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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단상 기고/책소개

NGO를 위한 책소개

by 서음인 2019. 7. 3.

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21세기 북스 펴냄)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특별자문관으로 세계 10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빈곤퇴치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던 저자는 극단적 빈곤을 끝내고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 세대에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이 과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빈곤국들이 경제발전의 사다리에 오르기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일은 선진국의 국민 총소득 중 0.7%만을 빈곤국을 돕기 위해 사용한다면 충분히 실행 가능하며, 선진국의 지도자들이나 개별 기부자들은 겸양과 실제적 지원으로 이 희망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테러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대량파괴무기가 아닌 AIDS 치료약품, 말라리아 방지 모기장, 안전한 급수를 위한 우물(혹은 백내장 수술을 위한 인공수정체)와 같은 대량구제무기라는 저자의 절절한 호소가 인상적인 이 분야의 고전이다.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피터 싱어 지음, 산책자 펴냄)


동물 해방이나 죽음의 밥상같은 저술로 잘 알려져 있는 세계적인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12억에 달하는 절대 빈곤층과 10억의 대규모 부유층이 공존하는 세계로 정의하면서, 과거 왕이나 귀족들도 누릴 수 없었던 호사를 누리며 살아가는 부유한 국가들의 평균 대외 원조액은 국민총소득의 0.46%UN의 권장치인 0.7%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삶이 주는 기쁨을 최대한 누리며 사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생사보다 우리 자신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으며,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세계 빈곤퇴치를 위해 최소한 연소득의 5%(나중에 쓴 책에서는 1%)를 기부하는 일은 윤리적으로 당연할 뿐 아니라 보람과 성취감을 통해 기부자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왜 우리가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한 국제개발 NGO들을 돕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보건과 빈곤 (기스 윌레이븐 지음, 조명문화사 펴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의료현장에서 수년간 활동했고, 현재는 프랑스에 위치한 아가 칸 개발네트워크 대표이자 파키스탄 카라치의 아가 칸 대학교 지역보건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주제들 - 예를 들면 말라리아나 결핵 에이즈와 같은 주요 질병이나 모성보건, 깨끗한 물, 영양부족과 같은 보건 이슈’, 그리고 보건재정이나 지리적 접근성’ - 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빈곤과 보건이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지배하는 21세기의 세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임에 틀림없지만, 수요와 욕구가 분명하고 결과도 뚜렷할 뿐 아니라 부유한 국가의 정치적 지지를 받으면서 가난한 자들의 필요와도 일치하는 보건의료 분야야말로 해외원조가 가장 뚜렷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한다. 보건의료 분야의 NGO 사역이 왜 효율적이며 중요한지 잘 알려주는 국제보건 분야의 좋은 입문서다.

 

 빈곤의 연대기 (박선미 · 김희순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이 책은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 집바브웨, 소말리아, 과테말라, 방글라데시, 볼리비아 등 대표적인 저개발 국가들의 빈곤의 기원과 역사적 전개 과정을 선진국의 부와 개도국의 빈곤이 깊이 맞물려 있다는 세계체제론의 관점에 기반해 서술하며, 따라서 이 나라들이 가난해진 원인을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이후 현재까지 여러 형태로 변형되고 고착된 불공정한 세계체제에서 찾는다. 저자들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홍차, 바나나, 다이아몬드, 장미, 새우 등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들을 통해 우리의 삶이 최빈국 민중들의 일상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의 생산과 무의식적인 소비가 그들의 빈곤을 어떻게 고착화시키고 심화시켜 왔는지 설득력 있게 서술한다. 저자들은 빈곤의 극복을 위해 외부의 원조보다 빈곤국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대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때로 국제개발협력이나 공정무역과 같은 외부로부터의 도움이 빈곤의 극복을 위해 유용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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