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과의사!

혐오와 배제 - 육체의 의사와 영혼의 의사!

by 서음인 2017. 9. 21.

요즘은 '감이 노랗게 익어가면서 의사의 얼굴도 누렇게 변한다는' 가을입니다.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은 지역에 개원한 시골의사에게는 추수로 농촌이 바빠지는 가을이 보릿고개인 셈입니다. 그렇게 환자가 뜸한 가운데도 오늘 세 분의 외국인이 우리 병원에 찾아 주셨습니다. 정확하게는 한 분의 귀화 한국인과 두 분의 외국인이라고 해야 맞겠지요. 한국에 시집와서 귀화한 필리핀 출신의 한국 여성과(착각하지 마십시요. 이분은 피부색이 달라도 엄연히 완전한 한국인입니다), 시집간 딸을 보러 방문하셔서 얼마 전 제게 백내장 수술을 받으신 필리핀 친정어머니, 그리고 키르기즈스탄의 오쉬 출신으로 모스크바에서 살다가 한국에 일하러 오신 러시아 남성분이었습니다. 필리핀 어머니는 가톨릭 신자였고 키르기즈 출신 러시아 남성분은 무슬림이었습니다. 환자가 많지 않아 필리핀 어머니와는 백내장 수술 후 시력과 함께 되찾은 미소에 대해, 러시아 남성분과는 제가 방문한 바 있는 그의 고향인 키르기즈를 주제로 잠시나마 즐겁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들어 한국을 대표한다는 몇몇 대형 기독교 교단의 총회에서 거룩한 분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정들을 보면서 제가 목사가 아닌 의사가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다시 한번 절감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종사하는 의업의 세계에서는 국적이나 성별이나 종교나 사상이나 이혼/재혼 여부나 성적 지향에 따라 누군가를 원천적으로 진료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가르치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 거룩한 분들의 용어를 빌자면 '썩어 없어질' 육신의 병을 고치는 의사도 자신에게 찾아온 환자를 어떤 이유로든 거부하거나 차별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가장 기본적인 윤리로 삼는 마당에, 생전에는 죄인들의 친구였고 십자가에 죽으시면서 인류의 모든 죄를 영단번에 해결했다는 그리스도 예수를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섬기는 종교의 총회에서 '영혼의 의사'를 자처하는 분들이 모여 특정 부류의 사람을 원천적으로 은혜에서 배제한 채 증오하거나 혐오하는 것이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벌이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극도로 구역질나고 혐오스러운 경험이로군요. 제가 믿는 예수님이 그들이 떠받드는 그 예수님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