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그 추웠던 겨울, 주말마다 광화문을 헤멨던 기록을 ‘촛불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매주 블로그에 올렸고, 마침내 박근혜가 탄핵된 후로는 기분좋게 업데이트를 중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지난주부터 또 업데이트가 시작되어 버렸네요. 집도 가깝고 날씨도 좋으니 바람도 쐴 겸 내일도 한번 나가 봐야겠습니다!
지난 주 집회는 박근혜 때와 달리 집회 경험이 많고 조직력과 동원력을 갖춘 전통적인 ‘좌파’ 단체들이 불참해서였는지 진행의 매끄러움이 좀 덜했고, 상대적으로 장소가 좁은데다 주변에 빠져나갈 샛길도 거의 없다보니 집회현장의 인구밀도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성모병원쪽 구름다리에서 서초역까지의 이동에 한 시간 이상이 걸렸을 정도였지요. 그래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호를 외치고 불편을 참아가며 서로 배려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검찰의 불의하고 잔인한 수사에 대한 반발이 늘어나면서 일방적으로 몰리던 분위기에 반전의 흐름이 감지되고, 여론의 프레임도 '조국사퇴'에서 ‘검찰개혁’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듯하며, 네티즌들의 노력으로 검찰이 가진 패가 형편없이 빈약하다는 사실도 대충 드러났을 뿐 아니라, 검찰이 찔끔찔끔 흘려주는 허접한 정보를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앵무새처럼 반복하기 바쁘던 무능하고 사악한 언론들도 이제는 약간 몸을 사리는 듯 합니다.
정권이건, 군대건, 검찰이건, 언론이건 주권자인 시민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고삐풀린 권력은 반드시 사탄의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습니다. 당장 꼴보기 싫은 놈을 정의의 이름으로 처참하게 난도질해 주니 속이 시원하다고요? 피맛을 본 그 눈없는 칼이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도륙할 그날이 곧 도래할 것입니다. 나는 죄가 없다고요? 에이,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무소불위 전지전능한 검찰과 언론의 '이위일체' 앞에서 감히 그 무슨 망발입니까!
<촛불일기 단상들>
검찰개혁 6차 집회 (2019년 09월 28일) - 그때와는 다른 '뜨거운 분노'
에필로그 (2017년 03월 13일) - 마침내, 봄이다!
19차 집회 (2017년 03월 05일) - 마지막 촛불이 되기를!
17차 집회 (2017년 02월 25일) - 세상의 빛
16차 집회 (2017년 02월 18일) - 태극기의 "품위"
15차 집회 (2017년 02월 11일) -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14차 집회 (2017년 02월 04일) - 축제의 한마당을 소망하며
막간극 (2017년 1월 31일) - 빈기문 총장과 "촛불"의 변심?
12차 집회 (2017년 01월 15일) - "人文" "思惟" 그리고 "讀書"의 촛불
11차 집회 (2017년 01월 08일) - 네 이웃의 피가 부르짖는다
10차 집회 (2016년 12월 31일) - 신원(伸冤)해 주시는 하나님
09차 집회 (2016년 12월 24일) - 인생 최고의 성탄전야
08차 집회 (2016년 12월 17일) - 공안총리와 민주팬덤연대
07차 집회 (2016년 12월 10일) - 다까기 마사오를 무덤으로
06차 집회 (2016년 12월 03일) - 폭발직전!
05차 집회 (2016년 11월 26일) - 비등점을 향해
04차 집회 (2016년 11월 19일) - 꽃벽과 나팔시민
03차 집회 (2016년 11월 12일) - 촛불에 놀라다
'촛불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찰개혁 8차 집회 (2019년 10월 12일) - 더 많다! (0) | 2019.10.14 |
---|---|
검찰개혁 7차 집회 (2019년 10월 05일) - 많다! (0) | 2019.10.07 |
검찰개혁 6차 집회 (2019년 09월 28일) - '뜨거운 분노' (0) | 2019.09.30 |
에필로그 (2017년 3월 13일) - 마침내, 봄이다! (0) | 2017.03.13 |
19차 집회 (2017년 03월 05일) - 마지막 촛불이 되기를! (0) | 2017.03.06 |
댓글