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한말에 이 땅에 처음 전파된 개신교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왔다. 한말에는 봉건사회를 개혁하고 외세로부터 자주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는 국권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신사참배 반대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으며, 해방 후에는 해방조국의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진취적으로 앞장서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가요 지식인이자 신실한 그리스도인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에서 이 땅에 기독교가 도래한 때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와 민족사의 과제에 신실하고 책임 있게 대응한 열두 명의 신앙 인물들을 골라 그들의 생애와 업적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이들의 업적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평가하되 잘못 알려졌거나 근거 없이 미화되고 있는 몇몇 사실들에 대해서는 엄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바로잡고 있다. 그러나 각 인물들의 역사적 과오나 시대적 한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과 군사독재 시대에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했던 몇몇 신앙인들에 대해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2.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들의 공통점을 든다면 모두 기독교인 뿐 아니라 非기독교인들에게까지 존경받는 인물들이며, 그들의 신앙이 교회라는 울타리에 갇혀 그 안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고 세상을 향해 더 빛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물들은 김경재 전 한신대 교수가 그의 책 <울타리를 넘어서 - 대승적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노래>에서 잘 언급했듯이 “하나같이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생각했고 개인의 구원만이 아니라 민족공동체의 구원을 생각했으며, 내세의 구원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현세와 내세를 아우르는 큰 믿음을 가지고 살아갔을 뿐 아니라..... 위대한 기독교 진리를 만나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살아갔으며, 종교의 위대성은 ‘신앙생활’에 있지 않고 ‘생활신앙’ 에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우쳐 준” 큰 신앙인들이었으며, 이러한 그들의 신앙은 한국의 '보수/정통' 기독교가 철저하게 은폐한 채 망각해버린 “기독교를 종교의 영역에 가둬두지 않고 사회로 끄집어내어 활용하려는, 한국기독교사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커다란 신앙맥락" 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얼마 전 사퇴한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내용과 관련해서 다양한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의 단상이 떠오른다. (1) ‘하나님의 뜻’ 을 앞세우건 세계 혁명의 필연성을 논하건간에 어떠한 종류의 역사철학도 史實에 대한 엄밀한 역사적 탐구라는 토양에 튼튼하게 뿌리박아야 한다. 제한된 개인의 경험이나 왜곡되고 빈약한 역사지식에 근거한 어설픈 역사철학은 단순히 헛소리에 불과할 뿐 아니라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사람에 의해 오용되는 경우에는 매우 위험하기까지 하다. 원래 선무당이 사람 잡는 법이다. (2)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위대한 신앙인들의 공통점은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되 교회를 넘어 세상에서, 개인의 영달이 아닌 민족과 사회의 공공선을 위해, 영광의 대로가 아닌 고난과 십자가의 가시밭길을 걸어가며 그렇게 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고난 받는 약자와 비주류에 대해서는 오직 독설과 저주로 일관한 채 평생 동안 온갖 특혜와 명예를 누리다가 마침내 자신의 삶과 기득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고난과 격동의 한국 현대사마저 '하나님의 뜻' 이라는 수사를 도용해 폭력적으로 미화해 버리는 편협하고 자의적인 역사인식을 접하면서 불현듯 “십자가는 모든 것을 시험한다 (Crux probat omnia)” 는 루터의 말이 떠오른다. 과연 그 총리 후보자가 만난 하나님은 루터가 대면했던 바로 그 분, "십자가에 달리시고 숨어계신 하나님 (Deus crucifixus et absconditus)" 이었을까?
간행사 / 김흥수 = 3
머리말 / 이만열 = 5
Ⅰ. 이준 열사의 생애와 국권회복운동 = 11
Ⅱ. 남강 이승훈의 신앙 = 37
Ⅲ. 이동휘의 생애 = 87
Ⅳ. 백범 김구 - 민족과 신앙을 일치시키려는 생애 = 107
Ⅴ. 도산 안창호와 그리스도교 신앙 = 133
Ⅵ. 그리스도교 신앙인, 고당 조만식 = 177
Ⅶ. 역사학자 용재 백낙준 선생 - 사학연찬 과정과 학문 활동을 중심으로 = 209
Ⅷ. 성산 장기려 선생의 삶과 생각 = 245
Ⅸ. 일가 김용기의 생애 = 273
Ⅹ. 주기철 목사의 신앙 - 평양 이전의 생애를 중심으로 = 301
XI. 손양원 목사의 목회와 경건 = 349
XII. 한경직 목사 - 한국교회사에서 차지하는 위치 = 377
[부록] 한경직 목사와 가진 대담 =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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