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집앞에 있는 쇼핑몰 지하에 있는 식당가로 저녁식사를 위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큰딸 사이에 뭔가 냉랭한 기류가 흐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찬바람이 쌩쌩 나는 둘 사이에 끼어 쩔쩔매던 중(그 와중에 아들놈은 밥만먹고 혼자 휙 들어가 버렸습니다!) 식사후 맛있는 후식을 즐기기 위해 들른 빙수가게에서 드디어 불꽃이 한번 튀고야 말았습니다.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빙수는 맛이 하나도 없고, 두 여자 사이에서 진한 '외로움'만 곱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어찌 수습해 쇼핑몰 1층으로 올라가 집으로 어색한 발걸음을 옮기던 중 갑자기 두 사람의 눈이 번뜩이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장품 가게로 발길을! 그리고 가게의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언제 싸웠냐는 듯 넘나 다정한 모녀로 돌아와 홀로 '외로이' 서성이는 제 존재를 머리에서 지운 채 한참 동안 이것 저것 서로 골라주더니 제 카드를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아내가 갑자기 딸의 운동화가 너무 낡았다고 신발가게로 데려가더니 결국은 역시 제 카드를 ..... (나중에 보니 시간에 비해 돈은 별로 안썼더라고요 ㅋㅋ)
한참이 지난 후 드디어 집으로 가는 길에 그렇게 으르렁대던 두 사람은 팔짱까지 낀 채 웃음꽃이 만발했고, 두 사람의 전리품(?)과 카드 영수증을 양손에 가득 든 저는 둘의 뒤를 당나귀마냥 '외로이' 따라갔더랍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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