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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및 기타

외로움

by 서음인 2017. 4. 17.

어제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집앞에 있는 쇼핑몰 지하에 있는 식당가로 저녁식사를 위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큰딸 사이에 뭔가 냉랭한 기류가 흐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찬바람이 쌩쌩 나는 둘 사이에 끼어 쩔쩔매던 중(그 와중에 아들놈은 밥만먹고 혼자 휙 들어가 버렸습니다!) 식사후 맛있는 후식을 즐기기 위해 들른 빙수가게에서 드디어 불꽃이 한번 튀고야 말았습니다.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빙수는 맛이 하나도 없고, 두 여자 사이에서 진한 '외로움'만 곱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어찌 수습해 쇼핑몰 1층으로 올라가 집으로 어색한 발걸음을 옮기던 중 갑자기 두 사람의 눈이 번뜩이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장품 가게로 발길을! 그리고 가게의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언제 싸웠냐는 듯 넘나 다정한 모녀로 돌아와 홀로 '외로이' 서성이는 제 존재를 머리에서 지운 채 한참 동안 이것 저것 서로 골라주더니 제 카드를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아내가 갑자기 딸의 운동화가 너무 낡았다고 신발가게로 데려가더니 결국은 역시 제 카드를 ..... (나중에 보니 시간에 비해 돈은 별로 안썼더라고요 ㅋㅋ)

한참이 지난 후 드디어 집으로 가는 길에 그렇게 으르렁대던 두 사람은 팔짱까지 낀 채 웃음꽃이 만발했고, 두 사람의 전리품(?)과 카드 영수증을 양손에 가득 든 저는 둘의 뒤를 당나귀마냥 '외로이' 따라갔더랍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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