶 / 강인혜 (새날여성쉼터 대표)

예수 찾아 삼만리 - 평화의 몸을 찾아서 / 배근주 (데니슨대학교 종교학과 기독교윤리학 교수)

‘대속자 그리스도’를 넘어서, ‘역사의 예수’를 넘어서 / 송기득 (“신학비평” 주간)

<도마복음>에서 찾은 또 다른 예수 / 오강남 (캐나다 리자니아 대학교 종교학 명예교수)

나의 예수(藝手)님 이야기 / 이정훈 (성실교회 담임목사)

사건의 현장에서 기다리시는 예수 / 임보라 (향린교회 부목사)

붓다의 땅에서 다시 만난 예수 / 정경일 (뉴욕 유니온신학교 박사과정)

소피아 예수 내 친구 / 최만자 (여성신학자)

“그는”  / 최순님 (숲 해설가)

나는 지금 왜 역사적 예수에 관심하는가 / 한인철 (연세대학교 교목)

폐비닐 허수아비와 같은 예수님 / 한희철 (역곡 성지교회 담임목사)

담임선생님 예수 / 홍정수 (갈릴리신학대학원 설립자)



내게 찾아온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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